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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강철왕> 제작에 이미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는 "<강철왕>이 다루는 시대는 박정희 집권기다, 드라마의 성격상 필연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치적을 과장하고 박정희에 대한 개인적 미화를 피해가기 어렵다"면서 "유력한 여권 후보의 아버지를 미화하는 방송이 어떻게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라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 13일부터 공사가 시작된 세트장 20km 거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올해 방송 목표로 지난해 3월 '편성의향' 공문 보내"

 KBS가 지난해 3월 <강철왕> 외주제작사에 보낸 공문.
KBS가 지난해 3월 <강철왕> 외주제작사에 보낸 공문. ⓒ 배재정 의원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 열린  '2011 회계연도 KBS 결산 보고'에서 KBS가 외주제작사인 (유)강호프로덕션에 보낸 '드라마 <강철왕>(가제) 편성의향 통보'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을 보낸 시기는 지난해 3월 31일. 당시 KBS가 강호프로덕션 쪽에 보낸 공문은 드라마기획국 팀장, EP, 국장 직무대행의 결재를 거친 것으로 돼있다. 배 의원은 "이는 KBS가 줄곧 '올해 6월 1일 드라마 기획회의를 한 뒤 6월 12일자로 제작사에 편성의향을 통보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면서 "KBS는 단 한 차례의 내부 드라마 기획회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미 지난해 3월 공문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고 꼬집었다.

방송예정일 또한 KBS의 주장과는 차이가 난다. KBS는 그동안 "제작사가 올해 방영을 요구했으나 대통령 선거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내년 1월로 (방영 시기를)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KBS가 제작사에 보낸 공문에 명시된 방송예정 시기는 '2012년 상반기'. 지난해 11월 24일 포항시가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서도 올해 6월까지 부지조성 및 세트장 건립을 마치고, 7월부터 12월까지 드라마 <강철왕> 제작을 마친 뒤 12월에 방송이 나오는 것으로 적혀있다. 

'편성의향' 공문을 보낸 지 한 달 여 뒤인 5월 6일, KBS는 제작사 관계자 4명과 함께 포항시를 직접 방문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포항시가 경상북도에 보낸 공문에 나타난다. 배재정 의원은 "당시 면담 자리에서 포항시는 곧바로 드라마 세트장 건립과 제작비 지원 의향을 밝혔다"면서 "포항시 입장에서는 KBS 관계자가 직접 방문한 것이어서 편성이 확정된 것으로 알고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포항시의회와 경상북도의회는 <강철왕> 제작에 각각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인규 사장 "'선거 영향' <강철왕>, 올해 방송 못 나가"

결산 보고에 출석한 KBS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기획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편성의향 통보'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과 관련해 고영탁 KBS 드라마 국장은 "편성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편성의향서가 있어야 초기 제작 단계에서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외주제작사에 편성을 원하면 편성의향서를 떼준다"고 말했다.

KBS 관계자가 제작사 관계자 4명과 함께 포항시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고 국장은 "이재영 CP가 제작사 대표, 유정숙 작가와 함께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CP가 서울출신이라 포항제철을 한 번도 못 가봐서 드라마 제작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상황을 보러 갔다"고 답했다.

이어 배재정 의원이 "올해 방영이 아니라 내년 방영예정이라고 했지만, 공문을 보면 <강철왕>은 원래 올해 방영될 예정이었다"고 꼬집자, 김인규 사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은 나갈 수가 없다, KBS에 그 정도로 자정능력은 있다"며 "올해 방송은 나갈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용길 콘텐츠 본부장은 "아직 대본이나 여러 가지가 미비해서 편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확정될 경우 좋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철왕#이길영#김인규#배재정#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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