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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에 붙어 있다가 내려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에 붙어 있다가 내려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오마이뉴스 박정호
'무궁화 박근혜' 사진 논란의 뒷끝이 씁쓸하다. 이번 논란은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 국회의원 후보 사무실에 무궁화 그림과 함께 박근혜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액자가 인터넷상에 뿌려지면서 촉발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북한같다"는 비아냥섞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손 후보측의 황당한 '반격'이 또다른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손 후보 선거사무소는 20일 낸 보도자료에서 "무궁화 그림과 함께 박근혜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액자는 손수조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직접 게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손수조 후보 지지자가 사무소를 방문해 걸어놓은 것으로, 사무소에 걸려있는 걸 실무자들이 뒤늦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후보 측은 해명에 그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그림은 16일에 철거해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며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처럼 '변질된 색깔공세'까지 등장한 것은 사상구민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혼탁한 '황사현상'이라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손 후보 측은 이어 "문재인 후보도 최근 '당 내에 이념적 색깔공세는 상대와 공존을 거부하는 사악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며 "이번 일은 전형적인 손수조 후보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선거전의 일환으로 깨끗하고 유쾌한 선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후보의 뜻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색깔론 아닌 '맹목적 추종' 비판... 상대방은 언급도 없는데 왠 '공세'?

그러나 이런 손 후보측의 '반격'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가령 손후보 측은 '자신이 직접 걸어놓은 사진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데 그쳐야 했다. '색깔론' 운운하면서, 문 후보의 말을 인용한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우선 누리꾼들이 '북한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박 위원장 사진이 선거사무소에 걸려 있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사진에 쓰여 있는 글이 '21세기의 리더십, 부드러운 힘'이라 돼 있고 무궁화를 배경으로 한 사진 배경이 박 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돼 있는 게 김일성·김정일 부자 찬양 내용으로 가득한 북한 선전물을 연상시킨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반응이었다.

또 색깔론이라고 하면 사상이 다른 상대방을 '친북세력'으로 규정해 이념 공세를 취하는 것을 일컫는데, 해당 사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손 후보를 친북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념 공세는 아니었다.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걸어놓고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듯이 손 후보가 박 위원장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맹목적 추종'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북한스럽다'는 말 자체는 색깔론과 비슷할지 몰라도 내용상으론 전혀 다른 사안인데 손 후보 측이 '색깔공세'라는 말로 역공을 취한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또 손 후보측은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선거전' '혼탁한 선거' 등의 말을 동원하면서 '박근혜 사진'의 여파를 자신을 향한 공세로 표현했다. 하지만 손 후보 사무소의 박근혜 위원장 사진에 대해 비판한 상대 당의 논평도 없고,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이를 언급한 바가 없다. 공세를 편 이가 없는데, 공세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선거풍토'를 강조하고 있는 27세의 손수조 후보. 그의 주장이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누리꾼에게 뺨맞고 상대 후보에게 화풀이하는 식의 선거운동 방식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손수조#색깔론#박근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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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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