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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구 효문로터리 화단에 잇따라 걸린 현수막들. '윤종오구청장 살리기 주민대책위'가 내걸은 '중소상인 지키기 위한 소신행정,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을 새누리당이 내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란 현수막이 막아 섰다
 울산 북구 효문로터리 화단에 잇따라 걸린 현수막들. '윤종오구청장 살리기 주민대책위'가 내걸은 '중소상인 지키기 위한 소신행정,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을 새누리당이 내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란 현수막이 막아 섰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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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을 외치지만 판이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허가를 반려한 이유로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 그를 구명하려는 주민대책위가 바로 그들이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은 2013년 2월 25일 열리고 윤종오 북구청장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는 이보다 한 달 하고도 열흘 앞선 1월 15일 열릴 예정이다.

대형마트 남발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매출 감소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은 유보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대선에서 당선됐다. 반면 윤종오 구청장은 자신의 지역에서 포화 상태인 대형마트 추가 허가를 막다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에서 '오후 10시부터 오후 10시'로 4시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명하게 대비 되는 두 사람의 향후 행보 중 과연 어느 쪽이 중소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중소상인 보호하다 징역 1년 구형받은 진보구청장

우리나라 대형마트 규모는 전국적으로 인구 15만 명당 1개꼴이며, 2010년 8월 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측이 울산 북구에 건립 허가를 신청할 당시 울산에는 인구 7만5000명당 1개, 북구는 4만5000명당 1개꼴이었다.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기치를 내걸고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통합진보당 소속 윤종오 북구청장은 당선되자마자 중소상인들의 하소연을 들었다. 이어 그는 "북구의 대형마트가 포화상태라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코스트코를 허가할 수 없다"며 건축 허가를 반려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코스트코를 유치하려는 진장유통단지조합 측은 허가가 반려되자 상급 단체인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5월과 7월, 코스트코를 허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윤 구청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합 측은 검찰에 윤 구청장을 고소하는 한편 울산 북구청과 구청장을 상대로 법원에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도 함께 냈다. 이어 윤 구청장은 올해 6월 27일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2월 4일 검찰은 울산지법 제1형사단독 김낙형 판사의 심리로 열린 3차 재판 당시 "윤종오 북구청장이 건축허가를 반려한 것은 구청장의 직권을 남용한 행위"라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역 180여 개인 및 단체로 구성된 '주민대책위'는 윤 구청장 구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재 울산 거리 곳곳에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는 검찰 구형이 내려진 같은 날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 당시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어민의 손해가 연간 1조 원 이상, 납품업체 손해가 5조 원 이상인데다 맞벌이 부부의 불편함이 있어 조정 중에 있는 것"이라며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박 당선인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있기 보름 전인 지난 11월 22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친박근혜 계열인 울산지역 4선의원의 반대를 등에 업은 새누리당에 의해 유통법 개정안이 보류됐다.

이쯤되면 진출 움직임이 있던 2010년부터 코스트코 건립 반대를 외치며 코스트코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중소상인들은 윤종오 구청장에 대한 지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중소상인 "재판 결과 대선 결과에 영향받을까 우려"

대선을 앞둔 지역 르포에서도 나타났듯, 상당수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나타냈다(관련기사: 노동자 도시 울산, 죽은 박정희가 산 문재인 압박).

또한 대선 결과 울산의 투표율은 78.5%로 전국 투표율(75.8%)보다 높았다. 이와중에 박근혜 당선인은 59.78%의 표를 얻어 유통법 개정안에 찬성한 문재인 후보(득표율 39.78%)를 눌렀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울산 중구 병영시장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민호(50)씨는 "주민들을 보면 갑갑하다, 대형마트가 곳곳에 들어선 후 매출이 팍 떨어졌다"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유통법 개정안을 새누리당이 막았는데도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주민들과 상가에서 서명을 받았는데, 서명한 사람들이 오히려 법안을 막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고남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울산지부 사무국장은 26일 전화 통화에서 "윤종오 북구청장의 코스트코 허가 반려는 생계 위협을 호소하는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적인 업무로, 여전히 그의 업무가 옳다는 것이 중소상인들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유통법 개정안에는 대형마트 허가를 사전에 신고해 행정 기관이 검토하는 조항이 나와 있는데, 윤 구청장의 건축허가 반려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구청장의 정당한 업무에 대해 유무죄를 가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대선 결과에 따라 재판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많은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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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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