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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18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준비된 여성대통령론'을 선거 슬로건으로 들고 나왔다. 한동안 야권의 후보 단일화 이슈에 관심이 쏠린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그 대항마로서 여성이라는 점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박 후보는 18일 인천에서 비전선포식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열고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만들어 갈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이 기다려지지 않는가"라며 '여성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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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21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모든 여성들에게 차별 없는, 유리 천정이 없는 미래와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대통령론은 꼭 필요하다"며 "다만 무조건 여자 후보, 즉 여자목욕탕을 가고 여자화장실을 갈 수 있는 사람이 곧 여성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한씨는 "여성대통령을 원했던 것은 차별받는 여성들에 대한 입장을 동병상련으로 이해할 것이고 사회적 약자로서 여자들의 어려운 점을 알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여성 대통령론을 이야기 할 때는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이나 어떤 의식, 어떤 시각을 가진 사람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별이 무엇이건 간에 여성을 위한 정책과 뜻을 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여성 대통령론의 핵심이란 것.

여성 대통령론 핵심, 성별보다 여성 위한 정책 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오한씨는 "본인이 대통령을 하고 싶은데 본인이 여자니까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대통령 되려고 준비했으니까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며 "이렇게 준비되었다고 이야기하려면 지금까지 해왔던 정치적 행보와 궤적을 둘러봐야 하는데 지금 나오는 것은 단지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갑작스러운 첨가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본래 정치인으로서 여성을 위한 정책을 펴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오한씨는 "여성정치인은 '여왕 부류'와 '무수리 부류'로 나뉠 수 있다고 보는데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무수리 같은 삶을 사는 정치인에 대한 기대이자 다수 여성의 아픔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기대"라며 "(약자로서의) 직접적 체험이 없더라도 자기가 여성이라면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공감을 하면서 발언권을 갖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한씨는 "우리가 여성대통령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생물학적 여성대통령이 아니라 여성을 위하는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어려움과 아픔과 차별을 이해하고 그걸 해결해주기 위한 대통령'이라는 뜻이 여성과 대통령 사이에 들어가 있는 단어"라고 말했다.

오한씨는 "여성학자로서, 오랫동안 여성대통령론을 주창해온 사람으로서 유권자들이 그런 내막을 꼼꼼히 따져보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한씨는 "일각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결혼을 해봤느냐, 애를 낳아봤느냐고 하면서 여성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것은 결혼 안 한 여성들과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들에 대한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성운동에 뿌리를 내리신 이효재 선생님도 평생 독신이었지만, 철저하게 여성 문제와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치열하게 연구하셨다"며 "시각과 관심의 문제지 직접 체험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를 결혼이나 출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오한씨는 "박 후보가 이제부터는 정말 여성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보려고 여러 가지 공약을 내세우고 그걸 함축한 의지의 표현으로서 준비된 여성대통령론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면, 지금 (캠프 내에서)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브레인'들을 조사해봐야 한다"며 "'며느리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시어머니적 가치관'과 '시누이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며느리들을 위한 대안을 내겠다고 하면 우리가 그걸 신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털남#박근혜#대선#여성대통령론#오한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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