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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관모욕죄로 기소됐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아무개 대위
 상관모욕죄로 기소됐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아무개 대위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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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한 글을 리트윗(RT)한 것도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며 이아무개(28) 대위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항소했다.

10일 <오마이뉴스>에서 입수한 군검찰의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제7군단 보통검찰부는 이 대위가 리트윗한 '개독신문 제목 <국가조찬기도회, "MB는 하나님이 기름 부은 대통령"> 기회다! 불만 붙이면 되겠군'이란 글이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와 인권을 훼손한다며 지난 3일 항소를 제기했다.

리트윗이란 트위터에서 남의 글을 재전송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런데 군검찰이 자신이 직접 올린 글이 아닌 리트윗한 글에조차 상관모욕죄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현역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2차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군법원 "대통령-국방장관, 민간인 중 유일하게 군형법상 상관"

제7군단 보통군사법원(재판장 장원섭 대령)은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 등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 대위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대위는 이날 즉각 항소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군형법 상관모욕죄상 최고형량인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군법원은 1심 판결문에서 "이 대위는 군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장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게재하여 군기강을 저해하고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하고도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초범이고 일부 공소사실이 무죄로 판단된 점 등을 헤아려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군법원은 군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기무사에 의해 위법하게 수집됐고, 군형법상 상관의 개념에 현직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 대위쪽 주장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군법원은 먼저 "이 대위의 트위터 글을 출력한 서아무개 기무사 대위가 '대정보첩보담당관'이고, 기무사가 이 대위나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하거나 추가증거를 수집하지 않았다"며 "기무사 직원의 트위터 게재글 출력행위는 수사가 아닌 첩보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법원은 "군형법이 규정하는 명령.복종관계 또는 계급과 서열의 상하관계는 원칙적으로 군인 상호간의 관계를 말한다"면서도 "군인 상호간의 관계가 아닌 군인과 군인 이외의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대통령 및 국방부장관은 민간인 중 유일하게 군형법상의 상관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대통령을 군통수권자로 규정한 헌법 제74조와 국군조직법 제6조, 상관의 개념에 처음으로 '군통수권자'를 포함시킨 군인복무규율 제2조 제4호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 "대통령이 군인이 아니더라도 군인을 지휘 감독할 권한을 원활하게 행사해 군 내부의 위계질서 또는 지휘계통의 확립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상관모욕죄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추가했다.

 'hoongkildong'이라는 트위터 이용자가 쓴 글을 이 대위가 리트위했지만 군검찰은 상관모욕죄를 적용했다.
 'hoongkildong'이라는 트위터 이용자가 쓴 글을 이 대위가 리트위했지만 군검찰은 상관모욕죄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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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법원도 무죄판결 내린 글에 상관모욕죄 적용 시도

다만 군법원은 상관모욕죄의 근거로 제시된 17개의 트위터 글 가운데 3건에는 "다소 무례하거나 비아냥거림으로 느껴질 수 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대통령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비판대상이 대통령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군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3건의 글' 가운데는 '개독신문 제목 <MB는 하나님이 기름 부은 대통령> 기회다! 불만 붙이면 되겠군'이 포함돼 있다. 이는 트위터 이용자 'hoongkildong'이 올린 글로 당시 SNS상에서 인기검색글에 올랐다. 앞서 군검찰이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한 트위터 글 가운데는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와 IT블로거 'doax'가 쓴 것을 이 대위가 리트윗한 것까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군검찰은 "상관인 대통령의 몸에 하나님이 기름을 부었다는 언론매체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불만 붙이면 되겠군'이라는 문구를 덧붙인 의도는 정치적 의견을 게재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없다"며 "대통령을 종교적 및 인격적인 면에서 그 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군법원의 무죄 판결을 반박했다.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공판 내내 군검찰을 옹호해온 군법원조차 무죄 판결을 내린 글에 상관모욕죄를 적용하기 위해 무리한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 대위 쪽은 "'기름 부은 대통령' 글은 이 대위가 작성한 글이 아니라 리트윗한 것에 불과한데도 군검찰은 이 대위가 작성했다는 식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공판 초기부터 누차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리트윗에 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검찰이 상관모욕죄를 적용하려는 글이 리트윗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에서 군검찰의 무리한 항소는 SNS상에서 현역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후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관모욕죄#제7군단보통검찰부#이명박 대통령#기무사#제7군단보통군사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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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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