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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회를 마친 후 영화관 앞에서 기념촬영한 '다문화영상아카데미' 감독들 |
ⓒ 야마다다까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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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문화영상아카데미' 상영회가 열렸다.
지난 여름에도 내가 직접 취재하러 간 경험도 있었고, 그날도 인천시 부평구의 '인천여성의 전화' 내 '아이다마을'에서 '문화해석자' 모임을 마친 후에 직접 가기로 해서 가게 됐다. 우리 '아이다마을' 주민들이 '다문화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찍은 작품들도 궁금하기도 했다.
그날은 일본에서 일부러 이 '다문화 영상아카데미'를 보러 오신 관객까지 있었다. 오차노미즈 대학 젠더연구센터에 근무하신 국립 연구기관 연구원이며, 재일교포 3세인 서아귀씨였다. 몇 년 전부터 '아이다 마을'에 관심을 두고서 지난 3월에도 '아이다 마을'을 찾아오셨다. 특히 그녀는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이주여성들 인터뷰도 하면서 더욱 궁금해지게 된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일본과 미국에서 교육을 받아 한국어를 잘못한다는 그녀를 위해 옆에서 통역을 도운 덕분인지, 내 자신도 또다시 이주여성들의 표현 활동에 대해 관심이 깊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다문화 영상아카데미'의 큰 특칭의 하나가 지난해와 다르게 이주여성들뿐만 아니라 한국여성들도 포함해서 참여한 교육이다. 실습을 하기 전에 8주간은 인문학적인 수업까지 준비되었단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하게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아이가 없다는 이뮤만으로 불편하게 살아야 할 이주여성들어느 작품들도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공감을 느낄 점들이 많았다. 특히 인상에 남은 작품은 아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다큐멘터리였다. 아이가 있더라도 항상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할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주여성들의 재류자격에 더욱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주여성의 체류이야기> 속에는 감독이며, '한국이수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 팀장으로도 활동 중인 베트남 출신의 레티마이 투(Le Thi Mai Thu)의 실제 이야기가 나온다. 신청 후 3개월만에 영주자격을 받은 그녀는, 조금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국적수득신청을 해도 한동안 아무 소식조차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알고 보니, 자녀가 없는 이주여성의 경우 국적수득에 보통 2, 3년 이상 걸릴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또 영상 속의 인터뷰를 통해서 '소송 비자'라는 낯설은 비자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에게 이혼당했다는 어떤 이주여성이 소송하기 위해서 취득한 비자였지만 재류하는 동안에도 취직조차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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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영 후에도 기념 촬영 우측부터 일본 오차노미즈 대학, 젠더연구센터 서아귀, 그리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레티마이 투다. |
ⓒ 야마다다까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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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민주주의국가... '표현의 자유' 믿어요"영화 상영 후에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가지게 되면서 서아귀씨가 이런 질문을 꺼냈다.
- 문장이나, 연극이나 다른 표 현활동도 있을 텐데요, 왜 영화제작을 택했나요?"저는 내향적인 성격이라서요, 그림 그리기 등이나 다른 표현활동도 해봤지만, 아마 영상을 통하면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티마이 투씨는 밝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답해 주었다.
모든 행사를 마친 후 무대 위에서 너무 당당하게 서 있던 그녀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런 질문도 다시 했다.
- 이런 표현 활동을 계속한다면, 혹시나 가족이나, 이 사회에서 비판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하나요?"한국은 민주주의국가지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믿어요. 그래도 만약 비판 받은다면 투쟁 해야지요."
농담 같이 오른손을 올리면서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정도로 씩씩하게 보여서 보기 좋았다.
이주여성이든 한국여성이든, 같은 여성으로서 잘 어울려가면서 진행이 된 감독과의 대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주여성 영화제작워크숍'을 경험하면서 그 힘든 일들도 알게 된 나라도 "아, 다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느끼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제였다. 올해에도 진행이 될 '다문화 영상 아카데미'가 벌써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문화뉴스 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