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의 한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그곳 주민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습니다. 무슨 전염병이라도 도는 것일까요? 쓰러진 주민들은 구급차에 실려 긴급히 병원으로 호송되고 있습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에 위치한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그래서 긴급히 그 마을을 찾아 그 원인을 진단해 보았습니다.
무법천지 공사로 쓰러지는 청도 주민들 다름 아니라 이 평화로운 마을에 들어서는 송전철탑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이고 인근 도심인 대구가 바로 지척에 위치한 아늑한 평원인 이곳 각북면 삼평리 일대는 전원생활을 위해서 많은 도시민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한 지역으로, 이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와는 '완전' 어울리지 않는, 그 무시무시한 핵발전소 전기를 대도시로 수송해 나르기 위해 작금의 송전철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한반도 해안가에 위치한 핵발전소 전기를 대도시로 실어나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송전선로고, 그 송전선로를 잇기 위해 또한 필요한 것이 저 100미터 높이의 송전철탑입니다. 이미 상당수의 송전철탑은 주변 산등성이 위로 삐죽삐죽 솟아 꼽혀 있고, 그 모습은 마치 일제시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일제에 의해 감행된 '백두대간 대못박기'를 연상시킵니다.
수십만 년 동안 결코 처분할 방법이 없는 방사능덩어리 핵쓰레기로 인해, 서구에서는 이제 사양산업된 저 구닥다리 핵발전소용 '대못 철탑'이 산정수리마다 마구 꼽혀 있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이런 청도 송전철탑 공사 현장에서 최근 삼평리 주민들이 한전과 시공사 측의 인부들에 의해서 밀려 넘어지고, 밟혀 실신하는 등 주민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타설만은 반드시 막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9월 14일 오전 8시경, 23호기 송전철탑 건설 현장의 굴착공사를 끝내고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 그동안 사전작업을 벌였던 포클레인을 현장에서 끌어내려는 시공사 측과 "주민동의 없는 공사는 절대 안된다"며, 가장 핵심적인 공사인 콘크리트 타설 공사만은 반드시 막아서려는 주민들 간에 충돌이 발생, 한전과 시공사 측 인부들의 폭력행사에 연로한 마을주민들이 마구 쓰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현장에는 한전과 시공사 (주)동부건설과 서광이엔씨 공사인부 40여 명이 긴급 투입돼 23호 송전철탑 공사장 진입로 입구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던 삼평1리 주민 20여 명을 에워 싼 채 '포클레인 이송 작전'을 감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막아서려는 주민 김춘화씨(61세)와 주민 김미화 목사(47세)가 시공사 측 인부들에 의해 끌려 내동댕이침을 당해 실신해 쓰러져 응급실로 급히 호송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연로한 할머니들을 완력으로 마구 밀쳐내는 통에 할머니들은 지금까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날 현장에서 현장 상황을 기록하던 영상창작집단 '푸른영상'의 이동렬 감독(33)은 시공사 측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빰을 맞았습니다. 이곳 현장은 문자 그대로 무법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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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 송전탑 갈등 취재 방해하는 송전탑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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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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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소음 탓에 가축들도 죽어나가" 그러나 이와 같은 대치 상황 외에도 주민들은 일상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에 의하면 산 중턱과 산꼭대기에서 진행되는 22호기와 24호기 철탑공사 현장으로 공사자재를 운반하러 수시로 뜨는 헬기소음 탓에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 최정문씨는 임신한 소 세 마리가 헬기소음에 놀라 유산했다고 하고, 서봉호씨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헬기소음으로 쇼크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 배성우씨는 "가축이 이렇게 죽어나는데,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나?"고 탄식합니다.
이날 현장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주민 빈기수씨는 "송전탑 공사 때문에 마을 어른들이 고향마을을 잃게된 것도 서러운데, 집에서 자식처럼 기르던 가축마저 죽어간다"면서 분통을 터트립니다. 그러면서 "민주국가에서 현지 주민들 동의도 받지 않고 이렇게 공사를 밀어붙이기만 하는 한전은 도대체 어느 나라 공기업인지 묻고 싶다"며 한전의 막가파식 공사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할머니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공사를 하려면 우리들을 집단이주시켜 주든가 그렇지 않으면 송전탑 공사 절대 못한다"면서 "끝까지 공사를 막겠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전 측과 주민들 간의 충돌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 와중에 연로한 주민들의 피해 또한 속출할 것 같습니다.
삼평1리에 근접해서 지나는 345,000볼트 초고압 송전철탑은 22호, 23호, 24호기로 삼평1리 마을을 관통해서 지나갑니다. 특히 23호기 송전철탑은 불과 100미터 안에 민가가 있어서 향후 전자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송전탑 건설 과정과 이후 초고압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최소한의 요구인 23호기 철탑만이라도 뒷산으로 물려달라는 주민들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송전철탑 건설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반목으로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주민들은 고향마을 자체를 잃게 생겼기 때문에 그것은 이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송전탑 공사 절대 급한 것이 아니다그리고 아직 사업 승인도 나지 않은 신고리원전 5, 6호기에서 생산될 전력을 실어나르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이 사업은 상식적으로 봐도 전혀 급한 사업이 아닙니다. 신고리원전은 승인이 나도 2019년은 되어야 완공이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에 필요한 신규 송전선로는 전혀 급한 것이 아닙니다.
녹색당 하승수 사무총장이 정보공개 청구해 입수한 '345,000볼트 북경남분기 송전선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신고서'란 것을 보더라도 송전탑 공사는 시급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한전이 2012년 7월 완공예정이던 이 공사를 2013년 12월로 무려 17개월이나 연기한 사실 또한 밝혀져 올해 안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전 측에서는 주민동의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공사를 마구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공사 중단하고, 차기 정권에 공사재개 판단을 넘겨라그러나 이와 같이 공사가 감행된다는 것은 민(民)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는 더 이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차기 정권에 공사재개 여부를 맡기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현명한 처사일 것입니다.
자신의 동네 위로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데 그것을 묵과할 마을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한전에서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청도 주민들의 저항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전 "송전탑 필요하다는 주민들 많아" |
한전은 송전선로가 건설되는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주민 521명과 밀양시 청도면 주민 1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한전은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송전탑이 '필요하다'고 대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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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공사를 감행함에 있어 가장 먼저 생각해 할 것은 현지 주민들의 피해고, 그러므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공사를 시작함에 있어 가장 기본 절차입니다.
그러니 향후의 추가 공사를 위해서라도 작금과 같은 한전 측의 자세는 시정하는 것이 한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니 한전은 주민동의 없는 불법적인 송전탑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하고, 이 공사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한전이 청도의 '국민'들에게 취할 최소한의 도리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정수근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