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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외삼촌이 두 분 계십니다. 큰 외삼촌은 경찰 퇴직하시고 고향에 계시다 몇 해 전 돌아가셨고, 작은 외삼촌은 초등학교 교장 퇴임하시고 며칠 전 팔순을 맞으셔서 친인척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습니다.

작은 외삼촌은 일찍부터 객지 생활을 하셔서인지 거의 뵌 적이 없는 분입니다. 뵌 적이 불과 몇 손가락 꼽을 정도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전혀 뵌 적이 없었고 장성해서야 뵐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외삼촌의 자녀들, 그러니까 외사촌 동생 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외사촌 동생들이 "가까운 친인척들만 모인 가운데 식사나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피붙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과 건강하게 팔순을 맞은 작은 외삼촌에게 축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시간을 내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향했습니다.

저는 사촌동생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는 심정이었습니다. 호텔에 들어서니 막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냥 밥만 먹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목사인 나로서는 의외로 반가운 풍경이었습니다. '외삼촌이 교회를 나가기 시작하셨나? 아니면 사촌동생들이 교회에 다니니까 예배 형식으로 팔순 잔치를 꾸몄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분위기가 무척 흐뭇했습니다.

예배 중에 사촌동생들이 찬양가를 부르는데 참 잘했습니다. 화음을 넣어 곱게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장남이 색소폰을 연주했는데 그 솜씨도 훌륭했습니다. '집안에 음악성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촌동생들이 모두 교회생활을 해 나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드디어 장남과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나한테 와 인사를 하는데 내 나이를 몰라 '나이가 몇이냐'고 묻더랍니다. 그가 쉰셋이라고 하니 나보다 세 살 아래였던 것입니다. 오십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단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서로 연락 없이 지내 미안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는 자주 보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사촌동생을 56세인 지금에서야 만났으니 나도 참 주변머리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많은 사람을 초청하지 않았던 팔순 잔치의 분위기는 매우 고급스럽고, 깔끔하고, 은혜로웠습니다. 친인척들과 교회 사람들, 외삼촌이 교장으로 재직했던 학교 선생님들까지 100여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나는 행사가 깔끔하게 잘 치러진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외삼촌은 팔순의 나이지만 매우 정정해 보였습니다. 외삼촌은 퇴직 후에도 꾸준히 핸드볼을 하시는 등 아직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함이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더 건강하고 활기찬 '그레이 청춘'을 만끽하시길 기도했습니다.

주변 소식을 들어보니 사촌 동생은 대학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해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 교회의 장로로 있어 외삼촌을 교회로 모시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덕분에 교회도 나가시게 됐고, 세례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 외가는 유교적 성향이 강한 편이었는데, 그 집안에도 복음이 들어가서 예배로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연락 없이 지낸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기대 이상의 편안한 마음과 기분 좋은 팔순 잔치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매우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참 보기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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