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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혹한속에서 78일 째 농성중인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앞에 '단결투쟁'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대차는 2일 신규채용 지원에 비정규직이 대거 몰렸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혹한속에서 78일 째 농성중인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앞에 '단결투쟁'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대차는 2일 신규채용 지원에 비정규직이 대거 몰렸다고 밝혔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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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왔다. 연개소문, 강감찬, 이순신 등 수많은 영웅들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선조들의 희생으로 우리의 역사는 이어져 왔다.

임금노동자 1800만 명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노동은 과연 어떤 역사를 거쳐왔을까? 수많은 노동운동가들이 해고되고 구속되고 폭행당하며 노동 역사를 써왔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에도 여전히 노동의 역사는 순탄하게 쓰여지고 있지 않다. 어떤 이는 귀족노동자로 불리는 반면 어떤이는 그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절반의 임금으로 차별받는다. 어떤 이는 최저임금도 못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굳혀져 가고 있다.

이런 굴절된 노동 역사의 순환 속에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쓰게 된 2030세대가 이번 18대 대선에서 아침 일찍 투표장에 줄을 선 것도 노동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한 것이었다.

수많은 2030세대의 좌절을 불러온 이번 대선 결과를 연상케 하는 보도들이 2일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전체 현대차 비정규직 중 75%가 지원했다는 기사다.

현대차 "비정규직 75%가 신규채용에 지원해"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외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수백억 원의 손배소와 해고, 구속,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급기야 혹한을 뜷고 79일째 송전첩탑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노동역사를 바꾸기 위한 힘겨운 투쟁 속에서 나온 '신규채용에 비정규직 75%가 지원'이라는 기사는 회한이 크다.

2일 현대차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라 각 언론은 신규채용 소식을 전했다. 지난 12월 31일부터 재개한 정규직 생산직 채용에 2100여 명이 추가로 지원서를 제출해 지난달 17일 채용 공고 첫 날 3027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에 더해 모두 5100여 명이 채용에 응모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이 숫자가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6800여 명의 75%에 해당하며 지원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도 수백 명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파악한 울산, 아산, 전주공장 전체 비정규직 8000여 명과 다소 차이가 있는 수치지만, 어쨌든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신규채용 모집에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은 확실하다. 또한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1700여 명이라고 하니 조합원 중 상당수도 지원서를 낸 모양이다.

이같은 지원 소식은 노조 지도부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손배소를 당하면서, 이미 구속되고 해고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신규채용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에 견줘 못내 씁슬한 일이다.

신규채용 지원 소식을 바라보는 비정규직 노조의 심정은 이번 대선 결과를 바라보는 대다수 2030세대의 그것과 흡사하지 않을까? 매일 쏟아져 나오는 보수언론의 '비정규직 노조 철탑농성 너무한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노갈등 심화' 등의 비판 기사는 이번 대선에서 나온 보수언론의 그것과도 닮았다.

지난번 대선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고는 하나 이번 대선에서 2030 세대의 투표율 65.2%(20대), 72.5%(30대)는 평균 투표율에 못 미쳤다. 무관심 혹은 자포자기한 기권자의 심정이 지원서를 낸 비정규직들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번 신규채용은 비정규직 노조가 "대법 판결에 따라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그 비정규직 당사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청년실업난의 사회환경 속에서도 실업해소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횡포로밖에는 볼 수가 없다.

또한 이번 신규채용 규모가 현재 현대차 정규직 퇴사 등 빈자리에 필요한 430여 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원서를 냈지만 탈락하는 나머지 4700여 명의 허탈감은 어떻게 채울 것인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청년실업자에게는 아예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신규채용이며, 불법파견 판결로 정규직화 법적 권리를 부여받았음에도 이를 포기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채용이 과연 신규채용인가"고 되물었다.

이어 "이번 신규채용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덮으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법은 멀고 재벌의 힘만 강한 사회가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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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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