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동지중고등학교가 직접 운영해왔던 학교 급식을 9월 1일부터 위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급식종사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동지중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하루 3식의 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관리의 어려움이 있다며 급식종사원들을 위탁업체에서 고용해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급식종사원들이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퇴근하기 때문에 선호하지만 고등학교는 하루 3식을 하기 때문에 일이 힘들어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면서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학생들의 급식을 위해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지고등학교에는 15명의 급식조리원들이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7시 30분까지 14시간 이상을 근무하면서 하루 1500여 명 분의 급식을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씩 하고 있다. 이중 12명은 올해 9월부터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이 학교의 급식종사원들은 평균 7~8년 근무를 했다.
학교 행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7월 외주위탁을 하기로 결정하고 행정실을 통해 '계속 근무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를 7월 30일까지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계속 근무를 희망할 경우 위탁업체에 고용승계를 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식종사원들은 급식을 외주로 돌릴 경우 급식의 질이 떨어지고 임금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고용 보장도 안된다는 것이다.
경북교육청도 두차례에 걸쳐 동지고등학교가 급식을 직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했으나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교육청 담당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급식종사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 일방적으로 외주로 돌리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급식을 외주로 돌릴 경우 교육청에서 급식조리원 2명분의 임금도 지원하지 않는다"며 "그 금액은 연간 35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강도 높으면 인력 더 충원해야지... 외주로 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동지고등학교가 급식을 외주로 위탁하려고 하는데는 현 이사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지고등학교는 동지교육재단에 소속되어 있는데 동지교육재단은 동지중고등학교와 동지여자중고등학교 등 4개의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재단에 소속된 동지여중고가 부분위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관계자는 "외주업체에 현재 지급되는 급식조리원들의 임금 총액을 외주업체에 지급하기로 했다"며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더 돈을 주지 않아도 잘 운영하고 급식의 질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탁으로 돌릴 경우 고용문제, 임금문제, 급식 질의 무제, 교육청으로부터 중단되는 인건비에 대한 대책 등을 전혀 세우지 못했지만 재단이사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급식조리원들과 경북교육청은 우려를 나타냈다. 동지여고의 경우에도 직영으로 운영하다가 외주로 돌리면서 급식 질이 상당히 나빠졌다는 것이다. 또 외주로 돌릴 경우 외주업체가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임금도 상당부분 하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전국여성노조 배현주 대경지부장은 "동지고등학교가 급식 전문업체에 외주를 준다고 하지만 지금 계약한 업체는 인력 전문 업체가 아니라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라며 "노동강도가 높으면 인력을 더 충원해야지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주로 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급식조리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자신들에 대해 고용보장과 급식 질이 떨어지는 외주 위탁을 중단하라며 동지고와 포항교육지원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9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갖고 외주위탁 중단을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