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금강산 관광 중단, 대북단체 '삐라' 살포와 북한의 조준타격 논란 등.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 관계는 차가웠고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접경 지역은 곧바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선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금, <오마이뉴스>는 접경지를 찾아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편집자말] |
"한 어민 이야기를 생생히 기억한다. 조조가 수천, 수만 척의 함대를 이끌고 적벽에 나타났듯이, 시꺼먼 중국 어선들이 NLL(북방한계선)을 타고 내려와 (물고기) 싹쓸이 할 때 막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고. 이런 어리석은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무능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중국 어선들이 서해 NLL 지역에서 막대한 수산 자원을 싹쓸이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중국 어선들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송영길 시장이 내건 모토는 "백령도를 '제2의 제주도', 연평도를 '제2의 대마도'로 만들자"는 것.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한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해 5도 접경지 상황을 고려하면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한국경제 문제 해결, 북한 영토 개척에 있다"하지만 송 시장은 '서해 평화 어로 구역'을 만드는 게 NLL 긴장 완화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서로 중무장을 하면서 철옹성을 쌓는 게 아니라 아예 무장해제하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과 '인천-개성-해주 삼각크러스트 구축'을 위한 강화교동평화산업단지 조성 등을 제시했다.
대선을 앞두고 '접경지를 가다' 기획보도를 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부평신문>과 공동으로 지난 9일 오후 인천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송영길 시장을 만났다. 송 시장은 이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밝히면서 최근 결정된 UN 녹색기후기금(GCF) 송도 유치가 인천 지역의 경제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그의 구상을 실현하려면 정권 차원의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따라서 그는 "남북문제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 개념으로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면서 대선 후보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 내외로 예상하는데, 대선 후보들이 경제 성장 전망치를 (공약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2% 미만의 경제성장률은 청년실업을 심각하게 하는데, 문제 해결의 답은 미개척 영토인 북한에 있다. 한반도 경제가 살길은 풍부한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가진 북한 영토 개척이다. 왜 못하는지 답답하고 안타깝다." 아래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로 인천시의 축제 분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침체된 인천과 대한민국에 잘 된 일이다. 나라마다 기회가 오는데, 그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 일등 공신은 믿고 지지해준 시민들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많은 도움을 줬다. 기획재정부가 뛰고, 손성환 외교통상부 기후변화대사가 중간 역할을 해줬다. 정부, 지자체, 여야 모두 힘을 합쳐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가 인천에 어떤 도움이 될까. "천문학적 경제 효과가 예상되지만, 국내 최초로 제대로 된 국제기구를 유치한 의미가 크다. 국제기구가 2만1000여 개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겨우 32개만 있을 뿐이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은 인류의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 기구다. 나중에 녹색기후기금이 북한과 통일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남북문제를 푸는 데에도 녹색기후기금을 활용할 수 있나. "고비사막 산림녹화, 아마존산림 보전 프로그램 등에 (기금이) 지원되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발굴될 사업 모델도 많다. 국내 NGO와 함께 남북 정부가 사업 모델을 만들어 승인받으면 기금을 지원받는다. 북한 중유 지원 문제도 태양력·풍력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에 따라 서해에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 중인데, 논란이 많다. 그 대안이 조류발전인데, 댐을 만들지 않고 풍력발전기를 바다에 넣는 개념이다. 환경 피해가 훨씬 적어 환경단체도 조류발전은 동의한다. 더욱이 일반 풍력발전 효과에 800배라고 한다. 인천시는 영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연구용역 중이다. 녹색기후기금 목적에도 맞는 사업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북방한계선, 명확한 합의 없어 분쟁 소지 많아" - 인천의 북한 접경지를 어디까지 규정할 수 있나. "서해5도와 강화도가 접경지역이다. 강원과 경기는 육지가 접경지다. 휴전선 155마일은 유엔군과 중국, 북한이 합의해서 분쟁 소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인천은 NLL을 중심으로 120마일의 해상 경계선이 존재한다. 문제는 NLL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어 분쟁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실상 묵인한 경계선'이라고 하고, 북은 뒤늦게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NLL 쪽으로 몰려 있어, 동북아의 화약고가 됐다."
- NLL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백령, 대청, 소청, 우도, 연평도 5개 섬을 서해5도라고 한다. 엄격히 말해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헌법3조 영토의 범위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규정돼있다. NLL이 불가침 경계선은 분명하나, 독도와는 성격이 다르다. 마치 영토선이 아니라고 해서 북에 내주거나 포기하는 것처럼 왜곡하면 안 된다. 또한 영구불변으로 분단을 영구화할 것처럼 주장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불확실한 선을 총칼로 지키자고 주장만해서는 안 된다. 스물, 스물한 살 어린 병사들의 총칼에 (영토를) 맡겨 놓는 무능한 정부가 어디 있나. '너는 상대편에게 총 왜 못 쐈어?'라고 어른이 협박하는 게 합당할까? 이건 직무유기다. 서해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 제도적 합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한다. 그것이 10.4선언이다. NLL을 중심으로 한 서해 평화어로구역이 해법이다."
- 대선을 앞두고 최근 새누리당에서 NLL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는데. "무책임한 주장이다. 대통령 후보 중에서 안보를 북에 주자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말도 안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국민대통합을 말하고 6.15와 10.4선언을 존중하자는 입장인데, 전임 대통령의 합의를 존중한다면 노무현 정부 때의 말을 가지고 정치 공작하면 안 된다."
- 연평도에서는 현재 많은 공사가 진행중이다. "연평도에 1000억 원 공사가 발주돼 경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군인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안다. 백령도에도 군인이 증원됐다. 하지만 군인 증원하고 시설 현대화하는 게 대안은 아니다. 북도 대응 무장을 강화할 것이고, 양측이 군비 경쟁을 하면 서해5도는 영원한 화약고가 된다. 평화를 보장할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 연평도 현지에서는 중국 불법어선을 막아달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중국 어선은 낮에는 NLL 북측에서 조업하다가 일기가 불안정하거나 야간에는 남하해 불법조업을 한다. 그러다 기상 악화 시 백령도, 소청도 주변까지 피했다가 조업구역으로 복귀해 우리 어민이 설치한 어구를 고의적으로 훼손하기도 한다. 2010년에도 홍어 주낙 370틀, 통발어구 80여틀(65척, 2억8200만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고, 올해 10월에도 통발어구 260여틀(44척, 3억6399만 원) 피해를 입었다. 오죽하면 어민들이 국회와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대책을 요구하겠나.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서해5도에 나타나는 중국 어선 대부분은 불법·무적 배다. 임차해서 끌고 오는데, 임차료 갚기 위해서라도 죽기 살기로 어족을 싹쓸이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단둥, 대련, 청도 자매도시에 협조도 몇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 군부가 돈을 받고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묵인하는 걸 바로 잡아야 한다. 서해뿐 아니라 동해안도 중국배가 싹쓸이한다. 대중 외교력을 높이고 해경 등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어선 불법 조업 막기 위해 대중 외교력 높여야" - 제2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막는 대안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내세우고 있는데. "백령도를 '제2의 제주', 연평도를 '제2의 대마도'로 만들자는 것이 내 구상이다. 중국 항로를 개설해 투자와 관광객을 유치하고, 평화와 경제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영선시와 백령도 간 항로를 개설하기로 했고, 정부 차원의 합의만 남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고 본다.
백령도는 인천에서 220km 떨어져 있는데, 중국까지는 187km, 평양은 147km다. 그래서 백령도를 수도권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평양권'인데(웃음), 수도권 규제로 묶는 건 문제다. 백령도에 동대문·남대문시장 같은 아울렛을 만들어 중국 보따리상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류가 활성화되면 (서해5도에서) 자연스럽게 긴장이 완화된다. 백령도를 '비자 프리지역'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섬이라 (사람들이) 빠져나갈 곳도 없다. 무비자로 홍콩, 중국에서 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화약고 서해가 평화·관광 서해로 바뀔 수 있다."
- 구상은 좋은데, 걸림돌이 꽤 있을 것 같다. "남북관계가 관건이다. 인천시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남북교류를 선도해왔다. 각종 인도적 지원과 평화교류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인천평화컵 유소년축구대회'도 2년째 개최했다. 내년 3회 대회에는 강원도도 참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제안했다. 성사되면 서울·경기·인천·강원과 더불어 중국·북한·일본 유소년축구팀들이 경기를 하게 된다. 5.24 조치를 자연스럽게 피해가면서 스포츠 평화 교류를 하는 셈이다.
소박하지만 단둥 축구화 공장이 지난해 11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평양 노동자 30여 명이 일하는데, 생산한 축구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과 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5.24조치로 남북협력이 차단된 상태에서 남한 자본, 중국 경영,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시작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협력 사업이다."
5.24 조치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후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며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한 인적·물적 교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정책을 말한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역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이 주요 내용이다.
-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 실행방안으로 9대 중점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중점 사업으로 ▲고려문화역사문화재단 설립 ▲인천-개성-해주 삼각 크러스트 구축을 위한 강화교동평화산업단지 조성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평화축전화 ▲백령도와 중국 영성시 간 항로 개설 등을 고민하고 있다."
- 강화교동평화산업단지를 남북공동경제구역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계획과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교동평화산단은 남한의 자본·토지·기술과 북한의 노동·기술이 결합하는 형태로 첨단 하이테크 산업과 농업·수산업 등이 포함된 복합단지를 단계별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개성공단과 상호 보완관계가 될 것이다.
개성은 북에 있고, 교동은 남쪽에 있다. 교동에 100만 평 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해주와 연결해 해주 중공업-개성 경공업-인천 물류항공과 자본을 연결하면 중국의 광주-심천-주해를 연결하는 '주강 삼각벨트'와 경쟁하게 된다. '임진강 삼각벨트'로도 볼 수 있는데, 경쟁력 있는 산업크러스트가 될 것이다. 강화와 교동을 잇는 다리가 내년 말에 완공된다. 북한 개풍까지의 거리도 1.8km밖에 안 된다. 북에 이 구상을 전달했고, 긍정적 메시지가 있다."
"교동평화산단 만들면 개성공단과 상호 보완된다"- 이 사업에 회의적 반응도 있다. "북은 외화벌이를 위해 인력을 수출한다. 쿠웨이트 등 중동과 시베리아 벌목장, 단둥 등에 수천 명씩 보내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노동력을 찾아 라오스·캄보디아로 공장을 이전한다. 남한은 눈앞에 노동력을 두고 외국으로 나가고, 북은 (눈앞에) 기업을 두고 해외로 나간다. 이런 모순도 해결하는 해법이 교동평화산단이다. 특히 교동은 섬이라 북한 노동자들이 출퇴근 버스를 이동하면 이탈도 없고 특별 보호도 가능하다."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개성공단 사례처럼 남북경제협력 사업은 매우 유동적인데. "개성공단은 남측이 막아서 그렇지 북측에서 막은 적은 거의 없다. 남쪽 상황에 따라 막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성공단이 정지된 적은 없다. 개성공단과 (교동평화산단이) 상호 보완하는 게 가능하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도 관심을 갖고 있다."
-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현 구상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한다면? "유력 대선 후보 세 명 모두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어 다행이다. 박 후보도 10.4선언 존중하고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전향적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후보와는 많은 교감을 했고, 강화교동 프로젝트를 전폭 수용했다. 안철수 후보를 만난 적은 없지만, 대북문제를 자문하는 김근식 교수가 인천시 교류협력 자문위원이다. 누가 당선되든 우리 정책을 수용할 것으로 본다."
덧붙이는 글 | 한만송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