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는 3할을 치면 잘 치는 거고 농구선수는 3점슛 성공률이 40% 정도면 아주 잘하는 거다. 시민기자의 '오름' 확률은 얼마나 돼야 잘하는 건지 기준은 없지만, 이분의 기록을 보면 아주 배가 아프다. 최근 기사 10개 가운데 오름 기사가 6개! 나머지도 다 으뜸, 버금이다. 더군다나 기사를 뻔질나게(?) 쓰는 것도 아니고 한두 달에 하나씩 '쉬엄쉬엄' 써올린다는 사실. 오름 기사 한 번 쓰는 게 꿈인 이들에게는 정말 약 오르는 기록이다.
이 기록의 주인공인, 교육 부문의 떠오르는 '파워 시민기자' 박은선 기자를 3월 둘째 주 '찜! e시민기자'로 찜했다. 10년차 사회교사인 박은선 기자는, 돈을 내면 정교사 자리를 준다는 '교사직 매매' 현실을 고발하기도 하고, 시험지를 훔쳐 퇴학당한 모범생의 실제 사건과 연극작품을 엮어 경쟁과 교육 서열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박은선 기자의 강점은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특유의 감수성으로 포착해내는 것. 딱딱하게 사건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결'을 살려서 전달하는 것이 참 좋다. 아이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고 "너희가 세상을 바꾸라"고만 말하는 게 미안해서 교실 안의 이야기를 기사로 알리기 시작했다는 박은선 기자. 13일 오후, 앳된 목소리의 그녀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목소리가 정말 고등학생 같다. 30대 중반의 목소리라 믿기 어려운데."목소리가 어려서 아이들과 있을 때는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절대로 어려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한다. 하지만 사실 정말 많이 부족한 교사다. 사회교사라서 수업시간에 정치나 법, 정의 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생들이 '그래서 선생님은 지금 뭐하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뭔가 노력은 하는데 말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글쓰기는 그 노력 중 하나다. '교사직 매매'(<
"1억2천만 원이면 돼요" 교사직 매매 현장 가보니>) 기사를 쓰고 나서 그 업체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소리가 없어서 내가 먼저 찾아갔다. 진술도 하고 녹음자료도 다 쥐여줬더니, 경찰이 '왜 수사를 지휘하려 하느냐'고 했다.
그런 것을 통해서 수업시간에 정의니 뭐니 가르치는 게 조금은 덜 부끄러워졌다. 사회가 아니라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면 이런 고민 안 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웃음)"
- 회원가입은 2003년인데 첫 기사는 2010년이다. 특별한 까닭이라도?"처음 정교사가 된 것이 2003년이었다. 정교사가 되면 전국사회교사모임도 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도 하는 것이 꿈이었다. 학교에서 보충수업의 현실을 겪고 기사를 써서 보냈는데, 보내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그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너무 위험한 짓을 했구나 싶어서 기사 전송을 취소해달라고 했다.
그 뒤로 '조용히' 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어느새 나는 수업 할 때 대학과 성적만 강조하는 교사가 돼 있었다. 아이들이 '고민 있다'고 해도 '고민은 대학 가서 하라'는 교사가 돼 있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못다 한 말들을 할 곳이 필요해서 다시 기사를 쓰게 됐다."
- 10개 정도의 기사를 썼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판사 엄마'(
<'날로' 먹는 '판사 엄마'한테 지기 싫어서 학생들에게 거짓 강요...전 나쁜 교사입니다>) 기사다. 그 기사가 그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응원 쪽지도 많이 받았고. 어느 시골 학교 교감 선생님은 '눈물이 났다'며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KBS에서도 연락이 와서 그 이야기가 'TV동화'로 만들어졌다. 방송 동영상을 CD로도 구워놨다. 기사의 주인공인 아이가 올해 고3인데, 졸업할 때 동영상 CD를 선물로 줄 생각이다. 살다가 마음이 흔들릴 때 내 기사나 그 영상을 보면서 그때 일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 학생들은 선생님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걸 알고 있나?"작년에 딱 한 명이 알게 됐다. 그래서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아이가 내게 메일을 보냈는데, 자기는 이명박의 삽질 정책이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국토부 공무원이 꿈이라 뭐라 비판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내 글을 보면서 자기가 공무원이 되고 나서도 나처럼 글을 통해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내 생각이 딱 그랬으니, 마음이 통한 거다."
- 앞으로 어떤 기사를 더 쓰고 싶은가."'판사 엄마' 일을 겪을 당시에 정말 많이 울었다. 최근에는, '공익제보' 때문에 해직된 조연희 선생님 인터뷰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고(
<"선생님이 아니라 수금원... 내부고발 후회 없어">). 내 글은 너무 감상에 치우치는 것 같다. 직업기자라면 그러면 안 되겠지만 나는 시민기자라 참 다행이다.
그런데 올해는 휴직을 해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글감이 나올 데가 없는 게 걱정이다. 다행히 윤근혁 기자님이 소개해줘서 <교육희망> 쪽에 발을 걸치게 됐다. 지금까지는 교실 안에서만 글을 썼지만 교육 문제를 더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시험지 절도 외고 학생 퇴학' 소식(
<퇴학당한 외고 1등, 비극적 사건의 전말>)은 윤근혁 기자님이 기사로 쓰기 전에 미리 알고 있었는데 때를 맞춰서 쓰지 못했다. 3주나 걸려서 기사를 썼는데, 지금 보니 기사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타이밍'인 것 같다. 요즘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작년에 '시민기자 1박2일' 같은 행사에 정말 가고 싶었는데, 올해 휴직을 하고 나서 찾으니 기회가 없다. '스타기자와의 만남' 같은 자리를 만들어달라. 글을 보내고 나면 기사가 돼서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편집부를 거치면서 내 글이 어떻게 바뀔까 기대하는 버릇도 생겼고, 재미있다. '편집부가 좋아하는 글쓰기', '편집부에게 사랑받는 법' 같은 시민기자 강좌도 만들어달라. 그런 행사에 목말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