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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떠나 마음 나눌 친구가 그리운 날입니다.
 나이를 떠나 마음 나눌 친구가 그리운 날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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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버스를 탔습니다. 여느 때처럼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펼쳤습니다. 이럴 때 '이거 핸드폰 중독?'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오후에 지인이 <친구의 진솔한 편지>라는 제목으로 보낸 문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인은 "가슴 찡한 내용"이라며 "내 주위에 친구를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라고 토를 달았습니다. '대체 어떤 사연이기에 그럴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어느 친구의 감동적인 글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 원과 편지 한통을 건네주었다. 친구가 보내준 편지에는….

친구야!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야!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 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너의 친구가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의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멀리서라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술잔을 함께 기울인 지인 부부입니다.
 술잔을 함께 기울인 지인 부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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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마음 나눌 이런 친구가 있을까?

이상은 예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된 실화라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 글을 읽으면서 찡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사과장수 친구의 우정, 결혼하는 친구가 사과를 씹으며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야 하는 상황 등이 화면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를까봐 마음 졸였습니다.

내가 눈물을 흘리면 차에 탄 학생들이 행여 '저 아저씨 왜 저래?' 할까봐…. 학생들에게 '저 아저씨 무슨 사연 있나?'란 이해보다 '저 아저씨 변태 아냐?'라고 생각 할까 봐…. 하지만 이성적 판단과는 달리 감성의 눈물이 고였습니다.

눈에 고인, 마음에 고인 눈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눈을 깜빡여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애써 눈물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눈물은 비적비적 흘렀습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는 주책 바가지였습니다. 

'나에게도 마음 나눌 이런 친구가 있을까?'

누가 볼까봐, 조심스레 눈물을 닦으며 생각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몇몇의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 생각과 상대방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지인이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가슴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무척이나 그리운 날이었습니다.

 친구가 그리운 날입니다.
 친구가 그리운 날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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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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