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공천해 주셨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상곤입니다."문제풍 예비후보와 경선을 통해 4·11총선에서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 새누리당 후보로 최종 낙점받은 유상곤(61, 전 서산시장) 후보는 발길이 멈추는 곳마다 유권자들의 손을 잡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5자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서산·태안 국회의원 선거가 20일 무소속 조규선(63. 전 서산시장)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새누리당 유상곤 후보, 민주통합당 조한기(45, 전 한명숙 국무총리 비서관) 후보, 4선에 도전하는 자유선진당 변웅전(71) 후보, 새누리당 공천탈락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성완종(60, 서산장학재단이사장) 후보 등 4자 구도로 압축되며서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천불복에 따른 탈당과 무소속 출마, 당원들의 집단 탈당 등 공천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서산시 부시장 등 공무원을 역임한 뒤 두 번 서산시 수장을 거친 유상곤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하며 새벽부터 표심잡기에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 이동거리 약 500km 살인적 스케줄새벽 6시, 자택에서 출발해 서산시 예천동에 마련된 선거사무소를 들릴 겨를도 없이 곧바로 표밭으로 향하는 유 후보를 따라 지난 16일 동행취재에 나섰다. 동행취재 당일 유 후보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이렇다.
오전 9시 태안 남면 면사무소에서 건강검진 받는 어르신들을 만난 유 후보는 곧바로 남면농협으로 이동, '채소 수급안정사업 재배교육'을 받는 농민들을 만났다.
태안에서 30여 분을 이동해 도착한 서산시 성연면 자원모으기 행사 현장, 다시 차를 돌려 태안읍 영농회장 회의장→서산시 칠전리 마을회관 마을잔치, 점심도 간단하게 해결한 뒤 오후 일정으로 태안군 원북면 양산2리 마을회관 교육현장→태안군 근흥면 도황2리 마을회관→서산시 운산면 원평리 마을잔치→저녁 서산여고 학부모회에 이어 저녁 7시 30분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날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전략회의 등 살인적인 스케줄은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수많은 유권자을 만나야 하는 일정상 행사장에서 주민과 정책을 논의한다던지, 지역현안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장소와 시간상 허락되지 않았지만, 일부 주민은 후보자에게 다가와 쓴 충고와 함께 당부의 말도 전한다.
이날 봄을 재촉하는 봄비에 세찬 바람이 부는 짓궂은 날씨도 유 후보의 행보를 막을 수는 없었다. 4월 11일 선거날까지 매일 강행군을 해야 하는 후보들은 공약도 좋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당선 기쁨을 맛볼 수 있을 듯했다.
또한, 하루 많게는 약 500km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하는 후보자가 탄 차량안은 마치 군부대 상황실을 연상케 하듯 치열한 정보전으로 분주했다.
유 후보는 행사장에 도착해서도 한 명의 유권자를 더 만나려 연신 발걸음 분주하게 옮겼다.
게다가 동행취재를 하면서 총선후보자들의 선거법 인지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알쏭달쏭 선거법 퀴즈'까지 풀어야 했으니, 유 후보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게다.
"후보님은 선거법에 대해서 잘 모르시지만 성심성의껏 풀었다"며 문제지를 건넨 수행비서는 몇 점을 맞았는지 궁금한 듯 다가와 "몇 개 틀리셨나요?"라고 물었다.
"3개 틀리셨네요.""어? 저 문제는 후보자님이 아는 문제인데 헷갈리셨나 보네요."최종점수는 70점. 그리 초라한 성적표는 아니다. 특히, 민감하다면 민감한 문제는 다 맞혔으니 말이다.
서산 '온난전선' vs 태안 '한랭전선' 대조
서산 인지초등학교와 성동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산시 부시장을 거쳐 서산시장도 두 번 역임한 유 후보는 서산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태안에서는 '한랭전선'이 따로 없었다.
가는 곳마다 "우리 시장님 오셨다"며 환영받은 서산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태안에서는 의례적인 악수만 하는 냉랭한(?) 유권자가 많았다.
이런 대조적인 분위기에 대해 유 후보는 "태안에서 절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새누리당 1, 2차 공천과정에서 태안군민들이 보여 준 관심은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더 많이 알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공천후유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유 후보는 "5명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공천심사 기준이 어떤 후보가 주민과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가였고, 2명이 경선해 최종 공천을 받은 것도 전적으로 주민들이 선택한 것"이라며 "공천에서 탈락한 다른 후보들에게도 고생했다고 전화도 했고, 할 일이 많이 있으니까 잘 판단해 달라는 말도 건넸다"고 밝혔다.
또 유 후보는 "공천결과에 승복하겠다고 공천을 신청해 놓고 무소속 출마, 탈당... 한마디로 불쌍하다"며 "(탈락한 후보들과는) 연대 차원이 아니라 공천 결과에 승복한다는 서약을 했기 때문에 교감은 계속하고 있다"고 탈락 후보 규합 의중을 내비쳤다.
오는 22~23일 양일간 후보 등록 이후 29일부터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된다.
유 후보는 선거전략에 대해 "특별한 선거전략은 따로 필요없다. 공무원 생활과 두 번의 시장을 거치면서 평소 살아온 일상생활이 선거전략"이라며 "(서산)시장 하면서 시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서산시장 당시 매니페스토운동본부에서 선정한 우수 지자체에 선정됐듯이 철저하게 주민 편에서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하겠다"며 "공약은 이미 다 나왔다, 하나하나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인지 검증해 달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칠 법도 하지만 표밭에서 돌아와 또다시 다음 전략을 논의하는 유 후보는 "태안, 서산 주민은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 "정치인이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낮은 자세로 주민들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말로 하루의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19일 기자회견 열고 출마의 변 밝혀... 29일 출정식
한편, 민주통합당 조한기 후보와 무소속 성완종 후보가 지난 17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본격 선거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 유상곤(61) 예비후보는 지난 19일 서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11 총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 후보는 "서산, 태안 지역주민들이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공천자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하고 하는 행동이나, 오랜기간 몸담았던 정당을 사사로운 이익으로 인해 헌신짝 내버리듯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주민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성완종 후보를 비판했다.
유상곤 후보는 별도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지 않고 선거운동 기간인 오는 29일 오전 9시 30분에 출정식을 갖고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김동이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