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터넷을 후끈 달군 검색어는 '호미가'였습니다. '호미가'가 뭐야? 하실 분들도 제법 될 것 같은데요. '호미가'는 악어, 타조 같은 특피로 핸드백과 지갑 등을 만들어 파는 국내 수제 전문 명품 브랜드라고 합니다. 제품제작 전 과정이 수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소 100만 원부터 가격대가 형성되는 고가 브랜드라고 하는군요.
이 브랜드가 일약 '인터넷 스타덤'에 오른 이유는 박근혜 당선인 때문입니다. 박 당선인이 평소 공식석상에 들고 다니는 회색 가방이 이 회사의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박근혜 명품백 논란'이 생긴 건대요.
문제의 시발은 1일자 <서울경제> 보도입니다. '호미가'의 정윤호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뜯어보지 않고서는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디자인과 색상이 딱 봐도 우리 것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당선인이 즐겨 드는 그 회색 가방은 타조가죽, 호미가 128만 원짜리?박 당선인이 즐겨 드는 그 회색 가방은 타조가죽으로 제작됐으며 호미가 제품으로는 128만 원짜리라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타조가방은 최소 3천만 원대에 이르는데 국산 브랜드는 128만 원이면 된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자국의 중소업체 옷으로 패션 정치를 하듯이 박 당선인도 K팝처럼 K패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등등이 화제의 기삿거리로 떠올랐지요.
그러나 요즘처럼 먹고 살기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국민이 있는 시대에 신임 대통령 당선인이 128만 원짜리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니 그 자체로 서민들에게는 어떤 심리적 충격을 줬을까요? 당선인 측도 즉각적으로 국민적 반감을 생각했던 것일까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조 대변인은 2일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박 당선인의 가방은 국산 고가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고, 128만 원짜리로 알려졌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며 당선인의 평소 생각은 영세 매장이라도 능력을 갖추면 언제든지 발굴해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28만 원짜리 핸드백은 아니라는 주장인데요. 업계에 흘러다니는 얘기는 조 대변인의 해명과 차이가 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타조가죽이 특피 부문에선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브랜드에 상관없이 가죽과 가공 과정만으로도 최소 100만 원 이상부터 가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타조가죽 가방의 특징은 모공이 톡톡 튀어나온 입체감이 중요하다는데요. 이 형태가 균일할수록 희소가치가 상승해서 가격이 더 높아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더군요. 따라서 박 당선인이 갖고 다니는 가방도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이라도 해도 100만 원은 넘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무엇보다 이 타조백은 오래전부터 유럽 왕실, 중동의 오일 귀족들에게 대대로 사랑을 받아온 럭셔리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특히 영국 왕실 고 다이애나비가 애용했던 패션아이템이고, 일본에서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상품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도 유럽 왕실이나 중동의 오일 귀족들처럼 행세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꼭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128만 원짜리 핸드백이 아니고 검소한 제품이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영세업체 작은 가게에서 구매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당선인, 의상실에서 옷 맞춰 입어... 최소 한 벌에 150만 원 정도한다그리고 박 당선인의 말처럼 "영세 매장이라도 능력을 갖추면 언제든지 발굴해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 업체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박 당선인 측은 구체적으로 어느 영세 매장인지 밝히지 않고 다만 128만 원짜리는 아니라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습니다. 비단 명품백 논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박 당선인의 의상실 이용에 대해서도 국회 안에서는 이런저런 논란이 있습니다. 기성복보다는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 안에서는 박 당선인의 옷은 예전부터 럭셔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이번 대선 때는 비교적 검소한 패션이었지만 국회의원으로서 당 대표를 맡았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의원들 사이에는 박 당선인이 대개 의상실에서 옷을 맞추고, 한번 맞추면 최소 한 벌에 150만 원 정도는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한 여권 인사도 언론인터뷰를 통해 "박 당선인이 원래 다니던 의상실에서 화려한 색의 옷을 몇 벌 새로 맞춘 것으로 안다"면서 "상의와 같은 색의 색조화장품을 눈가에 바르는 등 화장법도 조금 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주로 애용하는 의상실은 어디인지 어느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옷도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정보공개에 있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은 어쩌면 가방 그 까짓 거 뭐 그리 대단하다고 얼마짜리라고 알면 뭘 하겠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방 액세서리 등은 사생활로 치부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박 당선인은 3선 개헌을 해서라도 영구집권을 하려 했던 독재자의 딸이자 누구보다 많은 재산을 가진 여당의 당대표에 5선 국회의원이니 고작 128만 원짜리 명품백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인지상정으로 알 수도 있지요. 당연히 그 정도는 걸치고 다닐 능력이 되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입니다. 선거 때 그를 반대했던 사람들도 그를 지지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박 당선인을 지지했던 그룹 가운데는 128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너끈히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한 달 꼬박 일해야 88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한 달 꼬박 일해 88만 원을 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28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은 언감생심,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할 박 당선인이 고가의 명품 핸드백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가방을 들고 다닌다면 그 자체로 그 처신은 옳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언론이 꼬투리 잡아 자신을 비난한다고 억울해해서도 안 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헛헛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명품 가방을 갖고 싶어 하는데 현실적으로 누구나 그것을 가질 수 없다면 대통령이 가장 마지막으로 명품 가방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바로 품격 있는 대통령의 자세가 아닐까요? 박 당선인은 명품 백 논란에 휘말릴 게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가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손을 마주 잡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