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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편집기자는 최초의 독자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찍는 일처럼, 아무도 읽지 않은 재미난 글을 맨 처음 읽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글을 갈고 닦고 다듬는 것을 하루 종일 하다보면, 그렇게 '신선한 흥분'을 느끼는 순간은 점점 줄어들고야 만다.

이 시민기자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오랜만에 그 신선한 흥분이 온몸에 확 끼쳤다. 아버지의 역사를 찾아 일본으로 훌쩍 떠난 40대의 딸. 흐릿한 기억의 결을 한 올 한 올 더듬어가며 마침내 아버지의 진심과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과정이 담긴 색다른 여행기였다. 읽는 사람을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구성과 내밀한 고백이 잘 어울린 한 편의 흥미진진한 소설 같았다. 세 편으로 이어진 그 글을 차례차례 편집하는 동안, '최초의 독자'인 나부터 얼른 다음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올 여름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해, 사는이야기의 매력인 진솔함에 소설적인 구성력을 바탕으로 좋은 글을 선보이고 있는 장윤선 시민기자. 12일, 전자우편과 전화로 그의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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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글이 신문에 실렸다고 시어머니가 자랑하셨대요"

 장윤선 시민기자
 장윤선 시민기자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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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심각한 후천성 여행 중독증과 시도 때도 없이 공상에 빠지는 중병을 앓고 있는 40대 중반 자영업자입니다. 50세 이후에는 전업작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지요. 대전에서 남편과 시어머님, 아들과 함께 다이어트 고민하고 드라마 보면서 조촐하게 살고 있습니다."

- 시민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서 기억할 만한 일이 있으면 메모장이나 블로그에 메모해두곤 했어요. 언젠가는 쓴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인가 신랑이 먼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보면서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래저래 쓰고 싶은 글들이 있었는데 딱히 발표할 데가 없어 고민이었거든요."

-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것을 둘레 사람들이 알고 있나요? 특히 글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신랑은 저의 글쓰기에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님께서는 인터넷을 아예 안 하시는 분이라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라고 말씀만 드렸는데, (며느리 글이 신문에 실렸다고) 노인정에 가서 자랑하셨다고 하더군요. 같이 문학을 공부했던 친구들 몇 명에게는 한번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외에는 잘 알리지 않았어요. 제 글이 막상 인터넷에 떠 있는 걸 보니 좀 부담이 되더군요. 더 만족할 만할 글을 쓰면 그때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 글에서 보여주신 이야기들이 사실 참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인데, 진솔하게 잘 풀어주셨습니다. 내 경험을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실명으로 공개한다는 점 때문에 혹시 글쓰기를 주저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실명으로 공개하게 되니 좀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친정의 오빠들에게는 '닛코 여행기'(<아버지의 거침없는 일본 사랑, 어쩌자고 그러십니까> 외)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오빠들에게는 아버지란 존재가 딸하고는 많이 다르게 다가가니까요. 하지만 가족 간의 화해, 이 힘든 세상과의 화해와 이해를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기검열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 짧은 소설처럼 잘 짜인 구성이 돋보입니다. 지금도 창작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소설은 현재 준비 중입니다. 이전에 신인 문학상에 작품을 낸 적이 있는데 떨어졌구요.(웃음)"

- 교육 문제에 대한 칼럼도 쓰셨습니다(<사교육 종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외). 사교육계에 종사하시면서 대학 서열화에 반대하신다니, 일상적인 번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아주 많습니다. 제가 사교육으로 먹고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결국 밥벌이가 되었어요. 글을 쓸 때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을 고민하면서도, 일터에 와서는 '현재의 입시제도를 받아들여라', '어쩔 수 없다',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굉징히 답답하고 슬픕니다. 요즘에는 생각을 달리해서, 가능한 한 최대로 문학의 즐거움, 국어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치부 상근기자와 동명이인... "'박근혜 지지하냐'는 댓글도"

- 글 분량이 다 좀 깁니다. 주로 두세 편짜리 '미니 시리즈'로 써주시는데, 그러다보니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것을 종종 봤습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하나 소개해주세요.
"제 글에 대한 비판적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니 굉장히 무서웠어요. <나꼼수>를 둘러싼 남편과 시어머니의 이야기는 제 의도와 달리 글을 읽으신 분들이 많아서 속이 좀 상했습니다(<'나꼼수' 때문에 각방... 스마트폰 원망스러워> 외).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세대 간의 대화와 이해'였는데 글의 내용이 새누리당 편을 드는 것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새누리당 찍으라고 선동하는 글 같다'는 댓글이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 <오마이뉴스> 정치부의 상근기자인 장윤선 기자와 이름이 같습니다. 혹시 독자들이 잘못 알고 엉뚱한 쪽지를 보낸다거나 댓글을 남긴 적은 없나요?
"앞서 말씀드린 <나꼼수> 관련 글의 댓글에 '장윤선 기자님, 이제 박근혜를 지지하시는 건가요'라는 내용이 떠서 무슨 소린가 의아했습니다. 아마 <오마이뉴스>를 오래 보신 분들은 좀 혼동이 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쓰는 글이 정치적인 글보다는 사는이야기 쪽이라 다행이지요."

- 기사를 쓰는 데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주변의 삶에서 소재를 많이 가져오는 편입니다. 그것이 장점도 되고 단점도 되지요. 이번의 세입자 이야기만 해도 더 생생하게 쓰고 싶으나 실명을 거론하거나 실제 동네를 거론하는 데서 부담을 많이 느꼈습니다(<"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고 요강 놓고 살아요"> 외). 그리고 제 글이 문제의식은 있어도 대안적 관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 다른 시민기자 분들 가운데 누구의 글을 눈여겨보시나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이준목 시민기자님의 글을 즐겨 읽습니다. 관점이 있는 스포츠 기사라고 할까요. 전두환 정권 때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이벤트에 하도 데어서 아직도 스포츠 좋아한다고 하면 백안시 하는 사람들이 있죠. 스포츠의 본질과 즐거움을 잘 알게 해주는 좋은 기사라서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아 성폭력상담소나 여성민우회에서 쓰시는 기사들은 빠짐없이 보고 있어요."

- 올해가 가기 전에 시민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아시아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걸 정리해서 좋은 글을 써보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하는 시간과 글쓰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고 싶습니다. 늦은 나이라도 제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확실히 디디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와 편집부에 바라는 점, 한 말씀 해주세요.
"별 볼일 없는 글을 실어주신 것에 대해 황공함과 감사함이 무궁할 뿐입니다.(웃음) 저는 어떤 사안이건 다양한 관점에서 이쪽저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싶습니다. 쟁점이 되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여당 쪽의 사람들 의견이 어떤지 육성으로 듣고 싶기도 해요. 그런 인터뷰나 기사들도 실린다면 저는 더 좋겠습니다."


#찜이시민기자#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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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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