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하마스 군 지도자 아흐메드 자바리에 대한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로 촉발된 갈등이 4일째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탄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은 공중, 해상 폭격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하마스의 로켓이 이스라엘 남부 키럇 말라치의 아파트에 떨어져 3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군의 폭격은 더욱 치열해져 14일 이후 17일까지 800회 이상 가자지구를 공격하였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45명이 사망하고 390명이 부상당했다.
'외과적 정밀타격'을 통해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에 억지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와 달리, 이스라엘 군의 폭격에 희생된 사람들의 상당수는 임산부, 신생아를 포함한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총리실, 하마스 본사, 경찰청등 정부관련 시설뿐 아니라 수많은 민간시설에 폭격을 가했다. 이로 인해 이집트로 이어지는 가자의 유일한 식량, 연료 및 구호물품 보급로가 끊기고 전력시설이 파괴되어 가자의 밤은 이스라엘군의 폭격의 화염을 제외하고는 빛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가자지구의 가장 큰 병원인 쉬파병원 관계자는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입원실 수용능력이 한계치를 벗어나 응급 환자들을 이집트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발사한 수백발의 로켓탄 중 3발이 이스라엘의 경제수도인 텔아비브에 떨어졌다. 1991년 걸프전쟁 이후 처음으로 공습경보가 울린 텔아비브는 공포에 질려 대피하는 사람들로 혼란스러웠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인근에는 1970년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1발의 로켓탄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피해는 민간인 사망자 3명과 군인을 포함한 부상자 13명이다.
하마스 로켓의 확장된 사정거리에 관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란산 파즈르 로켓을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 인사들의 가자지구 방문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응이집트 대통령 모르시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맹비난 하며 즉각 공습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15일엔 이집트의 총리가 가자지구를 방문하였다. 총리의 방문기간 동안 양측은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이 기간 동안 가자에서 2명의 민간인이 이스라엘 군 공습으로 폭사했다. 이집트 총리가 떠난 뒤 그가 머물렀던 하마스 본사건물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17일 오전(현지시각) 튀니지 총리가 가자지구를 방문하여 폭격당한 건물 등을 둘러보고,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중단 촉구와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호소하였다. 튀니지 총리의 방문 도중 지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4명이 사망하였다.
유엔은 문제해결을 위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가자지구 방문이 있을 것이라 발표하였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표적암살과 공격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을 옹호하였다.
가자지구에서 점점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전 세계 시민들이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이후 약 50여개 국가에서 폭격으로 고통 받는 가자지구 사람들에 대한 연대시위가 열렸다. 한국은 16일 (금요일) 나눔문화, 참여연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등 17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규탄시위를 열고 대사관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하였으나 전투경찰의 제지로 직접 전달하지 못하였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조짐... 코앞에 닥친 전면전이스라엘군의 공중폭격이 무차별적으로 민간시설까지 확대대고, 하마스의 로켓탄은 이스라엘의 주요도시에 떨어졌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예비군소집안 통과에 따라 7만 5000명의 예비군이 현역으로 편입되었다. 이스라엘군의 탱크, 장갑차, 불도저 등의 지상군 장비와 군인들이 가자지구 국경 근처로 이동하는 모습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17일 오후 1시(현지시각)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변 주요도로를 봉쇄하고 '군사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이는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조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짐들이 공포감 조성과 이스라엘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 위한 일종의 쇼일뿐 실제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하였다.
이스라엘 군의 지상군 투입은 곧 가자지구의 전면전과 대규모의 민간인 피해를 의미한다. 2008년 겨울, 전 세계가 목격하였듯이 이스라엘군은 22일간 지상군 투입을 통한 공격과 무차별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인 1400명을 살해하였다. 지금 이스라엘군의 움직임과 전반적인 상황이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공습과 매우 흡사하다.
대규모 공습의 배경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집트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서명한지 이틀도 안되어 발생한 대규모 공격의 배경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라엘은 최근 골란고원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교전 등 외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굳이 대규모 공습이라는 무리수를 둔 이유로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총선을 한 달 앞둔 집권당의 집권야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 이스라엘에서는 물가폭등, 높은 실업률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해서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국제적인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이스라엘 국내 경제가 악화되었음은 물론이다. 내부적으로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지난달 조기총선을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집권당인 리쿠드당과 극우정당인 베이타누당이 연합하여초극우 정당을 탄생시켰다.
이런 시점에서 가자지구의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이슈를 부각시켜 국내의 '안보' 위기감을 조성하여 표를 얻는 것은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써온 고전적인 전략이다.
이스라엘이 총선을 앞두고 감행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1955년, 1961년, 1981년, 1996년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과, 1981년 이라크 원자로 폭격, 1996년 레바논 공습, 2009년 가자지구 공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