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카메라에 등을 돌리고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이 있다. 한 사람은 '확실히' 여자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상의를 입고 있지 않다. 이 사람은 남자 같기도, 혹은 여자 같기도 하다. 그 옆에 있는 사진은 '정상적인' 집 안 풍경이다.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부엌 싱크대에 서 있고 남편인 듯한 사람이 식탁에 앉아 있다. 두 사진은 같은 사람들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그럼 상의를 입고 있지 않은 사람이 남자인가.
"이 분은 FtoM(Female to Male의 줄임말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행사 관계자는 이 두 사진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은 22년째 부부로 살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선 이들을 '정상적인' 부부가 아니라고 한다.
정상가족 관람불가?
지난 5월 26일부터 오는 6월 1일까지 대학로 갤러리에서 '정상가족 관람불가전'이라는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정상가족 관람불가전'은 성적소수자의 파트너십, 비혼여성, 비혼모, 장애여성가족, 비혼여성공동체, 주거공동체 및 공동체가족의 실제 삶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다.
이번 사진전의 목표는 이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비정상가족'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같은 '비정상가족'들이 공감을 느끼며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전시회는 언니네트워크와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주최했다.
26일은 전시 첫날을 기념하는 오프닝 행사가 진행됐다. 오프닝 행사는 '묻지마중창단'의 합창으로 시작되었다. 행사 총괄자인 '더지'의 인사말과 함께 사진 촬영에 함께한 전주비혼여성공동체 '비비'의 '마을'과 가족구성원연구모임의 '꾼'이 이번 행사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며 어려웠던 점에 대해 '마을'은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데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꾼'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냥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닉네임'을 사용하여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그들의 문화처럼, 촬영에 임한 모든 이들이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들 삶의 희로애락을 다 보여주겠다는 사진전의 취지와는 달리 사진 속 이들의 표정에 '희'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우리는 아무래도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편견과 항상 마주해야 하는 이들에게 카메라 앞에 서게 하는 것은 찍히는 사람이나 찍는 사람이나 힘든 일이었다. 행사 진행 담당 '더지'는 지난 5개월간의 촬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정상적인 가족이 있나요?" '더지'는 이렇게 말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4인 가족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진 가족이라고 해서, 엄마와 아빠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 폭력 등의 '비정상'적인 상황에 시달리기도 하고 사실상 아이를 기르는 것이 엄마만의 몫이 되기도 한다. 비혼모 가정이라는 '비정상'적인 가족과 큰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다.
장애인 부부는 결혼과 출산으로도 일반적인 가정이라는 말을 듣지 못한다. 가족으로서의 생활 하나하나에 부모님, 활동 보조인이 개입해야 한다. 엄마의 역할과 존재 의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 가정이 되는 것이다. 사회는 이상적인 가정이 되라고 강요하지만, 역설적으로 비정상 가족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계속 늘어나는 비정상 가족들... 비정상 가족이란?
비정상 가족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혼인제도 밖에 있는 가족들, 제도 안에 있긴 하지만 장애인 부부처럼 이상적이지 않은 가족을 저희는 비정상 가족이라고 규정을 지었어요. 그리고 비정상들도 정상들만큼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구요. 우리 비정상끼리의 위로의 표현이기도 하구요.""그 사람들 이야기가 맞아요. 이기적인 거고.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아이 때문에 그러고 싶지는 않은 거. 내 삶도 있는 거고, 아이한테 재아한테 계속 미안해 할 수밖에 없겠지만 아빠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 엄마가 애 아빠랑 안 맞는데, 그걸 계속 맞춰가면서 산다고 해도 트러블이란 게 있을 수밖에 없고. 재아가 나중에 아빠를 보고 싶어 할 때 인지할 수 있게끔 그렇게 해주고 싶은 거지, 굳이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비혼모 '지순'가족이라는 틀을 다양하게 보자는 이들의 외침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발칙하게 보인다.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 틀 밖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서 그쪽을 선택하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비혼모인 지순은 이렇게 말한다.
모두에게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하나의 모습일 수 있을까? 기존의 가정 안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정상가족 관람불가전'을 통해 새로운 대안 가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덧붙이는 글 | 차현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