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다양한 막걸리가 나오고 막걸리 애호가들이 늘었다. 궁극의 맛을 찾아 전국의 전통주 고수들을 찾아 다니는 이들도 있다.
애호가들이 발품을 팔아 찾아내는 술들은 시중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 많다. 고수들이 직접 빚은 술이기 때문이다. 술도 역시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빚은 '핸드메이드'가 명품이다.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에, 집에서 손수 빚은 술인 명품 가양주를 만드는 곳이 있다. 지난 3월 27일, '봇뜰'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상에 나온 고수, 권옥련 대표(53)를 찾아갔다.
안동 권씨 집안의 술 빚기권옥련 대표는 안동 권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집안 대대로 며느리들은 술 빚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녀의 친정어머니 역시 권씨 집안의 며느리로서 가양주를 빚었는데 이를 보고 배워 술을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맛도 손맛이지만, 사람 성격도 술맛에 영향을 줍니다. (술에) 흥미도 있고 해서 며느리는 아니지만 제가 (비법을) 전수받았죠."권대표는 친정어머니가 빚던 솔잎주를 응용, 송순(소나무 순)과 국화꽃으로 빚은 '순화주'로 지난 2008년 '1회 국선생 선발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술은 음료다. 때문에 물은 술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원료가 된다. 권옥련 대표가 이곳 남양주에서 본격적으로 술을 빚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물맛' 때문이었다.
1999년 남편의 직장 때문에 남양주에 정착했다. 봉사활동 및 지역활동을 통해 지금의 '봇뜰'이 있는 집의 주인을 알게 되었다.
권 대표는 "지하수를 받아 마신다는 이야길 듣고 마셔보니 정말 깨끗하고 물맛이 좋았다. 그때 이곳에서 술을 빚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침 1층이 비어 있어 '제대로 술을 빚어보려 하니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겠냐'는 권씨의 부탁을 주인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술을 배우고 싶고 마시고 싶은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이곳을 찾아왔다. 그러다 보니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장에게 물으니 이곳의 본래 지명이 보를 막아놓은 뜰이라는 의미의 '봇뜰'이라고 해서 그 이름을 받아 쓰기로 했다.
가양주의 발전을 위하여2009년에는 전통주를 공부하는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사단법인 '한국가양주협회'를 설립했다. 집에서 빚는 다양한 종류의 가양주를 알리고, 고문헌의 전통주를 복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한 단체다.
1년여간 회장직을 지내며 권 대표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일은 대학교 전통주 동아리 육성 사업이었다. 전통주를 복원하고 알려 세계화시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매년 3월 신학기마다 대학가의 음주로 인한 사망 소식이 2~3건씩 보도되는 것을 보며 음주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권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때부터 술 빚기와 더불어 음주문화를 배울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기회가 되면 개인적으로 계속 해보고 싶은 일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그녀는 협회장 직에서 물러나 '봇뜰'을 운영하며 술을 빚는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진천, 포천 등지에서 전통주 강의를 하고 있다. '봇뜰'에서는 따로 강좌를 열지 않는다.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직접 술을 빚고 싶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술 빚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찾아오시는 분들을 모두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건도 안 되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술을 마시면서 들여다봅니다. 선한 마음으로 배우러 오시는 분들에겐 수강료를 받지 않고 가르쳐드리죠."
집에서 빚는 명주'봇뜰'에서 빚어지는 술은 순전히 전통방식으로 만든 가양주다. 술의 맛을 좌우하는 누룩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입국 누룩과는 달리 자연발효시킨 전통 누룩을 사용한다. 재료도 질 좋은 국내산 쌀만을 고집한다. 일체의 감미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술은 종류에 따라 저온에서 숙성시킨다. 누룩, 쌀, 물로 사람의 손을 빌어 시간이 빚은 술이다.
'봇뜰'에서 판매용으로 만들어지는 술은 '봇뜰참막걸리'(알코올 10% 막걸리), '십칠주'(알코올 17% 막걸리), '맑은 생주'(약주) '봇뜰 홍주'(증류주) 네 가지다. 한 달에 빚는 술은 항아리로 네 독, 그나마도 파는 것은 두 독 분량으로 36L 정도다.
오히려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술을 꾸준히 만든다. 이화주, 삼해주, 애주 등의 전통 가양주를 빚고 연구하며 지인들과 마시고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이 봇뜰의 술을 맛볼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 단 네 곳. 서울의 전통주 전문점 '술익재', '세발자전거', '물뛴다'와 남양주의 '태능배갈비'가 그곳이다. 봇뜰의 막걸리와 술의 가치를 아는 주인장들이 직접 권옥련 대표를 찾아와 판매용 술을 빚어달라고 해, 소량만 상품화해서 판매하고 있다.
자식 같은 전통주 사랑권옥련 대표는 '봇뜰'을 운영하고 있지만, 양조장의 대표라기보다는 전통가양주 장인이다. 마음에 드는 술이 나오지 않으면 속이 상해 내놓지 않는다. 술을 만들어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도 없다.
"남는 장사도 아니고 오히려 있는 돈 써가면서 술 퍼주는 장사죠. 그래도 좋은 술로 좋은 인연 맺고 있으니 그보다 더 값진 게 어디 있나요."그녀가 전통주에 대한 사랑만 가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 덕분이다. 술은 입에도 못 대는 남편이지만, 술을 빚을 때 조금이라도 대충하는 부분이 있으면 외려 나무란다고 한다.
하나뿐인 딸도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전통주 공부를 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오랜 시간 술을 빚어온 어머니를 지켜보고 도우면서 전통주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그녀도 딸이 마음만 있다면 가업으로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날 술에 대해서 물어 보더라고요. 궁금한 게 생겼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니까. 저는 이 시대에 이 방식대로 술을 빚고, 딸아이는 또 이어 받아서 저만의 술을 빚겠죠."그녀가 배로 낳은 자식은 하나뿐이지만, 손으로 낳은 자식은 셀 수 없이 많다. 정성껏 손으로 만져 빚고 매일 관심을 쏟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만 좋은 술이 된다. 그렇게 하면 술은 알아서 자라 좋은 향과 맛을 낸다.
"다 자식 같은 마음이죠. 때로는 마시고, 풍류를 즐기고. 제가 아마 세상에서 자식이 제일 많을 거야(웃음)." 그녀가 바라는 것은 전통주의 다양성을 알리는 것이다.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을 좋은 술들이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 술이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며, "전통주를 아끼고 찾는 사람들의 모임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 |
시중에서 판매되는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대체로 6~8%이다. 본래 물을 섞어 거르기 전의 막걸리 원주의 알코올 도수는 15~16%정도 된다. 여기에 물을 더해 평균 도수 6%의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다..
1949년 11월 11일 주세법시행령 대통령령 제213호가 시행되면서 술의 도수가 엄격하게 규제되었다. 1990년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정부는 탁주의 알코올 도수를 6도에서 8도 사이를 오가는 수준으로 통제했다.
알코올 도수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다양한 막걸리의 유통을 저해하고 양조장들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현재의 탁주는 주세법 상으로 도수 3% 이상이면 된다. 시중에도 15도짜리(낙낙생막걸리)나 16도짜리(부자) 막걸리가 나와 있다.
권옥련 봇뜰 대표의 말에 따르면 "도수를 맞추느라 물을 타는데 그러면 술맛이 약해진다. 많은 곳에서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라고 한다. 그래서 '봇뜰'에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도수가 높은 '십칠주'막걸리를 내놓았던 것이다. 봇뜰의 '참막걸리'와 '십칠주'는 각각 알코올 도수 10%, 17% 이다. * 참고자료 <막걸리 넌 누구냐>(허시명, 예담)
|
덧붙이는 글 | 봇뜰 인터넷 까페 cafe.daum.net/031.528.3150.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