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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찾아 노인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을 찾아 노인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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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는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오기를 바라는 그런 한나라당이 되지 않도록 하자." (2010년 8월 2일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

"한나라당에는 젊은 친구들이 투표장에 갈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1년 11월 22일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

안상수 전 대표의 말은 2010년 지방선거의 참패 뒤에 나온 것이고, 원희룡 전 최고위원의 말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뒤에 나온 말이다. 두 사람의 말 모두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는 진단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치며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20대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을 영입하고 손수조 후보를 출마시켜 젊은 정당 이미지를 표방했다. 이제 새누리당은 '젊은 사람들의 투표를 두려워하지 않는 당'으로 변모한 걸까.

하지만, 문재인 민주당 후보·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투표시간 연장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현재 입장은 '안 된다'로 압축된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28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행 제도의 문제점 분석이 선행돼야지, 덥석 투표시간을 늘리자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주장"이라고 논평했다.

박 대변인의 논리는 "투표일은 공휴일이고, 당일 투표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이틀 동안 부재자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해서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는 것.

이정현 공보단장도 반대 논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역대 대선 당일 평균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14분이다, 섬 지역이나 산간 지방은 어두워진 상태에서 투표를 해야 되고, 투표함을 정리해서 오려면 개표 시각이 늦춰진다, 투표함 훼손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하면 좋은', 투표율을 올리자는 명분에 비하면 궁색한 논리다.

박근혜 후보는 "여야가 잘 논의할 일"이라고 피해 갔고,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과 하루 전(28일)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29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회의 중 공개발언에서는 '투표 연장'은커녕 투표의 '투'자도 나오지 않았다.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건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이 선거의 쟁점이 되는 그 자체를 경계하고 있단 걸 보여준다.

투표율, 높으면 야권-낮으면 여권 유리... 젊은 층, 평균 미만

<동아일보>가 지난 18일 치로 보도한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16·17대 투표율 시뮬레이션해보니'라는 기사
 <동아일보>가 지난 18일 치로 보도한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16·17대 투표율 시뮬레이션해보니'라는 기사
ⓒ <동아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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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지난 18일에 보도한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16·17대 투표율 시뮬레이션해보니'라는 기사의 결론은 '18대 대선이 2002년 16대 대선 투표율(70.8%)이 나오면 야권이 유리하고, 2007년 17대 대선 투표율(63.2%)로 나오면 여권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박근혜-안철수 대결을 가정했을 경우 2002년 투표율로는 49.5%-50.5%로 안철수가 이기고, 2007년 투표율로는 50.7%-49.3%로 박근혜가 이기는 걸로 나왔다. 박근혜-문재인 대결을 가정했을 때 2002년 투표율로는 53.2%-46.8%로, 2007년 투표율로는 53.2%-46.8%로 둘 다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동아일보>는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이전 대선 때의 연령별·성별 투표율을 적용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특기할 점은 20·30대의 투표율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에서 20대와 30대 투표율은 각각 56.6%, 67.6%였다. 2007년 대선에선 20대와 30대 투표율이 47.0%, 54.9%로 낮았다. 이 결과로만 보면,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올라가면 야권이 유리하고 반대면 여권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슷한 자료는 많다. 19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서울 지역의 경우, 20대 투표율은 전국 평균 45.0%보다 훨씬 높은 64.1%에 달했다. 30대의 전국평균은 41.8%인데, 서울지역에서는 43.6%로 높았다.

세대별 총선 투표율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언제나 총투표율보다 낮다는 점이다. 또 지난 총선 투표율에 대한 민주노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율이 평균투표율 대비 15~20%가 낮고, 비자발적 기권자 중 85%가량이 투표시간을 지킬 수 없는 근무형태나 고용주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9월 8일, 투표율 낮은 게 유권자 때문? 천만의 말씀!).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투표시간 연장은 20·30대 젊은 세대, 비정규직 혹은 투표시간을 지킬 수 없는 근무 형태나 고용주의 압박을 받는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노년층이나 정규직의 투표율을 높일 가능성보다 크다고 유추할 수 있다. 결국 새누리당은 젊은 층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걸 두려워하고 반대하는 셈이다.

'알바의 고충' 체험한 박근혜의 결단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내 영화관의 팝콘 판매대에서 판매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내 영화관의 팝콘 판매대에서 판매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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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을 "정치적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야권이 대선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보면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새누리당도 정치적이다. 현재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바꾸지 않기 위해 '투표 참여 확대'라는 기본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의 주장대로 투표시간을 연장하려면, 공직선거법 등의 개정이 필요한데, 현 의석분포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현재 149석을 점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조만간 4석의 선진통일당과 합당해 과반의석을 점유하게 돼 있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19대 국회 내내 새누리당이 현재 입장을 고수하면 투표시간 연장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다를 것이라 기대한다. 박 후보는 지난 28일 앞치마를 두르고 영화관 팝콘 판매 아르바이트를 체험했다. 약 40분간의 아르바이트를 마친 박 후보는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이렇게 하다 보면 (청년들이) 역량을 충분히 펼 수 없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앞으로 이런 걱정이 없도록 이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와 '알바의 고충'을 공유한 청년들이 투표시간 걱정 없이 마음껏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박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태그:#박근혜, #투표권,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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