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123'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99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만 아프고 사흘 째 날에 죽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9988123'이라는 구호에 맞게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조금만 아프고 죽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살아야 '9988123'이라는 말에 맞게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서울, 건강수명이 가장 높아
일반적으로 공해가 심하다고 생각되는 서울은 '건강수명'이 73.89세로 거의 74세에 육박합니다. 16개 광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오히려 청정지역 전남이 68.34세로 69세에 모자랍니다. 전남에 사는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5살 이상이나 더 살 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수명'이란 일생 중 만성질환이나 장애 없이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뜻합니다.
건강 수명으로 가장 하위에 있는 전남에 이어서 경북(69.56세), 강원(68.95세), 제주(69.58세) 등이 바로 윗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 다음으로 건강 수명이 높은 지역은 대전(72.85세), 경기(72.58세), 인천(71.10세), 부산(71.08세), 울산(70.99세), 대구(70.97세) 였습니다.
이런 결과는 비교적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건강 수명이 낮은 지역들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물과 공기가 도시지역보다 깨끗한 청정지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건강이 나빠지면 요양을 한다고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 청정지역을 찾아가는데, 건강수명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런 선택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닙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나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1일 "건강수명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및 요양시설 수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는데, 결국 '건강수명을 좌우하는 요인은 자연환경이 아니라 의료 인프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친해질 필요가 있는데,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잘 치료받는 것이 깨끗한 자연환경의 혜택을 받는 것보다 더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편 대도시와 지방의 빈부 격차도 의료 이용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건강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도시와 시골지역에서 건강수명이 차이가 나는 것은 건강 불평등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골지역에 향상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도시의 큰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것을 적절히 분산시켜 더 많은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성이 건강 수명이 더 나빠한편 보건사회연구원은 "평균수명은 여성이 높고 남성이 낮지만, 평균수명 대비 건강수명 비율은 남성이 높고 여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병을 앓는 기간이 더 길다"는 것으로, "노인 여성 건강 증진 사업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경우 폐경 이후에 다양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때 폐경 이후 여성들에 대한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