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6.25전쟁이 발발했던 날이었다. 올해로 62주년이 되었는데 그래서일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메인에서 '6.25전쟁 62주년'이라는 글을 보고 '아!, 오늘이 그 날이구나'라고 겨우 생각해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동안 남북분단이라는 단어는 나에게서 1년에 한 번 생각해볼까 말까 한 게 돼버린 것이다. 물론 올해는 <더킹 투하트>라는 드라마 때문에 몇 번 더 생각해 보기는 했다.
어쩌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가 다른 나라의 사람보다 통일이나 분단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아무래도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 겉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핵문제에 연평도 사건까지 여러 사건들이 북한과의 통일을 거의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나만 해도 통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다른 정치, 사회, 문화에 교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도무지 통일이라는 게 이루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통일 후에 올 좋은 점이라곤 군대를 안 갈 수도 있다는 멍청한 생각뿐이었다. 안 좋은 점들이 나에게는 훨씬 와닿았다. 정말 통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새로운 100년>은 통일은 우리나라를 위해서 꼭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통일을 맹목적인 믿음처럼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경험과 사실을 통해 통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치나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어찌 보면 해결책이라는 게 약간 식상할 수도 있다. 들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몇 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그 길이 어떨 것 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 길을 가는 것은 우리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지도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100년>은 우리가 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안내자 역할에 좀 더 중점을 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많은 부분 중에서 가장 강하게 와닿은 것은 '통일의 필요성'보다는 '역지사지'라는 단어다. 나는 항상 북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왜 북한 사람들은 자신이 굶어 죽어가는 환경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반항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이 독재정권에 대항했던 것처럼 북한 사람들도 똑같이 하면 바꿀 수 있지 않겠냐는 의문을 지금까지 가지고 오고 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새로운 100년> 5장에서 자세하게 해준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북한이 이제는 왕조국가로 변화되었다. 자세히 보니 북한은 이제껏 왕조국가였다. 그러니 지금의 북한체제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좀 더 포용적인 자세로 북한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잘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런 체제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선 그런 상황이 꽤나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장애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 법규 하나 짓는 데도 티격태격 싸운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생각나는 대로 뱉는 습관은 우리 세대에서 흔하고도 흔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거나 받았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수도 없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나와 타인과의 다른 점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정작 실제로는 적용이 잘 안 된다. 그렇기에 버리기 것보다는 좀 더 노력해서 우리 삶에 제대로 적용시켜야 하지 않을까? 100년 앞을 내다보고 살기 위해서는 버리기엔 너무 값진 요소인 것 같다.
통일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이 없다는 것. 통일에 대한 남북시민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다른 나라의 생각들보다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통일보다는 평화 위주로 분단문제를 생각하는 이 상황에서 과연 통일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이 나타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자주적인 생각을 가지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에 따른 정치인이 나올 것이고 통일을 향해 좀 더 큰 한 발짝을 나가게 될 것이다. 물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나온 대로 통일 후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 그 힘든 것도 다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런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위해 이 독후감을 통해 법륜스님과의 만남을 한 번 가져보고 싶다.(중국여행은 덤이다.)
덧붙이는 글 | '<새로운 100년> 독후감 공모' 응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