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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 일출봉에 오르기 전 포즈를 취했습니다.
성산 일출봉에 오르기 전 포즈를 취했습니다. ⓒ 임현철

 성산 일출봉입니다.
성산 일출봉입니다. ⓒ 임현철

 25년 전에도 이런 길이었을까?
25년 전에도 이런 길이었을까? ⓒ 임현철

"가위바위보, 복불복으로 대표 주자를 보내자."

우리 일행은 지난 17일(토) 성산 일출봉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외쳤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복불복으로 결정하자고 할 정도로 성산 일출봉에 오르기를 꺼렸습니다. '쿵 하면 담 너머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는 속담처럼, 성산 일출봉은 척 보니 가파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질 체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터라 뒤 날이 걱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복불복은 말뿐, 일행은 모두 정상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정상을 오른 이유는 단지 하나였습니다. 25년 만에 다시 찾은 겁니다. 추억 되짚기였습니다. 성산 일출봉은 대학 시절에 와 보긴 했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이라곤 전혀 없었습니다.

"여기는 오르고 나면 다리가 뻐근해. 오르기 전에 다리부터 풀어 둬."

벗의 선전포고였습니다. 벗의 권유에 단단히 각오했습니다. 이럴 때 아니면 운동할 시간을 있어야죠. 헉헉~, 숨이 가빴습니다. 가쁜 숨은 사진을 찍으며 달랬습니다. 오를 때마다 풍경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야, 세계자연유산이며 세계지질공원인데 어련하겠습니까.

"야, 여기서 사진 찍지 마. 정상에 가면 엄청나."

제주에 터를 잡은 벗은 풍경을 훤히 꿰차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1년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오를 정도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묵묵히 산을 올랐습니다.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른다는 말만 생각하고. 그렇지만 오르는 동안의 그간의 삶을 반성하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래서 산이 좋은 게지요.

"여기서 포기하지 마세요, 평생 후회할 겁니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본 풍경은 감탄스러웠습니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본 풍경은 감탄스러웠습니다. ⓒ 임현철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일행과 인증 샷을 남겼습니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일행과 인증 샷을 남겼습니다. ⓒ 최은수

 성산 일출봉에서 본 해안선은 세계 제일이었습니다.
성산 일출봉에서 본 해안선은 세계 제일이었습니다. ⓒ 임현철

"와~, 대단하다."

정상에서 감탄이 절로 터졌습니다. 5년 전, 찾았던 세계 3대 미항인 브라질 리우(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에 올라 봐라 본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였습니다. 역시 제주는 세계 제일의 관광지였습니다. 오르기를 망설였던 게 죄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아무리 25년 만에 다시 찾았다고 한들, 어찌 이런 아름다움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까, 의아스러웠습니다. 당시에는 세상 보는 눈이, 자연을 감상하는 마음이 메말랐던 게 분명했습니다. 새로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함이었습니다. 가슴에 풍경을 실컷 담았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삶에서도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 그만 오를래. 갔다 와."

내려오는 길에 고지가 바로 앞인데 오르길 포기하는 아주머니와 마주쳤습니다. 성산 일출봉을 먼저 오른 사람으로서 듣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참견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지 마세요. 이 풍경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겁니다. 힘내고 오르세요."

아주머니가 힘을 냈습니다. 뿌듯하데요. 해돋이 명소로 성산 일출봉이 손꼽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일 년이면 몇 차례 올 정도였습니다. 그때마다 일행이 가자고 하면 왜 한 번 봤다고 손사래를 쳤을까? 과거의 여정이 털끝만큼도 기억나지 않는 곳을 가 봤다고 말할 건 아니나 봅니다.

성산 일출봉을 보고 나니 삶의 힘이 절로 솟습니다.

 우도가 오라고 손짓하는 듯합니다.
우도가 오라고 손짓하는 듯합니다. ⓒ 임현철

 성산 일출봉 아래 해안선입니다.
성산 일출봉 아래 해안선입니다. ⓒ 임현철

 저녁노을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노을이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성산일출봉#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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