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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사산, 사막이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스런 아름다움이다.
명사산, 사막이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 자연의 신비스런 아름다움이다. ⓒ 박찬운

돈황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명사산(鳴沙山)과 월아천(月牙泉)이다. 우리 일행은 7월 19일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이곳을 들렀다. 45도가 넘는 열사의 기온을 견디면서 절경을 즐길 수는 없어 일부러 저녁 시간을 택한 것이다.

오후 8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대낮 같다. 참고로 중국은 전국이 북경 시간을 쓰고 있다. 그래서 돈황 부근에 가면 두어 시간의 시차가 있어야 함에도 같은 시간을 쓰니 늦은 저녁 시간도 훤한 대낮이다. 덕분에 우리 일행은 조금 기온이 떨어진 저녁 시간에 이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명사산은 돈황 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사막이다. 저 멀리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이곳에 와 멈춘 다음 수만 년 동안 시간을 보내며 사막을 만들어 냈다. 동서 40킬로미터, 남북 20여 킬로미터, 해발 1715미터의 사막 산으로 바람이 불 때 소리가 난다고 하여 명사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월아천은 바로 명사산 아래에 있는 남북 방향으로 길이 100여 미터, 동서향으로 약 25미터(월아천의 규모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다르다. 아마도 이것은 시간이 가면서 월아천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깊이 2미터의 초승달 모양의 호수다.

명사산에서 월아천을 내려다보면 사막의 오아시스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십여 년 전 내가 실크로드 여행 꿈을 꿀 때 당시 두 번이나 돈황에 다녀오신 최영도 변호사님이 이곳의 풍경을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가 본 경치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돈황의 명사산었다네."
"나는 (그 아름다움을) 말로 설명할 수 없네. 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직접 가서 보고 느껴야지, 그 아름다움을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네."

그러고 보니 내가 오래전부터 실크로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은 최 변호사님의 이런 말씀 덕에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명사산 봉우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초승달 모양의 월아천과 누각.
명사산 봉우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초승달 모양의 월아천과 누각. ⓒ 박찬운

나는 그 말씀을 기억하며 그곳을 찾았다. 과연 절경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벌건 모래,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석양 노을, 명사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월아천의 자태,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월아천 옆에 세워진 누각도 운치를 더한다. 우리는 낙타를 타고 월아천 부근까지 간 다음 명사산의 한 봉우리에 도전했다. 한 십여 분 땀을 뻘뻘 흘리니 산 정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다보이는 일망무제의 모래 지평선, 그리고 월아천의 아름다움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모래 산에 둘러싸인 채 수천 년 동안 샘솟는 월아천은 인간이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자연예술 그 자체이다.

그러나 명사산에서 월아천을 바라다보는 내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우선 이곳이 너무나 많은 관광객의 관광코스가 되다 보니 과거의 고요함을 잃어간다는 점이다. 이곳은 고요해야 제격이다. 고요한 밤, 총총한 별빛 아래 낙타를 타고 가던 대상들이 보았던 명사산과 월아천은 이제 사라지고, 그곳은 수백 마리의 낙타가 구름같이 모여든 세계 각처의 관광객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몇 년만 가면 과연 명사산과 월아천이 그 전설의 아름다움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지 자못 근심스러웠다. 관광대국을 고대하는 중국을 이해하지만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월아천이 이제는 더 이상 오아시스가 아니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원래 월아천은 남쪽의 곤륜산맥의 눈 녹은 물이 당하라는 이름의 강을 만들고, 이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비교적 저지대인 둔황 명사산 기슭에서 솟아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당하와 월아천 사이의 수맥이 끊겨 인공적으로 물을 대고 있다고 한다. 사막화의 결과라 하지만 그것이 혹시나 사람들의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가져온 업보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상 최고의 절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름다운 쿠무타크 사막, 인생 최고의 일출을 보다

 돈황에서 하미까지 이런 황량한 산야가 수백 킬로미터를 뒤덮고 있다.
돈황에서 하미까지 이런 황량한 산야가 수백 킬로미터를 뒤덮고 있다. ⓒ 박찬운

우리 일행은 7월 20일 오후 돈황을 뒤로 하고 하미로 출발했다. 이날 밤 하미에서 선선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로 한 것이다. 원래는 과거 돈황역이라 불리던 유원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야간열차를 이용하여 선선까지 가려는 것이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하미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그곳에서 선선행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하미까지 버스로 이동한다는 것은 사막지대를 6시간 이상 통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여행사에 불만도 토로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한 여행이 되었다. 왜냐하면 돈황에서 하미까지의 구간이 소위 실크로드에서 죽음의 구간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430여 킬로미터의 이 황량한 땅은 소위 고비(모래사막은 아니지만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건조지대)라는 사막지대다. 실크로드의 많은 여행자들이 이 구간을 참지 못하고 죽어갔다고 한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전 구간에 걸쳐 변변한 휴게소 하나가 없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쉴 곳이 없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길에 차를 세워 두고 거국적으로 노상방뇨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구간을 거쳐 가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2000년 전 이곳을 지나가는 어느 여행자가 되어 보자고. 얼마나 어렵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땅, 언제나 오아시스가 나타날까, 물은 떨어지고 하늘의 태양은 야속하게도 이글거리기만 한다. 죽음이 목전까지 찾아왔다.

그때 저 멀리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은 신기루일 뿐이다. 이때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종교밖에 없다. 절대 구도의 심정으로 걸어야 한다. 이생에서 안 되면 사후세계라도 복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왜 이 길이 종교전파의 길이 되었는지 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종교가 없었다면 그들은 걸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이 길을 오고 간 사람들은 불교도이든지 아니면 절대신을 받들던 이슬람교도 혹은 기독교인들이었다.

하미는 멜론 모양의 하미과로 유명한 곳이다. 도시 곳곳에 하미과 선전물을 만국기처럼 매달아 놓고 있었다. 이곳은 고대 중국에서는 이오라고도 불리던 곳인데 실크로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길목이었다.

 쿠무타크 사막,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이것이 바로 절대미다.
쿠무타크 사막,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이것이 바로 절대미다. ⓒ 박찬운

이곳에서 우리 일행은 저녁을 먹은 다음 선선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선선에 있는 쿠무타크 사막을 가기 위함이다. 쿠무타크 사막은 동서로 80킬로미터, 남북으로 40킬로미터의 비교적 조그만 사막으로 멀리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선선 근처에서 쌓여 사막을 이룬 것이다. 만일 바람의 방향이 조금만 바뀌었다 해도 삽시간에 선선은 모래로 뒤덮이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가 그곳을 간 것은 사막에서의 일출을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오전 3시에 선선에 도착하여 사막으로 이동하니 일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5시가 넘어 사막공원에 들어서 사막을 가로지르는 전용차를 탔다.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듯 스릴을 느끼며 사막 한가운데 모래산 봉우리에 도착하였다.

멀리 선선 시내가 보인다. 별들이 점점 스러져 가면서 사막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일망무제의 사막,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사막에는 발자국 하나 없다. 나는 사막 봉우리 이곳저곳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 보았다.

태고의 시절에도 이랬으리라. 1000년 전, 2000년 전에도 이랬으리라. 자연의 장엄함에 일순간 숙연해졌다. 그 순간 동쪽 끝에서 해가 오르기 시작한다. 연거푸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만 이 조그만 사진기로는 그 장엄함을 담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 이 아름다움은 가슴에 새겨야겠다. 내 눈망울에 새겨야겠다.

나는 이날 아침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목격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천 년 전 천리 길 죽음의 사막을 통과하고 이곳에 도착한 실크로드 여행자들도 이 광경을 보고 잠시 동안이지만 감탄했으리라.


#세계문명기행#실크로드 문명#쿠무타크#사막#절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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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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