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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젊다는 나이는 언제까지를 말하는가? 그 나이를 언제 먹었는지, 어느새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나를 살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봄이 오니, 화장도 안 먹고 얼굴도 푸석푸석. 젊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한 해를 갓 넘기고 2012년 새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월 초다. 나이 먹기가 무섭다고 생각할 즈음.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 괜한 엄살을 피운다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오마이뉴스> 기사 중 생활비 절반이 넘는 명품백을 장만해 영감에게 호되게 혼나고, 그것도 모자라 며느리한테 미안해 그냥 줘 버렸다는 친구 사연을 볼 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문득 궁금증이 발동했다. 명품백, 영감, 며느리…. 도대체 몇 살쯤 되면 이런 키워드로 사는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그래서 검색해 봤다. 39년생. 올해 74세다. 명품백 그녀는 요즘 말로 된장녀(?). 그녀가 궁금해졌다. 

이번주 <오마이뉴스> '찜! e시민기자'는 소소한 일상을 젊고 푸른 마음으로 쓴다는 김관숙 시민기자다.

ⓒ 김관숙 제공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특히 첫 기사 제목이 '생나무 기사에는 풋풋한 향기가 있다'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2004년 당시, 컴퓨터에 재미가 들어 이곳저곳 다니다가 <오마이뉴스>를 보게 됐어요. 워낙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소설도 많이 읽었는데, 여기서 생나무 기사를 읽게 됐죠. 참! 재미있더라고…. 주로 사는이야기 기사를 자주 본 것 같고. 그러다가 생나무 기사를 보기도 하고, 생나무 기사를 보다가 보니까 좋은 게 많더라고.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 안타까운 마음에서 첫 기사를 쓰게 됐어요."

- 2004년에 처음 컴퓨터를 배우게 되신 건가요? 그 당시도 컴퓨터 하기 젊은 나이가 아니였을 텐데... 어떻게 배우게 되셨나요?
"91년인가? '영걸 전'이라는 삼국지 게임이 있었지. 아들이 그 게임을 하는 걸 보니 재밌겠더라고. 아들에게 가르쳐달라고 해서 컴퓨터를 하게 됐죠. 그때는 '도스' 때라 지금보다 배우기 더 어려웠지만, 게임이 워낙 재미있어서 익히게 됐어요. 호호호"

- 지금, 하고 있으신 일이 있나요?
"그냥 주부지. 옛날에는 성당에서 봉사도 하고, 여러 모임에도 다녔죠. 호스피스 교육도 받고…. 하지만 요즘은 노인들이 봉사 활동하면 젊은 사람들이 부담된다고 해서 집에 있어요."

- 기사 한 편 쓰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내가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써 내려가기 때문에 얼마 안 걸려요. 남들이 읽을 때는 재미없겠지만 말이야. 특별히 얼마나 걸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사를 쓰다가 부엌에서 일이 생기면 가 보기도 하고, 해결되면 다시 쓰기도 하니까."

- 아이디가 'puruneo(푸르네오)'던데, 특별한 뜻이 있나요?
"별다른 뜻은 없어요. 항상 젊고 푸르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지은 거지. 내가 지었어. 아이디처럼 기사에서도 노인 티 안 내고 쓰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래봤자 할머니 세계 이야기겠지만 말야. 지난번에 올린 명품 가방 기사도 며느리에게 양보한 내 친구 이야기를 썼죠. 그냥 어머니의 마음을 며느리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거죠."

- 앞으로 쓰고 싶은 기사가 있나요?
"요즘은 나이 70~80세가 되도 모두 다 유식해요.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고 좋은 사이트도 공유하고. 앞으로는 할머니들 이야기를 더 쓰려고 해요. 워낙 사는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사연이 참 많아요. 가까운 지인들은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걸 다 알아서 좀 더 자세한 것을 물어보면 경계하기도 하고. 친한 친구라도 광고하며 활동하긴 어렵죠."

- <오마이뉴스>에서 무슨 기사를 보세요? 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주로 사는이야기를 보는 편이죠. 몰랐던 것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고.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어요. 그냥 내 이야기, 주변 이야기를 올리는 것 자체가 좋고, 내 글을 싣는 것에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해요."

전화 인터뷰 내내 할머니가 무슨 기사가 되느냐며,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녀에게서 젊고 당당한 시민기자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김관숙 기자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마흔 넘은 자식들이 아직 시집·장가를 못 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더 많은 기사가 나올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된다.


#찜!E시민기자#김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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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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