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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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새누리당이 온통 시대착오에 휩싸였다. 그것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주자들이 군사반란을 미화하고 반공교육 부활을 외치는 등, 이들 중 대통령이 나온다면 한국이 30~40년 전으로 돌아가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새누리당의 확고부동한 지지율 1위 경선 후보이자 여야 통틀어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박근혜 후보는 지난 16일 5·16 군사쿠데타를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근거는 "그 후에 나라 발전이라든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것.
박 후보는 지난 6월 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경선이 부정하게 치러진 일로 사퇴·제명논란이 있었던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말엔 비례대표 경선부정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 두 가지 언급만 봐도 박근혜 후보의 '과정이 좋지 못해도 결과가 좋으면 된다'는 생각, 사상의 자유보다는 '사상의 일치'를 중요시하는 생각이 드러난다. 바로 민주적 절차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했던 박정희 정권의 '한국식 민주주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시대와 지금은 엄연히 다르고, 아버지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 하신 거고, 저는 이 시대에 맞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 부분이다. 아버지가 한 일을 긍정하지만 자신은 아버지와 똑같진 않을 거란 얘기다.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정권에 대해 이미 내려진 역사의 객관적 평가를 못 받아들이는 건 아버지와 딸이라는 특수관계의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관계도 없는 다른 경선 후보조차 박정희 흉내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은 새누리당이 과연 한국의 역사를 진전시킬 역량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반공교육 부활 주장에 MB 실패 외면한 친재벌 정책까지
지난 15일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다자대결 지지율 조사에서 5.7%의 지지율을 얻어 상승세를 탔다고 평가되는 김문수 후보는 지난 17일 초등학교 반공교육 부활을 주장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국가교육이 없다. 정통성을 부정하는 교육만 있다. 전교조 선생들이 이상한 걸 만들어서 하는 걸 봤을 것"이라며 "공산주의가 왜 나쁜지, 북한이 왜 문제인지, 초등학교부터 교육과정 필수로 들어가야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국가 전체의 모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TV 뉴스와 신문을 통해서도 북한의 상황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고, 보도되는 내용만 보더라도 공산주의가 왜 나쁜지, 북한이 왜 문제인지는 판단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무차별 적개심을 형성하기 쉬운 초등학교 반공교육은 남북 간 체제경쟁이 치열했던 60~70년대로 시곗바늘을 돌려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문수 후보의 시대착오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 후보는 야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맞선 친기업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놨다. 김 후보는 '각종 대기업 규제를 풀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고, 대기업 법인세를 더 낮출 뿐 아니라 상호출자제한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고환율과 감세정책,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규제 완화로 대기업을 적극 지원했지만 결과는 부의 집중과 일자리창출 실패로 나타났다. 재벌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면서도 신규투자에는 주저하는 대신, 동네 빵집, 꽃배달, 순대 등에까지 손을 뻗쳐 골목상인들을 울리고 있다.
트리클 다운(대기업 성장을 촉진하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총체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게 된다는 경제이론) 효과가 미미해져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소기업으로 이익배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대기업이 잘 해도 대기업 일자리뿐 아니라 중소기업 일자리도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을 북돋워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김문수 후보의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애써 외면한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
시대착오적 행태에도 조용한 새누리당... 역시 민정당의 후예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개혁과 쇄신을 내세우고, 국회의원 특권포기 등으로 이미지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는 제헌절 하루 전 5·16 군사쿠데타라는 헌정 유린 사태를 두둔했고, 또 다른 대선 후보는 반공교육 부활을 주장하고 친재벌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당내에서, 각 후보 캠프 내에서 이런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한 비판과 수정 시도가 없다. 독재자 보위세력이자 특권층 옹호당이었던 민정당의 명맥이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새누리당에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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