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815투어 산악회원들과 낙영산과 가령산을 산행했다. 그때 화양천의 불어난 물로 하산 코스가 바뀌는 바람에 가령산의 거북이를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웠다. 자꾸 눈에 밟히는 거북이를 보기 위해 지난 15일 시간을 내 가령산을 다시 찾았다.
가령산 산행은 충북자연학습원 앞 화양천이 들머리다. 화양천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 우암 송시열이 효종 임금을 잃은 슬픔을 간직한 채 세월을 보낸 화양동 계곡 상류의 물줄기라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다.
올해는 유난히 태풍 피해가 커 걱정인데, 산에는 습기가 많아 버섯이 풍년이다. 입구부터 정상까지 등산로를 제외한 지역에 길게 줄이 이어져 있고, 사유지인 버섯류 입찰지역이라 입산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여러 곳에 있다.
가령산 정상이 1km 앞에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에서 300여 미터 정도 더 올라 자연학습원, 선유동계곡, 송면 방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 선다.
전망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갈림길이 있다. 오른편 길을 걷다 암벽을 오르면 바위 사이로 거북이의 머리 부분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북이가 높은 낭떠러지 위에 있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뒤에 거북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며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가까이에서는 거북이의 일부 모습만 보인다. 거북이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뒤편의 암벽을 내려서 가령산 방향으로 80여 미터 산을 올라야 한다.
주인공은 늘 늦게 모습을 드러내듯 거북이도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첫 번째 전망대는 주변의 조망이 좋은데 비해 멋진 소나무가 거북이의 몸통을 가린다.
첫 번째 전망대 조금 뒤에 있는 이 바위가 거북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바위에 올라서면 거북이가 가깝게 보인다. 물론 바위 아래편이 낭떠러지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참 잘생겼다. 보면 볼수록 여유롭고 아름답다. 천 년의 잠에서 막 깨어난 가령산의 거북이가 소망 몇 개쯤 이뤄주겠지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