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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함20>이라는 이름을. <고함20>은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 없이, 20대가 자발적으로 이끌어가는 독립 언론입니다. 2009년 8월 'fun20'의 강의를 듣던 5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만들었고, 현재는 서울(정치, 청년이슈, 사회문화, 대학가 취재 등 4개팀이 있습니다) 30명, 대전, 대구, 부산 지부에 총 20명 가량의 20대가 모여서 <고함20>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고함20>을 알게 된 것은 작년 3월이었습니다. 보통의 25살 학생처럼, 대외활동 스펙을 쌓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대외활동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게시판에는 트위터 홍보 활동, 기업 마케터 공고가 대부분이었고 개중 몇 개는 신청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딱 하나 눈길이 가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막연하게 느껴졌지만 20대 스스로 하나의 언론매체를 만들어나간다는 것, 누군가의 간섭을 안 받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정말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스스로 '20대가 만드는 20대 대표 언론'이라고 말하는 게 우습기도 했지만 패기가 있어 보였습니다. 언론 쪽에 막연한 관심이 있던 저는 단순히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죠.

막상 들어와 보니, 재미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다른 대외활동처럼 멘토가 있어서 학생들을 이끄는 구조도 아니었고, 사무실이 없어서 카페를 돌아다니며 회의를 해야 했는데, 커피 값도 전부 자비로 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한 번도 '기사'라는 것을 써본 적 없는 수많은 학생들이 갑자기 구성이 갖춰진 글을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대안언론'이라고 하는 것이 다른 언론사를 다니다가 그만둔 기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 비해, 저희는 철저히 아마추어였습니다. 대학 학보사 출신도 드물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까 인맥도 없고, 취재하는 노하우가 있을 터가 없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습니다. 일을 한번 크게 터트려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재미'로 시작한 대안언론... '맨땅에 헤딩' 하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고함20
 고함20
ⓒ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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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부편집장, 편집장을 맡은 1년 동안 기사의 질을 높여가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주로 칼럼 위주였던 <고함20>의 내용을, 취재와 주간지 형식의 기획기사 위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단순히 사회이슈에 대한 20대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데 만족했다면, 지금은 '20대 언론'이라는 특성에 맞게 청년문제, 20대의 일상적인 문제, 20대의 문화 등을 조금 더 심도 깊게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의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의 이슈를 다루며 논평하는 '데일리이슈' 역시 1년 이상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열정만 가지고서 우리가 원하는 '20대 대표 언론'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후원과 광고 없이 운영되는 독립언론의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체도 내고 싶고, 블로그 기반을 탈피하여 본격적으로 언론사를 만들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내거나, 특정 정치세력의 어용 언론이 되는 것은 끔찍히 싫었습니다.

기자들 간 수많은 논의 끝에, 돈은 없어도 20대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기사를 쓰는 곳으로 유지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 뜻을 지키기 위하여 자비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자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아낸 '못된 돈'도 있었고, 알바 월급, 여자친구와의 기념일을 위해서 모아놓은 돈도 있었습니다.

몇 십만 원의 교통비를 투자하면서까지 대전, 대구, 부산에 지역지부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생의 시각만 담겨서는 20대를 대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건물을 빌려 '20대의 꿈 발표회'도 진행했습니다. 소위 성공한 멘토들이 말해주는 '꿈' 이야기가 아닌, 지금 막 꿈을 실현하는 첫 발자국을 내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꿈을 공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에는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명동에 사무실이 생겼다고 하면 사람들은 사무실이 좋은 곳에 있다고 놀라지만, 사실은 보증금 35만 원에 월세 35만 원인 작은 곳입니다. 처음에 사무실을 계약할 때, 어떻게 월세를 매달 내야할지도 막막해 보였지지만, 일단 미래의 가능성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20대 100명의 목소리' <그럼이만>으로 '대선개입' 하겠습니다

 <고함20>이 만든 책 <덤벼라 세상아> 표지. 꿈을 갖고 있는 청년들의 인터뷰를 묶어서 낸 책이다.
 <고함20>이 만든 책 <덤벼라 세상아> 표지. 꿈을 갖고 있는 청년들의 인터뷰를 묶어서 낸 책이다.
ⓒ 도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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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맞아서는 20대 언론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기성언론이 터트리는 정치이슈에 의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치 운동을 벌일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고함20>에서는 20대의 목소리를, 그리고 20대의 바람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대선 100일 전부터 하루에 한 명씩, 20대 100명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하든, 유명하든, 정치에 관심이 있든 없든, 다양한 생각과 개성을 가진 20대들의 목소리를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정치에 가장 무관심하다고 여겨지는 세대인 20대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고,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성세대들과 정치권, 사회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동시대에, 동세대로 살고 있는 우리 20대들이 그 목소리를 공감하고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20대의 '고함'에 귀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저희는 오프라인으로 <그럼이만(그럼 이십대를 만나)>라는 제목의 잡지를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잡지는 총 5권을 준비 중이며, 각각 '불안', '경쟁', '놀이', '독립'이라는 주제로 구성되고, 마지막 한 권은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보내는 20대의 목소리'라는 주제로 만들어 실제로 대통령인수위원회에 보낼 계획입니다.

100인 인터뷰뿐만 아니라, 20대가 제안하는 정책 제안, 대학생들의 정치 대담을 통한 20대 여론분석, 청년정책과 청년소통에 대한 대선주자별 분석 등 다양한 콘텐츠로 꾸며질 것입니다. 그리고 잡지가 만들어지면 300명의 국회의원 전부에게 보내고, 정당, 대선캠프, 시민단체 등에도 전부 보낼 생각입니다. 이것이 언론으로서 저희가 20대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전은 무서운 것이 아니다'... 20대 독립언론을 응원해주세요

20대는 돈도 없고, 노하우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영향력도 부족하고, 20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성언론에서조차 20대의 행동을 그들의 고정된 틀에 맞춰서 해석합니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질타하고, 청년문제가 대두되면 20대를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대는 지금까지 비난, 또는 동정의 대상이 되었을 뿐, 하나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고함20>은 '있는 그대로'의 20대, 나아가 사회를 바꿔나갈 '20대'의 모습을 주목합니다. 그리고 20대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지켜보고자 하며, 저희가 그들의 움직임을 전하겠습니다.

20대에겐 다른 건 다 없어도, 열정이 있습니다. 관성에 젖어 있지 않고, 더욱 더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욕구 역시 강합니다. 저희는 20대 독립 언론을 잘 만들어 나가면서 '더 나은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안철수 원장은 "도전은 힘든 것이지, 무서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고함20>도 힘들지만, 도전해보겠습니다. '20대가 만드는 20대 대표 언론'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고함20>에서는 '대선개입 프로젝트' <그럼이만>을 만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현재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상에서 돈을 먼저 모은 뒤, 후원금액에 따라 결과물을 드리는 것)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50만 원. 딱 잡지 두 권을 만들 수 있는 금액입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닙니다. 그저 이번 대선에서 <고함20>이 20대 언론으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고함20 대선 개입 프로젝트 [그럼 이만]
 고함20 대선 개입 프로젝트 [그럼 이만]
ⓒ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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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고함20> 누리집 : http://www.goham20.com



#고함20#20대 독립언론#그럼이만#20대 정치참여#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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