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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대량 해고 사태 당시 무려 309일간 고공시위를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12일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시위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간접강제결정을 내려 하루 100 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여한 바 있다.
 한진중공업 대량 해고 사태 당시 무려 309일간 고공시위를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12일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시위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간접강제결정을 내려 하루 100 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여한 바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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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께서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설령 되더라도 정말 이 땅에서 섬겨야 하는 예수, 고난 받는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이 누군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시기 바란다."

12일 오후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민주통합당이 채택한 증인으로 출석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사법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항의하며 부산 영도 조선소 내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했다. 당시 담당판사였던 김 후보자는 사측의 퇴거명령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김 지도위원이 빨리 내려오도록 하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며 "사측은 150만 원을 요청했지만 내가 100만 원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그런 얘기를 듣고 이 자리에 있다는 데 대단히 모욕감을 느낀다"며 "대법관 후보로 올라오신 분이 그 정도 인식밖에 안 되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벌금 깎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느냐"며 "노동자들을 내모는 판결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절망을 안기고, 눈물 흘리게 만드는지 (김 후보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청문위원들은 김 지도위원에게 사측이 법원에 퇴거 및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지 하루 만에 김신 후보자가 이를 받아들이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이 과연 적합했느냐를 집중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제가 크레인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우려됐다면 대화해야 할 것 아니냐"며 "왜 거기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 최소한 상황은 알아봤어야 했는데 제대로 검토나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크레인으로 올라간 것을 법이 헤아려주지 않으면 누가 헤아려주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종교 편향 등의 문제에 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종교 편향 등의 문제에 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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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후보자와 함께 법관 생활을 한 이기중 전 부산고등법원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법원장은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사건은 (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 중이어서) 심문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법원장은 이행강제금 부과가 "통상적으로 하는 간접강제의 한 방법인데 워낙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 돼 시각차에 따라 비판이 클 수 있다"며 "돈에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한성 의원(새누리당)이 "김 후보자는 증인이 돈에 겁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테고, 증인도 겁낼 분이 아니다"라고 이 전 법원장을 두둔하자 김 지도위원은 "저도 겁난다"며 "100만 원이 애 이름도 아니고… 저는 하루하루 계산했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이 전 법원장은 "(김 후보자가) 열린 마음을 갖고, 법 규정에 집착하기보다 입법 취지를 생각하며 판결해 왔기에 부산 법조인들은 대법원에 가면 훌륭한 판결을 할 것으로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후보자가 (퇴거 등을) 하루 만에, 사측 요청에 의해 결정을 내렸다는 것보다 100만 원 이행금을 물리면 제가 내려올 것으로 판단한 점이 더 절망스럽다"며 "이런 분들이 대법관이 되면 노동자들이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마음이 따뜻하고, 천막 농성장에 단 한 번이라도 가본 분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게 역사의 순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증인·참고인 심문시간 동안 옆방에서 대기했던 김 후보자는 자리에 돌아와 "아무리 약한 사람 심정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제 경험과 인식 범위 내에서 하는 것 같다"며 "김진숙씨 증언을 들으며 그 분이 가진 고통, 또 노동자들의 큰 고통을 생생하게 듣는 기회를 갖게 돼 자신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김신#김진숙#대법관#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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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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