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잘 계시죠?""아니. 지금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어."지인은 의례적 물음에 고생 중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을 먹일 사골 곰국 끓이다가 얼굴, 팔, 다리 등을 댔다고 합니다. 머리카락까지 탔다더군요. 걱정 속에 농담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각시가 집에서 곰국 끓이는 건 남편 버리는 준비라던데, 혹시 사모님도?"지인은 펄쩍 뛰었습니다. "내가 한 눈 안 팔고 얼마나 잘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겁니다. 자기처럼 "아내에게 져 주며, 맞춰 사는 사람이 없을 거다"며 "한 여자도 벅찬데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릴 생각은 애초에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김헌·신재은 부부와 함께 여행을 갔습니다. 당초 목적지는 전남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이었으나 가던 도중 전북 고창 '고창읍성'과 '선운사'로 바뀌었습니다. 미리 보는 단풍 구경 겸이었습니다.
밤늦게 사골국 끓인 건 남편 향한 사랑이었다?
땅을 밟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죠. 싸였던 스트레스 등을 버리니 가벼워지는 이치입니다. 지인 아내가 사골 국 끓이다 다친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했습니다.
"입술은 이제 다 나은 거죠?""다 나았는데, 입술이 두꺼워진 느낌이야. 남편이랑 뽀뽀도 못한다니까.""엥, 50대 중년 부부가 아직 뽀뽀를 해요?""우린 아침 출근할 때 뽀뽀하는데…."예나 지금이나 애정 넘치는 부부였습니다.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친 아내 간호는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답이 구구절절 이어졌습니다.
"난, 아내가 새벽에 곰국 끓이다 데였을 때, 화기 빼느라 한 숨도 못자고 9시간 내내 간호했어. 그리고 오전에는 회사 일, 오후에는 병원을 오가며 아내 치료에 매달렸다니까."이 정도면 괜찮은 남편이었습니다. 지인 아내도 "밤늦게 사골 국 끓이다 다친 건 남편을 향한 나의 사랑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들의 닭살 행각에, 손을 내밀며 화제를 돌렸습니다.
"아빠, 엄살은... 우리 아빠는 엄살이 너무 심해"
"이 손 좀 보세요.""어, 손 왜 그래?""집에서 아이들 삼겹살 구어주다가 기름에 데었어요.""그건, 자식 위하는 아버지의 영광스런 상처야."뜻하지 않게 칠칠치 못한 아빠에서 영광스런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머쓱하대요. 사실은 아들이 삼겹살 구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빠, 아빠가 삼겹살 좀 구워 줘요.""네가 구워.""기름이 튀어 무섭단 말예요.""엄살은, 조심히 구우면 돼지." 이랬던 아빠가 데었으니 체면이 영 아니었습니다. 손 데인 후 "따갑다"고 했더니, 아들과 딸에게 말이 되돌아왔습니다.
"아빠, 엄살은... 우리 아빠는 엄살이 너무 심해."이랬는데, 지인은 자식을 위한 영광의 상처로 대접한 겁니다. 찔리긴 하대요. 아버지로써 자식에게 해야 할 일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하여튼 누군가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