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가 넘으니 잠시 한적했던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대전광역시 서구 내동 제4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 종료시간을 앞두고 막바지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이 몰렸다. 투표소 안내판 앞에서는 "학교에서 인증샷을 찍어오면 선물을 준다고 했다"며 대학생들이 주민등록증을 치켜들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투표소에서 막 투표를 마치고 나온 허지선(23)씨는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다. 그녀는 후보를 놓고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결정했어요." 허씨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두 유력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고 TV토론회를 챙겨보며 후보를 잘 살펴보았다고 한다. 이곳 투표소를 관리하는 투표관리관(서구청 직원) 노모씨는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지금 시각에 투표율이 80%가 넘었다고 말했다. 다른 선거에서도 이곳 투표소의 투표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80%가 넘는다면, 대전 평균와 전국 평균 투표율 보다 훨씬 앞선 투표율이다.
오후 5시 59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50.1%,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48.9%. 1.2%p 차이의 초박빙이다. 각 지역의 개표결과를 발표해나가자 사람들의 시선이 TV로 쏠렸다.
방송3사가 출구조사를 발표한 오후 6시. 평소에 축구중계를 보던 치킨·맥주집의 대형 스크린 앞에는 대통령 선거 투표 결과를 주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속내를 드러내기 꺼려하는 충청도 사람에게 "누구 찍었어요?" 하고 물어보는 것은 대단한 실례다. 지역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후보의 득표율을 보며 사람들의 표정은 흥미로운 영화를 보듯 진지해졌다.
중촌동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개표방송이 "완전 재밌다"고 말했다. "대전은 박근혜 후보가 높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문재인 후보가 높다"며 깜짝 놀랐단다. 그래서 이번 개표방송은 끝까지 봐야겠다고.
월평동에 사는 공무원 박모씨는 방송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듣고 나서 두 후보의 득표비율이 워낙 근사하여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72세 어르신은 오후 7시가 안 된 시각에 투표율이 75%가 넘었다면 문재인 후보가 유리한 것 아니냐며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1.2%p 차이의 초박빙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되는 지역마다 예측하기 어려운 두 후보의 득표율을 보며 충청도 유권자들은 속마음은 초조할지 모르나 캐스팅보트를 쥔 사람들답게 느긋하게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