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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27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스마트워크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전하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27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스마트워크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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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하기도 전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벤처기업인 출신 전하진(성남 분당을) 새누리당 의원이 말 그대로 '호된 신고식'으로 치르고 있다. 국회 개원 전부터 기업들을 상대로 행사 협찬금을 강요한 '못된 초선'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반면 벤처업계에선 초선 의원의 의욕 과잉이 부른 '성장통'이라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기업 협박' 초선 의원 의혹과 진실

CBS는 지난 29일 전하진 의원실에서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움' 행사를 준비하며 기업들을 상대로 수백만 원에서 최대 2천만 원까지 협찬금을 강요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못된 초선의원… 벌써부터 기업에 "돈 좀...").

이에 전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기업들이 후원해준 돈은 내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투명한 절차에 따라 행사를 위해 쓰일 것"이라면서 "마치 기업들 협박해서 돈 뜯어내 내가 착복한 것처럼 기사가 쓰여 억울하고 착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찬 과정에서 전 의원이 '친박계'로 분류되고 소속 상임위가 기업과 관련 깊은 '지식경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데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선공약'이라고 '압박'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전 의원은 다시 사면초가에 몰렸다.

결국 전 의원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던 행사를 취소하고 2일 블로그에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죄송할 따름"이라며 사실상 사과했다.

전 의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좋은 취지로 하는 행사인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협박이나 압력으로 느꼈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스스로 그런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면서 "국회 개원 전에 의욕적으로 하려다보니 마음이 급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회 개원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일정에 쫓겨 행사를 준비하려다 발생한 실수일 뿐 착복 의도나 협박은 없었다는 것이다. 

'협박·강요' 없었지만... 무리한 일정과 과욕이 화근  

전하진 의원실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이 행사는 지난 5월 말 중견 벤처기업 대표들이 모인 글로벌선도벤처포럼에서 처음 논의됐다. 당시 벤처기업에서 구인난을 호소하자 전 의원은 스펙을 보지 않고 좋은 인재를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공모전을 제안했고 본인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벤처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에 대한 벤처업계 기대도 한몫 했다.
 
전 의원과 평소 친분이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한글과컴퓨터, 휴맥스 같은 중견 벤처기업들이 협찬 의사를 밝혔고 중소기업청에서 예산 지원도 약속했지만 구직 행사 '모양새'를 갖추려고 대기업에 손을 벌린 것도 화근이었다.

6월 초부터 보좌관들이 나선 결과 삼성,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J, NHN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6월 말까지 돈을 입금한 곳은 두 군데 정도였지만 국회에 나붙은 포스터엔 이미 기업들 로고까지 박혔다.

한 협찬 기업 관계자는 "행사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지 협찬 과정에서 어떤 협박이나 압박은 없었다"면서 "수천만 원도 아니고 수백만 원 때문에 협박이라고 느낄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일 분당 한국잡월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 포스터.
 오는 12일 분당 한국잡월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한민국 행복찾기 미래심포지엄 포스터.
ⓒ 전하진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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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취업 지원 없이 1회성 협찬 '생색내기'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선뜻 행사 취지에 동의해 협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작 심포지엄과 함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스펙타파' 공모전에서 뽑힌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선뜻 나선 기업이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여당 의원에게 밑 보여 좋을 게 없는 기업들로선 '1회성 협찬'으로 생색내기만 한 셈이다.

여기에 전하진 의원실도 빌미를 제공했다. 한 보좌관은 "(대선공약을 언급한) 문자 메시지는 평소 보좌관과 친분이 있는 특정 기업에게만 보낸 것"이라면서 "전 의원 뜻과는 무관하게 보좌관의 의욕 과잉이 빚은 일인 만큼 개인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절차상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전 의원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국회 미래인재육성포럼과 자신이 한때 부회장을 지낸 벤처기업협회에서 행사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협찬금을 의원실 계좌가 아닌 벤처기업협회 계좌로 입금하게 한 것도 오히려 '착복' 의혹을 부추겼고 행사 장소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 한국잡월드로 잡은 것도 '지역 행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행사 협찬금은 협회 차원에서 투명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전 의원 쪽에 돌아가지는 않는다"면서 "행사 장소도 벤처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판교디지털밸리와 가까운 곳에 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초선 의원의 성장통? '스펙 타파' 명분 잃어 

벤처 1세대로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전 의원이 자기 잇속 채우려고 협찬을 독려한 건 아니다"라면서 "열정이 넘치다 보니 평소 주장해온 '스펙 타파'를 빨리 터뜨리고 싶은 욕심에 행사를 서두르다 발생한 실수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내 신분이 변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한글과컴퓨터, 네티앙 대표를 지냈지만 회사가 문을 닫는 위기를 경험한 전 의원은 그동안 '스펙'을 떠나 스토리와 공감, 회복 탄력성, 성취 등 4가지를 갖춘 SERA형 인재 양성을 주장해 왔다.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던 심포지움은 취소됐지만 총상금 3000만 원을 건 '스펙타파 공모전'은 벤처기업협회에서 예정대로 진행한다. 공모전에는 이미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응모한 상태다.

전 의원의 순수한 의도가 받아들여진다면 '못된 초선 의원' 이미지는 벗을 수 있겠지만 이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스펙'을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국회의원이란 '스펙'을 내세워야 기업에게 통한다는 '현실'만 일깨워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초선 의원의 성장통' 정도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태그:#전하진, #스펙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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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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