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인 11월 18일 부터 직장동료 여섯 명이 부부 동반하여 전라남도 지역을 여행하였다. 호남 고속도로를 따라 장성의 백양사를 들리고, 순천의 송광사와 선암사. 그리고 화순의 운주사까지 들렸으니 남도 사찰 순례라고 불러도 무리는 아닐듯 싶다.
대부분의 사찰이 낙옆이 지고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이어서인지는 몰라도 한적하여 둘러보기 참으로 편안하였다. 백양사는 조용한 가운데 침묵이 감도는 분위기. 송광사는 얼마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처럼 소탈하면서도 오랜 역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화순 운주사는 이국적인 분위기이면서도 조용함이 묻어나는 듯해서 비수기인 요즘에도 둘러보기 참 좋았다.
그런데 순천 선암사는 정말로 실망했다. 어린시절을 대부분 순천에서 보낸 관계로 자주 찾던 곳이어서 선암사 올라가는 길이라든가, 승선교 주변의 고즈넉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참으로 좋아했었다. 그래서 이 번 여행에서도 가장 기대를 갖고 들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들어가는 길 내내 여러개의 현수막과 수백개의 연등이 달려 있어 나무 숲사이 비포장 길을 걷는 기분은 엉망이 되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까지 소개되기 했던 보물 승선교 주변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웅전 앞에 있는 보물 395호인 3층 석탑 주변이나 범종각 주변에는 철제 파이프를 세워 수백 수천개의 등이 달려 있어 대웅전을 바라 볼 수 가없다.
만일에 강한 바람이라도 불어서 설치된 쇠파이프가 넘어간다면 삼층석탑도 넘어가지 않을 까 아슬 아슬하다.
물론 등을 다는 것은 절측의 마음 이겠지만...종교를 갖고있지 않은 나는 대부분의 절에서는 석가 탄신일인 사월 초파일에 등을 많이 달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떼어내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선암사는 11월인 아직까지 이렇게 많은 등을 달아 두어 선암사를 좋아하는방문객을 전혀 배려치 않는 것 같아 실망했다.
평상시 가장 찾고 싶던 선암사가 가장 가고 싶지 않은 절로 마음속에 자리 매김 할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