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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는 교회가 아니다 한 미션스쿨 중학교의 입학식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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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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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가 입학식 때 개신교 종교의식을 강요하고, '기독교 교육방침에 순응하라'는 내용이 담긴 선서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D중학교는 지난 4일 입학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찬송가 502장 '빛의사자들'을 부르게 하고 성경책 구절을 읽게 하는 것은 물론 목사가 직접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날 입학 설교를 맡은 김아무개 목사는 "여러분이 D중학교에 선택받았듯이 이스라엘 민족도 하나님께 선택받았다, 이스라엘은 모세와 아브라함의 예언에 따라, 아랍 여러 나라들을 압도하며 매일 대적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선택을 받는 것은 이 같이 축복된 것이다"라는 등의 내용으로 10여분 간 설교를 했다.
해당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이 아닌 주거지를 바탕으로 자동 배정되는 곳이다. 따라서 D중학교에는 개신교신자가 아닌 타종교나 무교인 학생들도 배정된다. 특히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강제로 헌금을 걷고, 종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체벌하는 경우도 있다"고 적기도 했다.
공포 1년을 맞은 학생인권조례 16조에는 학생에게도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필자는 '학교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2004년 다니던 고등학교측에 소송을 걸어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D중학교 교감 "학생들의 동의 받는다"이런 지적에 대해 이아무개 D중학교 교감은 지난 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종교수업을 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아 참여 여부를 묻고 있지만 실제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없었다"며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종교수업을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인근의 지역주민들이 (우리)학교가 미션스쿨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미 이런 교육방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만약에 설문조사 결과 종교수업을 거부하거나 받고 싶지 않겠다는 학생이 있을 경우 대체과목을 편성해 종교가 강요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식 전에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이러한 종교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동의를 받았는가'라고 묻자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1회성 행사는 따로 동의를 받지 않고 할 수 있어 입학식 자체에서는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교감은 "만약 위반사항이 있다면 검토를 해서 보다 확실하게 동의를 받거나 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감은 "사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학교 등 대부분의 종교기관 설립 학교들이 가끔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데 마치 D중만 문제 있는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교의 종교수업은 누군가에게 헌금을 강제로 걷거나 하지 않고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만난 재학생들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D중의 한 재학생은 "(학교에서) 아침 예배도 드리고, 성경 공부도 하고, 찬송가도 부른다"며 "일주일에 1~2번씩 예배를 드리고, 전교생이 모여 성경공부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인 '테르OOOO'은 "제가 다닐 때는 성경책을 안 들고 왔다고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올라가 당구 큐대로 허벅지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심령수양회라는 것을 하는데 같은 재단인 Y교회로 3일간 등교해 강제로 예배를 보고, 강제로 설교를 듣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금도 종종 걷는데 헌금봉투에는 학년 반 번호 이름을 쓰게 했고, 금액도 작성하게 했다"며 "한 번은 예배가 너무 보기 싫어서 매점에 있었는데 학생주임한테 '너는 지옥간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맞아봤다"고 적었다.
반면 종교수업 강요가 사실이 아님을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다수 있었다. D중학교의 입학식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누리꾼 joyl****는 "올해 2월 7일에 D중학교 졸업한 졸업생이다, 헌금 걷을 때 강요하지 않는다"며 "(헌금은)학교에서 가져가는 게 아니라 추수감사절 때 과일도 모두 다 양로원에 기부한다, 원하지 않으면 내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가 기독교 아니라서 혼나고 그런 것 말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학급비 걷어서 기독교 단체에 헌금을 하기도 했다"한편, 다른 종교재단의 학교에서도 이같은 종교 의식 강요 행위가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보도된 '중학교 입학식서 "일생 예수님을 따라서…" 강연 논란'이란 기사에는 몇몇 학교의 종교수업 강요에 대한 댓글이 올라왔다.
닉네임 '흐OO'은 "자신은 기독교를 믿는데 불교학교인 부산 K중학교를 나왔다"며 "반야심경을 외우게 하고 교양으로 불교를 강제로 듣게 했다"고 썼다.
닉네임 '마OOOO'은 "전주 S중, 고등학교의 경우 아침 0교시마다 성경책을 펼쳐놓고 읽어야 하며 강제 기도를 시키고, 수요일마다 1~2교시를 예배시간으로 정해놓고 강제로 강당에 감금한 다음 기도를 시켰다"며 "예배에 참석하기 싫어서 튀었다가 두 시간 동안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서울 M고의 종교강요를 서울시교육청에 고발해 참여연대로부터 '의인상'을 받았던 홍서정(18)씨도 "입학식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며 예배를 하고, 매주 예배를 하고 종교수업도 별도로 했었다"며 "심지어 학급을 위해 쓰겠다며 학급비를 걷어서 그것을 기독교 단체에 헌금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헌금이라는 사실을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