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 사학재단 이사장이 최근 3년여간 해외 원정도박으로 약 80억 원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따르면, 김용식 신진학원 이사장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호텔 등에서 총 630만 달러(약 80억 원)를 도박자금으로 탕진했다.
<시사인>은 MGM그랜드, 미라지 등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 12곳이 제휴해 맺은 체인 'M클럽'의 내부서류 등을 입수해 김 이사장의 해외원정 도박 사실을 보도했다.
김 이사장의 해외원정도박 사실이 구체적인 내부자료를 통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1970년대 초반까지 삼성, 럭키그룹과 경쟁하던 거화그룹 창업주 김창원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신진학원은 지난 1968년 설립된 사학재단으로 1996년 김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그가 이사장직을 이어받았다.
김 이사장은 현재 신진자동차학원(3곳)과 (주)한무컨벤션(강남 오크우드호텔 임대 관리업체), (주)청주관광호텔 등 교육용 수익사업체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오크우드호텔의 카지노 시설을 임차해 '세븐럭'이라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며 매월 7억여 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도박대회에 참가해 1위 하기도
김용식 이사장은 M클럽에 '비밀VIP' 회원으로 등록해놓고 2008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M클럽 소속 카지노 호텔들을 출입했다. 그가 도박하는 데 보낸 시간은 총 243시간 22분으로 특히 2011년에 집중돼 있다.
김 이사장은 현찰(280만 달러)과 칩(222만 달러), 신용(127만 달러) 등 세 가지 방식으로 도박자금을 운용했다. 이렇게 3년여 간 운용한 도박자금이 총 63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딴 돈은 10만8000여 달러에 그쳤다.
김 이사장은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M클럽 등이 주최한 도박대회('세계포커대회')에도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참가한 도박대회는 주로 M클럽 고객 중 거액을 잃은 VIP를 상대로 한 '사은행사' 성격의 대회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에는 1위, 2011년에는 216위를 차지했다.
<시사인>에서 입수한 폐쇄회로 TV화면 사진에는 이 도박대회에 참석한 김 이사장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특히 이 사진에는 카지노업계 배후 실력자로 알려진 재미교포 마카오리씨의 모습도 보여 눈길을 끈다. 마카오리씨는 과거 장재국 <한국일보> 전 회장의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사건 때 현지에서 장 전 회장을 안내했던 인물이다.
한 미국 현지 교민은 "라스베이거스 한국계 딜러 중에서 한국인 큰손 김용식씨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신진학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한 관계자는 "김 이사장은 1980년대 부친이 라스베이거스 도박사건에 연루돼 구속됐을 당시부터 부친을 따라가 함께 카지노를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김 이사장의 부친인 김창원 회장은 지난 1984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당시 23만 달러를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김용식 이사장 "보도를 보류해 달라" 요청김 이사장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해외출장중이라 당분간 그 문제에 대해서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해외출장중에 하신 일을 언론이 그렇게 뒷조사해 보도해도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다만 외유 중인 김 이사장은 지난 13일 <시사인>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형제간의 다툼 때문에 도박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며 "다음 주말에 귀국해 모든 것을 말할 테니 보도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이사장은 '총 630만 달러를 도박자금으로 쓴 것을 인정하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