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시작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협상에 암초가 등장했다. 양당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에 대비해 무소속 출마 카드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예비후보들의 단체행동에 앞장 선 사람은 서울 관악을 현역 의원인 김희철 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표밭을 갈고 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양보할 유력한 야권연대 전략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예비후보 27명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이 지분 나눠먹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천 위태로워진 예비후보들 "지분 나누기는 구태정치 표본"
이들은 "야권연대 협상에 나선 통합진보당은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당 대표라는 사람이 8:2 지분 요구를 하는가 하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통합진보당의 이런 모습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찾기 위해 일방적으로 생떼를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국민들은 야권이 총선과 대선 승리에 눈이 멀어 정치적 야합을 통해 지분 나눠먹기를 한 구태정치의 표본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야합과 구태정치 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이번 총선에서 패배는 물론 정권교체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요구하는 권역별 당 지지율에 따른 공천지분 배분 방식을 거부하면서도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 노회찬·천호선 대변인 등 통합진보당 간판급에 대한 전략적 배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감동할 야권연대를 이뤄내겠다"며 "공천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야권연대 협상이 타결되는 그 결과를 (당 공천심사 결과보다) 우선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 대표의 발언이 일부 지역구에 대해서는 전략적 양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전략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 예비후보들의 위기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 단일화 경선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대신 호남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더 받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통합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이정희 대표의 관악을 지역에서는 얼마든지 후보단일화 경선에 임할 수 있다"며 "대신 다른 지역에서 양보를 더 얻어내는 게 당으로서도 더 이익"이라고 밝혔다.
"밀실에서 결정된 후보단일화 못 받아들여"... 무소속 출마도 검토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밀실에서 진행되는 야권연대 협상을 중단하고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야권연대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야권연대 전략지역을 결정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에 "특정인과 특정지역을 지정하는 야권연대 협상을 당장 중단하고 경쟁력 있는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하라"고 요구했다.
김희철 의원은 "국민참여경선 등 민주적 방식을 통한 후보 단일화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밀실 결정된 후보단일화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 지도부가 통합진보당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야권연대는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의원 등 이들 예비후보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원칙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며 "민주적 절차에 따른 후보단일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각오라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