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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입김이 뿜어져 나오는 추운 겨울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 속에서 그렇게 우리들의 목소리는 울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줘!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우리의 목적은 '강제'동의서라는 명분하에 대구시 소재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강제)보충과 (강제)오후자습의 철폐 요구와, 현재 학교에서 침해되고 있는 학생들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학생들이 편하고 행복하게 다닐 학교를 위해 서울, 경기, 광주에서 제정 및 시행되고 있는 학생 인권조례의 제정 촉구였다.

 

원래는 현 대구시 교육감, '우동기 교육감'에 의해 준비중이었던 대구 교육 권리헌장의 선포를 반대할 목적이었으나, 여기저기에서 학교 내 학생 간 폭력에 의해 희생된 학생들의 소식이 속출해서인지 교육 권리헌장의 선포는 무기한 연장되어 버렸고, 그로 인해 우리는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원한다'고 소리내고 싶었기에 대구시내 한 귀퉁이에서 피켓을 들었다.


이 릴레이 일인시위는 12월 27일을 시작으로 30일간 진행되고 있다. 약 한 달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시위에 참가했고, 더 많은 시민들이 이 시위를 응원했다. 시위가 시작되고, 조금은 생소한 풍경에 길을 가던 시민들이 힐끔 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아예 적극적으로 시위중인 사람에게 '우리 학교는 이렇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바쁜 길을 가다가도 멈춰 서서 피켓에 쓰여 있는 문구를 읽어보기도 하고,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라고 의견을 말해주시는 시민도 있었다.

 

심지어 한 시민은 "블로그에 이 전단지를 올려서 홍보하겠다. 나의 블로그 이웃에게 스크랩 하라고 말하고 그렇지 않은 이웃은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하겠다"라고 웃지 못할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다.


학생인권, 당연하지만 보장받을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학생인권' 이라면 역정을 낸다. 심지어는 '학생에게 인권이 어디에 있나!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곧 인권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두발규제, 체벌같이 신체적 자유를 침해당하기도 하고, 누가 제정한지도 모르는 학칙을 교사들이 행사하는 '권력'이라는 두려움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따르기도 한다.

 

그리고 강제동의서를 통한 강제보충, 강제자습이나 반성문 등등으로 자신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남녀공학에서는 이성간의 교제를 엄격히 규제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엄중히 처벌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규제, 억압당하고 제대로 목소리조차 못 내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인권을 보장해주면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고 수많은 탈선 등의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일부는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이 곧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두발자유를 원하는 것을 단지 '멋 부리기 위해서' 라고, 강제보충, 강제야자 철폐를 '남는 시간에 놀 시간 조금 벌려고' 라고, 체벌금지를 원하는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학교생활을 하려고' 라고 단정하기에는 그것들은 너무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그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자유를 원하는 것은 학생이라도 주체성을 가지고 있고, 학생들도 학교의 구성원으로, 하나의 주체로 인정해 달라는 하나의 외침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거대하고 엄청난 것이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보충학습과 자습을 선택할 권리, 자신의 신체는 자신이 표현하고 보호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이 지켜야 하는 학칙제정에 참여할 권리 등이다.

 

인간이라면, 민주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도 누리지 못하고 있기에 그것을 제도화시켜서라도 누리게 하자는 우리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고 교실이 붕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자아낸다. 그것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인권조례를 제정하라는 것이 꼭 교사의 권위 실추의 대상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제는 시작 되어야 할 이야기


이제는 '학생 인권' 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때가 온 것 같다. 학생인권이 교사의 권위에 반대되는 의미도 아닐 뿐더러. 교사의 권위가 규제와 폭력을 가한다고 신장 되는 것도 아니다. 학생 인권조례는 다만 학생과 교사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만들자는 작은 소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학생 인권조례를 외치는 그 거리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도, 피켓을 구경하는 사람도, 우리가 나눠주는 전단지를 받으며 자신이 학교에서 당하고 있는 수많은 인권 침해적인 규제를 한탄하고 있는 사람도 모두 청소년이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었던 말들은 전부 피켓에 담겨 있었고, 청소년들이 원하고 갈망하던 자유와 존중은 일인시위를 하는 우리가 배포하는 전단지에 모두 담겨 있었다.

 

그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학교나 가정에서, 혹은 노동의 현장에서 무시되고 있던 청소년들의 '하고 싶었던 말'은 그 피켓이 하고 있었다. 우리가 들고 있던 피켓이 더 이상 그들의 요구를 대변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인권이 보장 받을 수 있게. 학생들에게 필요한건 '학생 인권조례'이다.


막상 참여하고 싶은데 두렵다면, 혹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http://www.asunaro.or.kr/)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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