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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노조 민실위에 따르면 정치부 국회반장 조문기 차장은 사내게시판에 "안철수 전 후보는 이제 문 후보 지지 유세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과거 대선 후보 때처럼 중계방송 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라고 올렸다. 사진은 지난 2월 24일 MBC 총파업 집회 당시
 MBC노조 민실위에 따르면 정치부 국회반장 조문기 차장은 사내게시판에 "안철수 전 후보는 이제 문 후보 지지 유세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과거 대선 후보 때처럼 중계방송 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라고 올렸다. 사진은 지난 2월 24일 MBC 총파업 집회 당시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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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MBC다. 지난 9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안철수 전 후보의 발언 관련 보도를 다루는 것은 편파 불공정 보도"라고 언론을 압박한지 단 하루 만에 관련 내용이 정치부 기자들에게 지시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조건 없는 지지'를 선언한 안 전 후보가 연일 대규모 군중을 이끌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MBC는 이를 '뉴스'로 여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1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에 따르면, 현재 정치부 국회반장을 맡고 있는 조문기 차장은 사내게시판에 "안철수 전 후보는 이제 문 후보 지지 유세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과거 대선 후보 때처럼 중계방송 하듯 기사를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라고 올렸다. 이 게시판은 정치부 기자들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사실상 내부취재 지침을 전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조 차장은 "후보 행보 스트레이트 기사나 리포트 기사 작성 시 박근혜·문재인 후보 경쟁 구도임을 유념해서 균형을 맞춰 써주시길"이라며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는 "(안 전 후보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은) 한광옥·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박 후보 행보 기사에 중계방송 하듯 쓰지 않는 것과 똑같습니다"라며 "스트레이트·리포트 기사와 화면 역시 박근혜·문재인 그리고 양당 움직임으로 균형을 맞춰주시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침은 바로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최근 일부 신문과 방송 매체의 경우 선거보도가 갖춰야 할 기계적 형평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발언 직후 나온 것이다. 김 본부장은 "각 언론사는 편집과 배열에 있어 균형을 유지하게 돼 있고 여야 유력 후보의 분량을 1대 1로 맞춰야할 의무가 있다"며 "1대 1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에 할당된 보도 분량 내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신보도지침' 발표 직후 나온 MBC 내부 지시"

이와 관련해 이재훈 MBC 민실위 간사는 "이번 정치부의 지시는 안 전 후보가 사퇴를 했기 때문에 한화갑·한광옥이나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인데, 보도의 기본 원칙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는 보도가치에 따라 보도해야 한다,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지 안철수와 한화갑을 같은 동급으로 취급해 후보가 아니니까 빼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할 가치가 있느냐,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따져서 보도 여부와 양을 결정해야 한다"며 "MBC 민실위는 '신보도지침'이라고 비판받은 새누리당의 발표가 있은 후 이런 지시가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지침'은 지난 5공화국 당시 전두환 정권이 신문사와 방송사에 하달한 보도 지시 사항을 말한다.

민실위가 발행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이 같은 정치부 지시가 나오기 이전부터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를 해왔다. 지난 6일 MBC는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처음 공동으로 유세를 한 사실을 보도하며 한 꼭지만 내보냈다. KBS와 SBS가 사실보도 후 전망분석 리포트를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며칠 후 안 전 후보 진심캠프 내 일부 인사가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것은 별도 꼭지로 보도했다. 다른 언론사는 두 사람의 동정 보도 속에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전했다.

한편, 정치부 지시내용과 관련한 사실 확인을 위한 통화에서 조문기 차장은 "바쁜데 왜 자꾸 전화를 하느냐"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조 차장은 지난 10월 안철수 후보에 대한 경찰의 사찰 의혹이 제기된 국정감사 당시 관련한 녹취록을 입수하고도 보도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관련기사 : "사찰이란 증거 어딨나" MBC 어디까지 망가질까 - <미디어 오늘>).


#안철수#문재인#MBC#박근혜#한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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