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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공약 선호도 1위'라고 소개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인터넷 광고
'대학생 공약 선호도 1위'라고 소개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인터넷 광고 ⓒ 새누리당

요즘 <오마이뉴스>가 선관위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대선공약검증팀에서 진행한 대선후보 공약 평가 기사에 선관위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죠.

공교롭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선대위에서 <오마이뉴스> '점수 평가'에 대해 선관위 조사를 요청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지 '오비이락'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정말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요?

새누리당-선관위, 점수 주기 '딴죽'... <동아>는 '박근혜 1위'

선관위가 요즘 '박근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뿐만 아닙니다. 선관위는 지난 5일 <경향> <여성신문> 등 대선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한 언론사들에게 줄줄이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후보 공약을 '비교 평가'할 수 있지만, 전문가 점수를 매겨 '서열화'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마침 박선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오전 이들 매체를 지목해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공교롭게 박 대변인이 지목한 기사들은 모두 박근혜 후보 점수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비해 낮게 나온 것들이었습니다(관련기사: 꼴찌 하면 선관위 고발, 1등 하면 여기저기 홍보?).

새누리당과 선관위의 서슬퍼런 경고(?)에 이들 언론사들이 멈칫 하는 사이 <동아일보>는 7일자 1면에 당당하게(?) 공약 평가 점수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정당학회와 함께 경제, 복지, 정치, 외교, 안보 등 15개 대선 후보 정책을 평가했더니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는 겁니다(동아일보> 박-문 15개 정책, 본보-정당학회가 검증해보니 ).

새누리당 잣대로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일 테지만 이번엔 일언반구 말이 없습니다. 더구나 <동아>는 이미 지난달 일자리 정책 평가에서 박 후보에게 가장 좋은 점수를 줘 선관위에서 '경고'를 받은 적 있지만 새누리당은 "모른다"고 딱 잡아 뗍니다. 그나마 박근혜 캠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대놓고 자랑하지 않은 걸 높이 사야 할까요?

'선거법 위반' <동아>, <조선>을 위한 변명

그렇다고 <동아> '정책 평가'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특정 후보 유불리를 떠나 대선 정책과 공약에 대한 유권자 관심을 유발하려면 이런 점수 평가는 더 활발해져야 합니다. 선거 때마다 '정책 실종' 운운하는 우리 현실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대선후보 정책을 비교 평가하면서 '마음에 드는 공약 하트 주기'나 '전문가 평가 점수'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놀이처럼 즐기게 만들자는 취지죠.

하지만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위원장 박용상, 아래 심의위원회)도 지난 6일 <오마이뉴스> 10대 공약 비교 '마음에 드는 공약에 하트 주기' 결과를 분석한 기사가 불공정한 보도라며 '주의' 조치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대상으로 진행된 공약 인기도 조사였고 후보 지지도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역시 후보를 '서열화'했다는 이유입니다(관련기사: 공약 인기도, 문재인-박근혜 격차 더 벌어져).

'불공정한 여론조사' 인용한 박근혜 후보는 무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선관위를 통해 4일 배포한 책자형 선거공보. 서울권대학언론 조사와 한국경제신문 조사를 인용해 박 후보 정책 호감도와 실현 가능성이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선관위를 통해 4일 배포한 책자형 선거공보. 서울권대학언론 조사와 한국경제신문 조사를 인용해 박 후보 정책 호감도와 실현 가능성이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 새누리당

이처럼 선관위 잣대는 아직 낡고 구태의연합니다. 물론 선관위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이런 구닥다리 선거법을 만든 이들이 바로 여야 정치인들이니까요. 후보자 선거 공보에 대한 선거법의 '이중잣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후보 청년 공약이 대학생 설문조사결과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한 <조선닷컴> 등에 대해 '불공정한 여론조사 보도'라며 '주의'조치했습니다(관련기사: <조선닷컴> 11월 19일 대학생 지지 '安 1위'… 청년공약 눈 가리고 테스트하니 '朴 1위').   

이 기사에 대해 심의위원회에선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는 비과학적 방법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라고 밝혔지만, 박근혜 캠프에선 그 결과를 선거 광고에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 4일 선관위를 통해 배포된 책자형 선거 공보에까지 실었습니다. 

이에 선관위에서는 "해당 선거법은 언론사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후보자 '선거 공보'는 허위 사실이나 비방만 아니면 실어도 상관없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후보자는 '무죄', 언론사는 '유죄'가 되는 셈이죠.

'서열 매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후보는 선거 공보에 '대학생 선호도 조사 1위', 상대 후보와 비교해 가며 '실현가능성 88.3%로 가장 높아'라고 원래 기사에 없던 내용까지 뽑아 '서열화'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앗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물론 유력 대선 후보 '선거 공보'가 갖는 공신력과 영향력을 감안하더라도 명백한 '이중 잣대'인 셈이죠.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거법입니까? 심판은 새누리당과 선관위가 아닌 독자 여러분께 받겠습니다.


#선거법#선관위#공약평가#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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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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