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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3일 오후 5시 10분]
 

 

'희생'이라고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3일 의장 집무실에서 한 사퇴 기자회견에서 "저의 희생을 통해 우리 정치가 과거의 나쁜 유산을 극복하고 한층 발전하는 큰 계기를 마련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이날 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한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이라며 "여야를 떠나 우리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변명하거나 회피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그들에게 잘못이 없는 만큼 국민들께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퇴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정말 저 때문에 희생된 것 같아 너무나 가슴 아프다"며 "아무런 욕심도 없이 또 아무런 정치적인 야망도 없이 오로지 우정에서 비롯된 그런 일들 때문에 장래가 막히는 참담한 일을 당하게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캠프에 관여한 이 모든 사람들도 박희태를 위해서 했던 일이기에 제게 책임을 돌려주시고 그분들에 대해선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달라"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몰랐다가 귀국 이후에 사건 실체 알았다"

 

'돈봉투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모른다"는 입장을 취했던 그는 "정말 몰랐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말 몰랐다"며 "수사가 진행되고 (지난 1월 18일) 귀국 이후에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건 실체를) 알게 됐고, 알게 된 즉시 사의를 표명했음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자신은 '고승덕 돈봉투 300만 원'에 대해 몰랐다가 고 의원의 '폭로' 뒤에 알게 됐지만, 관련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전당대회 돈봉투'가 우리 정치권의 관행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전당대회는 일종의 집안 잔치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들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은 한 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의 비용이 들어갔던 것이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때문에 이렇게 큰 일들이 일어난 건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국회의장직 사퇴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희생'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그것이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저의 이 국회의장직 사퇴로 인해서 청정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잘못된 관행은 과감하게 타파하고 법을 개정할 것은 개정해서 우리 정치가 깨끗하고 한 점의 오염도 없이 전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가와 국민만을 따르는 순민(順民)의 길을 묵묵히 걷겠다"고 밝혔다.

 

우리 헌정사상 비리의혹으로 임기도중에 물러난 첫 번째 국회의장이 된 그는 기자회견 뒤 국회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국회를 떠났다.


#박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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