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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12월 1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1년 만에 발효되면서, 앞으로 5인 이상만 모이면 출자금 제한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12월이 지나면 전국 곳곳에서 협동조합이 탄생할 것이다. 동네 빵집이나 커피가게에서부터 대안학교나 병원까지, 또 지금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때문에 요즘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협동조합 관련 아카데미나 강좌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는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사회가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만들어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단지 시장경제보다 착한경제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당면해서는 한국사회의 보편적 의제가 되어버린 경제민주화나 보편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기둥의 하나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고, 생태문제를 해결해가는 길에 반드시 필요한 원리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은?

그렇다면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안타깝게도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경제 정책의 한 부문으로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 주요 후보들 중 가장 긍정적이다. 현재로서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유일한 대선 후보이다.

문 후보는 사회적 경제를 "시장과 정부의 약점을 메우는 제3의 영역", "시장 경쟁의 원리를 채택하되 공공성 내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영역", "신자유주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경쟁지상주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는 협력적 성장의 기조 위에서 육성되어야 하는데 "협력적 성장이란 서로 자조하고 협력하면서 연대를 통해 상생하는 성장"이라 이야기한다.

더불어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복지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의들이 아직 세부 정책으로 충분히 다듬어진 것 같지는 않다. 사회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을 가지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한 언급 없어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주장한 경제론인 두바퀴 경제에서 협동조합이 "굉장히 큰 축"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해법으로 협동조합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정책 중 소상공인 협동조합을 제안하면서 "재벌개혁이 강자의 횡포를 막는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이런 협동조합 운동은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민주화의 결승점"이라고 표현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강원도 원주 밝음신협을 방문해서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의 주체임과 동시에 혁신적인 경제, 그리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정책 발표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및 관리 운영에 협동조합 참여를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중소상인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복지 확충 등에 있어서 협동조합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이 온통 시장경제로 둘러쌓인 상태에서 협동조합이 제대로 자리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큰 그림과 그 속에서 구체적으로 정부가 협동조합 지원에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지를 담은 방안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 도입은 사회운영원리의 변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성장해 온 해외의 사회적 경제와 달리 우리의 사회적 경제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만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가 가지는 힘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 경제라는 백지 위에 이제 막 첫 번째 선을 그리려고 하는 중이다. 첫 술을 어떻게 뜨느냐가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때문에 대선 후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가져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문 후보가 인식하는 것처럼 시장과 정부가 채우지 못하는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다. 안 후보의 제안처럼 협동조합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가 갖는 의미는 그것 이상이다. 사회의 운영 원리를 협동과 연대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두고 새사연은 18대 대통령이 해야 할 정책 제안집 <리셋 코리아>에서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라고 표현했다. 기존의 지속불가능한 시장경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 사회경제, 공공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에 사회적 경제가 있다.

기금조성, 지역공동체와의 결합, 보편복지와의 연계 필요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금마련, 지역공동체와의 결합, 보편복지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는 자금 부족의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2~3년 지원해준다고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의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경제가 주류인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는 네트워크화를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 중요한 방식이 지역공동체와의 결합이며 보편복지의 전달자로 역할하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의료협동조합, 어린이집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돌봄서비스협동조합 등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 해외 사례 중 캐나다 퀘벡은 지금 우리가 참고하기에 좋은 모델이다. 현재 퀘벡의 사회적 경제는 1990년대 경제위기로 심각해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정부가 손을 잡고 의도적으로 육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퀘벡 지방정부는 최대한 시민사회단체나 민간영역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충분한 지원을 보장했다. 또한 사회적 경제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금 조성, 교육, 연구, 사업서비스 제공이라는 4가지 축이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캐나다 퀘벡 사례 참조하고, 민간 부문의 정책 제안 수용해야

그리고 얼마 전 한국협동조합·사회적경제통합연대회의(가칭)이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 5대 정책 과제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 내용은 크게 5가지로 아래 표와 같다. 우선 대통령 직속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하여 정부가 앞으로 사회적 경제를 우리사회의 중요한 부문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계획 하에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와 함께 대중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알릴 수 있는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사회적 경제를 뒷받침할 제도와 산업간 네트워쿼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의료, 보육, 주택, 돌봄서비스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늘려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협동조합사회적경제통합연대회의(가)가 제시한 사회적경제 정책과제  올해 11월 발족을 준비 중인 한국협동조합사회적경제통합연대회의(가)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 정책들
한국협동조합사회적경제통합연대회의(가)가 제시한 사회적경제 정책과제 올해 11월 발족을 준비 중인 한국협동조합사회적경제통합연대회의(가)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 정책들 ⓒ 새사연

지금 많은 이들이 협동조합에 보이고 있는 관심은 단순한 창업 열풍이 아니라 대안적인 한국사회에 대한 갈망이다. 캐나다 퀘벡처럼 위기 때 오히려 협동조합이 증가한 해외 사례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국민들은 보편복지에 이어, 경제민주화 그리고 이제는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가지 요구는 더 많은 국민의 직접 참여, 주인으로서의 더 많은 권리 요구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진다. 이를 이해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이가 다음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수연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2012 대선#협동조합#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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