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단일화의 방법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개혁하려고 하는지 그 내용을 단일화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 함께한 '단일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단일화의 방법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개혁하려고 하는지 그 내용을 단일화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 함께한 '단일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결국 투표 전날 깨졌다. 왜 그랬을까. 정치기교로 유불리만 따져서 그렇다. 단일화로 어떤 개혁을 이룰지 정치적 합의가 안 돼서 그렇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후보 단일화의 시점과 방식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단일화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내용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완전히 화학적 결합을 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단일화의 약속'은 꼭 지킬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건 둘만 해서도 안 된다. 반드시 집권여당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함께해야 한다."

단일화 블랙홀.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자주 나오는 푸념이다. 그 어떤 이슈도 단일화 앞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선 D-48일, 국민적 관심이 야권단일화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무소속 안철수캠프의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단일화 이슈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만, 어떤 단일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다.

송 본부장은 시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서울 공평동의 한 찻집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지난 9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1시간여 언론과 나눈 첫번째 인터뷰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과천의왕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불과 6개월도 채 안돼 탈당했다며 온갖 비판을 받았다. 그에게 가장 궁금한 건 '왜 안철수였나'였다.

"이번 대선은 과거 경험했던 5년 전, 10년 전의 선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중심엔 국민들의 생각이 있다. 시대정신이다. 예전에는 정권교체만으로 해소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권교체 뿐 아니라 과거의 정치체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의 새로운 틀을 짜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정치를 하라고 주문한다. 만약 이번에 안 후보를 통해 새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5년 후에는 훨씬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더이상은 국민들이 이런 낡은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 뒤 재선, 3선 국회의원 노릇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읊조렸다. 안철수 후보도 목숨을 걸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주류 50년 보수정치의 벽을 넘을, 가까운 장래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한가하게 '단일화 셈법'을 내세워 국민적 열망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일화의 방법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왜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개혁하려고 하는지 그 내용을 단일화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 함께한 '단일화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후보는 진짜 세다"며 "이기는 단일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자꾸 조직력으로만 이기려고 한다면 진정한 가치공유의 단일화는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송 본부장은 "부정부패와 과거 판결 부정 등 온갖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의 아무리 사소한 힘이라도 다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전부 끌어 모아도 박 후보를 겨우 1% 이길 것이다, 새누리당 정권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고위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 '결국 기호 2번 달고 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은 저버리고 결국 조직 안으로 들어와라, 게임이론 안으로 들어와라, 만약 이게 민주당의 전략이라면 정말 불행한 것"이라며 "진짜 이기는 단일화를 만든다면 번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호 10번이었다"고 맞섰다.

무엇보다 송 본부장은 "이번 대선, 박근혜 후보와 박빙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둘이 합하면 박 후보를 이기니 안심하자? 그럴 때 아니다, 잘못하면 4.11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을 계속 구도의 문제로 갖고 가면 결국 야권은 새누리당의 트랩에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송호창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치체제 바꾸는 데 내 정치 생명을 던졌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0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국회에 선거법 개정과 유권자들이 투표시간 연장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안 후보 오른쪽 옆에서 박수 치는 사람이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0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국회에 선거법 개정과 유권자들이 투표시간 연장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안 후보 오른쪽 옆에서 박수 치는 사람이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지난 9일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 전략공천 받은 사람이 6개월도 안 돼 당적을 버려 무진장 욕을 먹었다. 지난 22일간 어떻게 지냈나.
"국정감사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나는 국감에 열중했고, 새누리당은 안철수 감사에 열을 올렸다. 국감 없는 저녁이나 밤에는 캠프에 와서 현황도 듣고 사안도 파악했다. 회의에도 참석했다. 주경야경의 22일이었다."

- 대표적인 386 철새정치인 김민석 전 의원에 빗대 '송호새'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내 비판이 매우 컸는데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이번에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역할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이해해주는 분들이 더 많았다. 당내든 당밖이든 격려도 많이 받았다."

- 조국 서울대 교수조차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나.
"내 개인에 대한 걱정이었다.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면 틀림없이 손해인데, 멀리 보고 처신해야지 이번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걱정인 게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내 정치생명을 던졌다. 외교적 발언이 아니라 진심이다.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시대교체를 눈 앞에 둔 우리는, 특히 저 같은 정치인은 개인의 미래를 생각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뿐 아니라 모든 정치주체들이 자신의 전부를 쏟아 부어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이뤄내야 할 선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새 정치가 가능해진다."

- 탈당 뒤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전화했다고 들었다. 박 대표도 잘한 결정이라고 격려했나.
"아이쿠 그러시기야 했겠나. 힘든 결정을 했다, 어차피 그렇게 하기로 한 것 잘 하시라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올 대선에서 정치개혁을 통한 새로운 정치체제를 못 만들고 실패하면, 국회의원 재선, 3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새누리당이 재집권하게 되면 그 이후에 뭘 할 수 있겠나.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 목숨을 걸었다고 했다. 그만큼 절박하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굳어져 온 보수 중심 정치체제를 바꾸려고 하는데, 그 정도 희생과 헌신 없이 되겠나."

- 민주당 초선 의원인데, 민주당 안에서 정치혁신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가 뭔가.
"민주당 안에서 중간지대 가교역할이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야권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게 최선일까 등등의 고민을 하던 중 안 후보가 국회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원내에서 아무도 자기 일처럼 방어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 새누리당 153명의 의원들은 날마다 안철수 감사만 했다. 네거티브 공격에 지지율은 떨어졌다. 비단 안 후보만 피해보는 게 아니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도 함께 피해를 봤다. 그 상황에서 안 후보를 돕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안철수 후보와 인연이 깊은 건 아닐 텐데, 왜 안철수를 택했나.
"이번 대선은 과거 경험했던 5년 전, 10년 전의 선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 중심엔 국민들의 생각이 있다. 시대정신이다. 예전에는 정권교체만으로 해소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권교체 뿐 아니라 과거의 정치체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치의 새로운 틀을 짜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정치를 하라고 주문한다. 만약 이번에 안 후보를 통해 새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5년 후에는 훨씬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더 이상은 국민들이 이런 낡은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이유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기존의 정당과 정치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미래정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 비전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조직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고, 또 현실적으로 정당조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정당의 상태를 그대로 둘 것인가,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 정도로 하겠다."

"단일화 시기 늦추려 한다고?...제대로 밟고 가자는 것"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 이번 대선의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안 후보를 통해 새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5년 후에는 훨씬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더이상은 국민들이 이런 낡은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 이번 대선의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안 후보를 통해 새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5년 후에는 훨씬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더이상은 국민들이 이런 낡은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10월말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었는데 아직 운도 못 떼고 있다. 단일화 논의의 출발이 너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좀 더 유리한 단일화 방법을 찾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벌려고 늦춘다는 비판도 있는데.
"시기를 늦추는 게 아니다. 또 시간이 없으니까 급하게 대충하고 넘어가자? 그래선 안 된다. 제대로 밟아야 할 단계를 제대로 밟고 가자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단일화를 하는 거지? 이 단일화는 방법과 시기보다 개혁을 위한 목표와 방향이 더 중요하다. 단순히 단일화의 절차와 시기, 방법을 다 협상했는데 정작 생각하는 게 달랐다면? 당장 이혼해야 한다. 정치공학이 아니라 기교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1+1=2가 아니라 1+1=3 이상이 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결국 단일화의 내용이 개혁의 방향을 정하고 토론을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합치점을 찾아야 한다."

- 1+1=3 이상을 만들려면 연합정치를 해야 할 텐데 연합정치의 상을 어떻게 잡고 있나.
"단순히 단일화 시기와 방법, 절차적 문제를 말한다면 양 캠프 대표만 만나면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자는 단일화는 내용적인 정책합의다. 정치문제, 정책문제, 특히 의회제도와 정당제도, 선거제도 등 여러 쟁점과 주제를 갖고 이슈파이팅을 해야 한다. 일종의 종합컨퍼런스가 필요하다. 학자들의 학술대회라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하면 되는데, 이건 전 국민이 전국이라는 무대에서 진행해야 할 종합 컨퍼런스 장이 필요하다. 정책을 내고 정치의 기본방향에 대해 논쟁하는 것, 지금 이 과정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 단일화는 3단계로 구분된다. 가치연합, 정책연합, 후보단일화. 후보단일화는 늦추더라도 가치연합과 정책연합은 지금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어떤 입장인가.
"큰 그림을 가지고 정치개혁을 시작하자. 여기에 문재인 후보도 화답했다.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합의점이고 공통점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가장 책임이 큰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정치혁신에 공감하지 않는다.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공감하지 않으면 법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다. 새누리당까지도 기존 정치에 대한 책임, 국정과 민생이 파탄 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제해야 한다. 국민여론에 못 이겨서라도 새누리당이 개혁법안에 찬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동의한 것은 큰 진전이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변화를 위해 더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민주당과 새누리당에도 동시에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정치개혁의 과정이다."

- 새누리당을 강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은 뭐가 있겠나.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숫자 하나만 바꾸면 된다. 오후 6시로 돼 있는 걸 8시로만 바꾸면 된다. 이 법안 수정의 열쇠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갖고 있다. 153석이나 쥔 집권여당이 동의하느냐 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야당도 자꾸 단일화 대상에게 채근하기보다는 실제 국민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도록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려면 결국 각 후보들이 격렬하게 논쟁할 수밖에 없다."

- 회동도 TV토론도 3자 구도로 잡는 건 새누리당을 개혁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인가?
"정치개혁과 정책개혁의 타깃은 새누리당이다.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새누리당이 찬성하지 않는 한 법 하나도 바꿀 수 없다. 이번 대선을 자꾸 단일화 프레임에 넣으면 안철수와 문재인, 두 사람의 문제로 협소화 된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참여해야 정치쇄신을 이루는 것이지 마이너 한 둘이 아무리 만나봐야 소용이 없다. 기교를 부려서 어떤 게 우리에게 유리할까 거기에만 골몰하면 정작 우리가 가야 할 개혁의 방향을 놓치게 된다."

"완전한 화학적 결합으로 돌이킬 수 없는 단일화 해야"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후보등록일인 내달 26일까지 단일화를 마치려면 시기적으로 촉박한 건 사실 아닌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결국 투표 전날 깨졌다. 왜 그랬을까. 결국 정치기교로 유불리만 따져서 그런 것이다. 그야말로 합치기만 했지, 단일화를 통해 어떤 개혁을 이룰 건지 정치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 선거를 위한 결합이었기 때문에 깨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상황도 이와 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단순히 단일화 시점과 방식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단일화를 하려면 돌이킬 수 없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완전히 화학적 결합을 해서 이건 불변이다, 이것들 때문에 단일화를 한 것이라는 약속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 다수당의 공감까지 끌어내면 나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약속은 꼭 지킬 수밖에 없는 약속이 된다. 이런 단일화를 해야 한다. 개혁의 내용을 확실히 만들고 약속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 결국 단일화엔 게임의 논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의 조직력을 무소속 안철수가 이길 수 있겠나.
"내 얘기는 방법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일화 방법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은 단일화를 위한 목적, 어떤 걸 개혁하려고 했던 건지, 정책과 콘텐츠가 빠진 상태에서, 특히 새누리당이 완전히 빠져 있는 상태에서, 단일화 방법론을 얘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 후보의 개혁모델을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모두 단일화 블랙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의 정책으로 가면 대한민국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박근혜는 어떤지, 안철수는 어떤지 국민이 비교할 수 있도록 언론도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후보 단일화 문제는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다. 단일화 방법보다는 단일화 내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 안철수 후보는 내달 10일까지 정책공약집을 내겠다고 했다. 10일 정책공약집 발표 이후로 단일화 논의를 미루는 것은 왜인가.
"11월 10일은 우리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만들어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는 날짜를 말한 것이다. 정책발표 데드라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또, 우리는 단일화와 관련해 그 어떤 시기를 특정해서 말씀드린 적이 없다. 선거에 임하는 정치세력이 정책에 대해 얼마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느냐, 그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안철수 캠프가 아무리 노력해도 민주당 조직력은 못 따라간다는 분석에는 동의하나.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1+1=2가 아니라 3 이상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가 정당에서 조직 놓고 대입하면 답이 나오는, 그런 선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는 결국 역동성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 마음속에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정치쇄신이라는 공감대가 이뤄지면 그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단순 정치공학으로 합치면 될 것이다? 그게 전략이 되는 한 야권은 전체가 다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정책과 비전, 공약이 빠진 상태에서 단일화만 논의하는 순간 국민은 소외된다. 결국 정치세력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판을 짜는 결과가 되니까. 이것은 결코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국민적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박근혜 진짜 세다, 야권의 사소한 힘이라도 다 모아야"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송호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정수장학회, 유신, 5.16 군사쿠데타 등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발언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인데도 그의 지지율은 42% 선에서 안 떨어진다. 대한민국 50년 보수정치의 벽을 이번 대선에서 넘을 수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진짜 세다. 그의 대세론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 대세론을 깬 게 무엇이었나. 바로 안철수 현상이다. 지금까지 계속 양자구도에서 안 후보가 앞섰다. 그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당도 없고 국회에선 연일 두드려 맞고 딱히 세력이랄 것도 눈에 안 들어오는 사람인데 지지율이 안 빠졌다. 왜 그럴까? 안철수를 지지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나는 박 후보의 확장력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이 지점에 주목한다면 '이기는 단일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직력으로만 이기려고 한다면, 가치 공유의 단일화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아무리 그래봐야 안철수는 기호 2번 달고 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낸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은 저버리고 결국 조직 안으로 들어와라, 게임이론 안으로 들어와라, 만약 이게 민주당의 전략이라면 정말 불행한 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왜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진짜 이기는 단일화를 만든다면 번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의 지혜를 믿어야 한다. 참고로 박원순 시장은 기호 10번이었다. 

그리고, 기호 때문에 국민의 뜻과 달리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국민의 뜻이 지금 어디에 어떻게 모이는지를 보는 게 핵심 같다. 안 후보가 이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도 국민의 힘이고, 여기까지 지지율 변화 없이 보수의 철옹성 여당의 박근혜 후보와 대등하게 올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 힘이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울타리가 있고,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이라는 울타리가 있다. 안 후보는 뭐가 있나. 국민밖에 없다."

- 시민사회 원로들이 '아름다운 연합정치를 시작하시라'고 제안했다. 연합정치는 한국정치에서 중요한 테제인데, 연합정치를 어느 단위까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특정세력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세력을 배제한 바도 없다. 온갖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해도, 부정부패와 과거 판결 부정 등이 있어도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변동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권의 아무리 사소한 힘이라도 다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전부 끌어 모아야 박 후보를 겨우 1% 이길 것이다. 새누리당 정권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 올 대선이 흡사 1987년 대선과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YS-DJ 단일화 무산으로 결국 국민만 손해 봤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끝내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면, 50%의 안철수가 5%짜리 박원순에게 양보했듯이 최후의 순간 안철수는 내려놓을 수 있을까.
"어떤 게 책임 있는 자세인가가 중요하다. 대변혁의 과제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역사적 책무에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인가 이게 중요하다. 개인의 결단이 중요한 건 아니다.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당신이라고 해서, 국민이 그렇게 얘기해서 안 후보는 나왔다. 그럼,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더 잘할 후보가 있다, 이걸 보여줘야 한다. 아닌가?"

- 정치교체,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주장하나 반MB 구호는 없다. 왜 그런가?
"정권교체, 시대교체, 정치교체는 현 정부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이명박 물러나라! 이미 이건 국민 마음 속에 다 있다. MB심판은 이미 지겹다. 지난 총선을 생각해보면 MB심판을 계속 주장했을 때 국민들은 저것밖에 할 얘기가 없나 했었다. MB심판+포지티브 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과거와 미래의 프레임을 걸면 사람들은 다 안다. 굳이 MB 물러나라! 할 필요도 없다. 이미 국민 밑바닥 정서에 다 깔린 얘기다."

- 끝으로 선거가 49일 앞인데 판세는 어떻게 보고 있나.
"각종 데이터를 보면 박근혜 후보와는 박빙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3자 말고 양자구도에서는 안 후보가 이기는 조사가 많다. 안심할 때는 아니다. 잘못하면 4.11 총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조직논리, 시간 등은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민주당과 우리가 계속 머리 써서 구도의 문제로 가면 결국 야권은 새누리당의 트랩에 걸릴 것이다."


#송호창#박근혜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