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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축제장에 마련된 농특산물 교환권 이 상품권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교환할 수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장에 마련된 농특산물 교환권이 상품권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교환할 수 있다. ⓒ 신광태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받은 상품권으로 거기서 닭갈비 먹을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지난번까지는 받았었는데, 상품권을 돈으로 바꿀 수 없어서 지금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강원도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서 받은 상품권이 ○○시에 위치한 닭갈비촌 등 일부상가에서 유통되면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던 기억이 난 기자가 1월 10일 ○○시에 위치한 한 닭갈비집에 전화를 걸어 통화한 내용이다.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사용하는 상품권은 두 종류

2012화천산천어축제가 지난 7일 개막한 가운데 개최 3일 만에 관광객 30만 명을 넘어섰다. 10회를 거듭하는 동안 최고의 기록이다. 현제와 같은 추세라면 역대 최고의 관광객 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 산천어축제에는 133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강원발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산천어축제로 인한 직접효과가 533억 원, 생산자가격 517억 원, 생산유발효과 524억 원, 소득유발효과 106억 원, 고용유발효과 1045명이었고, 상품권 유통액 규모는 총 14억2200만 원(농특산물 교환권 8억2600만 원, 화천사랑 상품권 5억9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품권 유통액이다. 화천군은 관광객들의 지역 내 소비촉진을 위해 제3회 산천어축제가 개최된 2006년부터 전국 축제 가운데 최초로 상품권을 발행했다. 2회 때까지 무료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에 대해 3회 때부터 각 프로그램에 대해 5천 원 또는 1만 원의 입장료를 받고, 그 금액에 해당하는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관광객들은 받은 상품권 모두를 화천에서 소비해야 한다. 타 지역으로 가져가봐야 휴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화천군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의 종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농특산물 교환권으로 화천에서 생산한 농산물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성을 지닌 상품권이고 다른 하나는 화천군 어디에서나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화천사랑 상품권이다.

그럼 왜 상품권을 두 가지 용도로 구분해야 했을까.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권은 쓰임 용도에 제한이 없는 화천사랑 상품권일 수밖에 없다. 이에 지역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했다. 대책의 일환으로 군은 농특산물 교환권을 발행하고 낚시터에 입장하는 관광객들로부터 1만2000원의 입장료를 징수하고 5000원은 상품권으로 돌려줘 화천 농산물 구매를 유도했다. 따라서 지난 2010년 산천어축제 때 농특산물 교환권 매출은 8억2600만 원에 이르렀다.

지역 농민들을 위한 농산물 판매가 필요했다

 농특산물 교환권
농특산물 교환권 ⓒ 신광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1월 한 달 ○○시에 위치한 닭갈비촌은 연일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유가 뭘까. 궁금해할 필요도 없이 줄을 선 사람들의 행색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방 밖으로 낚시대 끝이 보이는 사람, 잠바 지퍼에 산천어 낚시터 입장권이 달린 사람 등 화천에서 가족 또는 친구들끼리 산천어 낚시를 즐기다 귀가 전 ○○시의 명물 닭갈비를 먹기 위해 들른 사람들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에 "우리 업소에서는 화천 상품권도 받습니다"라고 쓰여진 전단지가 나돌았다. 인근 ○○시의 한 닭갈비집과 호텔에서 뿌린 전단지였다. 

"쪼그만 자치단체에서 먹고살아보겠다고 만든 제도를 그런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산천어축제 조직위원회에서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상품권의 현금 교환은 화천농협에서 담당한다.

"업주들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 시 반드시 사업자등록증 사본 제출을 요청해주시고, 반드시 주소가 화천인 업주들에게만 교환해주세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

"요즘도 ○○시에 화천 상품권을 받는 업소가 있대요, 글쎄."
"에이, 사업자등록증을 보여줘야(사본을 제출해야) 현금으로 바꾸어주는데, 어떻게 그렇게 한대요?"
"순진하시긴. 깡을 한대잖아요."

화천시장 상인으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나누는 대화이다. 그 내용은 화천 상품권을 농협에서 바꾸기 어렵게 되자 화천에서 상업을 하는 친지나 친한 사람들을 통해 상품권 깡을 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가령 100만 원어치 상품권을 가지고 와서 화천에 살며 상업을 하는 친지나 친구에게 건네주고 95만 원 정도만 현금으로 받아가는 방법을 말한다.

이에 화천군은 대대적인 합동조사를 벌여 나가기로 하고 적발될 시 당해 쌍방 업체명과 그 행위를 공개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냥 누가 만들어낸 소문일 것입니다."

화천에서 국밥집을 하는 어느 아주머니의 말처럼 막연한 소문이길 바란다.


#산천어축제#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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