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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는 단어만 보면, '어렵다'는 생각에 '경직' 되십니까. 은행에서 적금이나 예금을 들 때, 보험회사 직원과 마주할 때, '도대체 뭘 들어야 하는 거야'란 생각에 머리가 아프십니까. 하지만 이젠 걱정하시 마세요. '똑똑한 생활경제'가 당신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거니까요. 오마이뉴스에선 앞으로 매주 '똑똑한 생활경제'라는 타이틀로 '생활경제' 전반에 대해서 다룹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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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의 원인 중 1순위는 뭘까? 물어보나 마나 돈 문제일 것이다. 벌어오는 돈이 너무 적다는 근원적인 불만, 그게 아니라 살림을 잘 못해서 그렇다는 반론, 남편과 부인의 이 생각 차이는 대부분의 가정에 드리워져 있다.

만져 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돈이 80%

살림을 잘 못한다는 것은 돈을 잘못 쓴다는 뜻. 즉, 불필요한 곳, 중요하지 않는 곳에 돈을 많이 쓴다는 의미이다. 일종의 과소비다. 집에서 살림을 맡은 주부들이 아마도 그 비난의 주요 대상일 것이다.

남편이 대기업 차장인 A씨, 세금을 제하면 한 달 수입은 450만 원 정도이다. 적지 않은 소득이다. 남편도 부인도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매달 겨우 생활만 가능하지 저축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 통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왜 우리 집은 저축이 없는지, 부인이 살림을 잘 못하고 과소비를 하는 건 아닌지 은근히 불만을 드러낸다.

A씨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이다. 알뜰하게 살아보겠다고 차비를 아끼기 위해 웬만하면 자전거로 이동하는 A씨다. 마트에 가면 충동구매를 자꾸 하는 것 같아 마트도 끊었다. 아이들, 남편 옷 말고는 자기 옷은 사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남들은 다 스마트폰인데 A씨는 구식 핸드폰에 요금도 한 달에 2만 원을 넘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하길래 우리 집은 적자일까?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과소비 탓을 할 것이 아니라 A씨 가정은 스스로의 지출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지출의 문제는 사실 주부의 탓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출구조의 분석은 매월 고정지출, 즉 내가 만져 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돈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A씨 가정의 매월 고정지출을 따져 보자.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금 1억 원이 있다. 이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월 75만 원이다. 아이들 둘의 사교육비가 한 명당 50만 원씩 100만 원이다. 여기에 네 식구 보험료는 35만 원, 양가 부모님 용돈이 매월 40만 원이다. 차 할부금 매월 50만 원, 관리비 20만 원, 통신비 15만 원, 남편 용돈 30만 원. 여기까지 모두 합하면 모두 365만 원이다.

즉, A씨가 만져 보지도 못하고 빠져나가는 이 고정지출을 빼면 A씨가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85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쓰는데 한 달에 신용카드 대금이 적어도 70만~80만 원은 나온다. 카드 대금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이제 통장에 남는 돈은 거의 없게 된다. 그러니 명절이나 가족 경조사가 있는 달에는 마이너스 통장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씨의 경우 매월 고정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나머지 20%가 수시로 쓰는 생활비 즉 식비와 생활용품, 의류비 등인데 이런 돈을 절약하는 것은 한계 있다. 이걸 10% 줄인다고 해도 절감효과는 사실 10만 원 내외이다. 결국 살림하는 사람이 과소비할 수 있는 돈도, 절약할 수 있는 돈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고정지출 줄이기, 생각의 전환 필요

고정지출을 줄여야만 흑자 가계를 만들 수 있다. 고정 지출에는 사교육비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고정지출을 줄여야만 흑자 가계를 만들 수 있다. 고정 지출에는 사교육비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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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적자가계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해서는 수시 생활비가 아니라 고정지출에 손을 대야 한다. 그런데 고정지출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것을 줄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고정지출에 손을 대려면 아주 큰 결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부터 보자. 아이 하나당 50만 원, 학원 한두 군데 보내는 건데 이것마저 안 하면 아이가 뒤처질 것 같아 두렵다. 담보대출 이자, 지금 집을 전세 주고 더 작은 집에 전세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나 그러면 작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차 할부금을 포기하는 건 차를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건데 요즘 차 없이 사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나마 부모님 용돈을 줄여야 하나 생각하니 불효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보험료를 덜 내자니 일부는 해지를 해야 하고 지금까지 낸 돈이 아까워 그건 또 하기 싫다.

모두에게 '당연히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라는 기준이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기준이라는 것도 함께 높아졌다. 소득이 10% 늘면 가지고 싶은 것도 10%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기준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문제는 내가 만져보지도 못하고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급격히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지 못하고 그저 내가 과소비를 해서 우리 집 가계부가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건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이사로 재직하는 지인이 있다. 맞벌이라 부인과 함께 연 1억 원 정도 소득을 올리는 분이다. 이분은 아들이 군대에 가자 17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부인과 둘이 사는데 넓은 집은 필요 없다는 소신을 지킨 것이다. 집이 작으니 불필요한 살림살이도 다 정리되었단다. 이 정도의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고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 지금의 지출 구조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개선점을 찾는 것은 반찬 값 줄여서 아이들 대학 등록금 마련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우리 집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싶다면 고정비를 줄이는 결단이 필요하다. 사교육비, 주거비, 보험료, 차 유지비, 보험료 등 물론 다 필요하고 포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방식의 전환, 가치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편리함과 욕망에 이끌려 살 것이냐 불편함을 감수하고 실속을 챙길 것이냐, 더 늦기 전에 무언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지영 기자는 현재 (사)여성의일과미래 재무상담센터에서 경제교육과 재무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돈, #지출, #돈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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