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은 '흑돼지'로 유명합니다. 산청 흑돼지는 다른 돼지보다 담백하고, 먹어보면 깔끔합니다. 기름도 적습니다. 당연히 다른 돼지보다 비쌉니다. 우리 집은 1년 두 번은 지리산 흑돼지를 먹습니다. 지리산 근처에 있는 한 교회 목사님이 보내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직접 키운 닭을 보내주십니다. 일반 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습니다.
"여보, 돼지는 생김치하고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또 시작하는군요. 김치 담그기가 얼마나 힘든데.""당신이 담근 김치가 얼마나 맛있는데.""결국 생김치 먹고 싶다는 말 아니에요?"
아내는 제 말을 듣고 김치를 담갔습니다. 그리고 흑돼지를 삶았는데 김이 모락모락합니다.
아내가 담근 김치와 지리산 흑돼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아빠, 흑돼지 정말 맛있어요!""그럼 흑돼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리고 엄마가 생김치를 담갔잖아.""아빠, 흑돼지에 생김치를 싸 먹으면 더 맛있잖아요.""흑돼지에 생김치를 싸 먹으면 진짜 맛있지.""아빠, 한 번 보세요. 제가 김치로 흑돼지를 싸 먹어볼게요."
무엇이든지 잘 먹는 딸 아이. 김치에 흑돼지를 싸 먹었습니다. 막둥이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누나처럼 김치에 흑돼지를 쌌습니다. 얼마나 잘 먹는지 모릅니다. 잘 먹으니 좋습니다.
"아빠, 나도 누나처럼 먹을게요. 한 번 보세요. 맛있겠죠.""그래. 맛있게 보인다.""그런데 형아는 손으로 싸 먹는 것이 아니라 젓가락을 먹어요.""맞다. 형아는 정말 맛 없게 먹는다. 손으로 바로 싸 먹으면 맛있을 것인데.""아빠, 지리산 흑돼지와 엄마 김치 꿀맛이에요!""그래, 꿀맛이다."
큰 아이는 식성이 정말 까다롭습니다. 김치와 흑돼지를 그냥 먹으면 될 것인데, 꼭 젓가락으로 먹습니다. 딸 아이와 막둥이가 먹는 모습을 보면 또 먹고 싶은데, 큰 아이 먹는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입맛도 없어집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 됩니다. 아무튼 지리산 흑돼지와 김치 때문에 온 가족이 만찬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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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둘은 맨손으로 흑돼지를 김치에 싸 먹지만 큰 아이는 끝까지 젓가락으로 먹습니다. |
ⓒ 김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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