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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11일 학교폭력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경북 경산에서 목숨을 끊은 고등학교 1학년 최아무개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난 11일 학교폭력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경북 경산에서 목숨을 끊은 고등학교 1학년 최아무개이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 경북경찰청 제공

"엄마 오늘 못 들어가서 미안해. 아빠한테도. 누나한테두 미안해. 가족들이 이 종이를 볼 때 쯤이면 내가 죽고나서 일꺼야…. 미안하다고 직접 말로 전해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아마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제일 힘들어(하겠지)엄마 아빠 누나 내가 이렇게 못나서 미안해."

지난 11일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경산의 고교생 최아무개(15)군이 아파트 옥상에서 쪼그려 앉아 쓴 유서가 공개됐다.

최군은 유서를 통해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경찰에는 가해학생 5명의 이름과 CCTV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썼다.

최군은 유서에서 경찰에게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라며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가지 시설들이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데서 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은 폭력, 금품갈취,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빵셔틀 등등"이라며 "이 중 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특히 ㅇㅇㅇ), 언어폭력 등등"이라고 밝히고 사각지대를 없앨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최군은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집에서 말고 옥상에서 불편하게 이렇게 적으면서 눈물이 고여. 하지만 사랑해♡"라며 "나 목말라. 마지막까지 투정부려 미안한데 물 좀 줘…"라는 말을 남겨 죽는 순간까지 힘들어했음을 짐작케 했다.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 학교폭력에 피해를 당한 사실을 남기 유서.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 학교폭력에 피해를 당한 사실을 남기 유서. ⓒ 경북경찰청 제공

한편 경산경찰서는 최군이 남긴 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를 벌여 가해 학생들이 상습적으로 폭행은 물론 성추행까지 한 사실을 밝혀내고 15일부터 가해학생들을 소환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최군의 부모는 2011년 여름 최군이 다리에 멍이 든 것을 보고 담임교사를 통해 김아무개군이 폭행한 사실을 알았지만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급생들로부터도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4일 숨진 최군이 다니던 고등학교 학생 16명을 상대로 학교폭력 피해 또는 목격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최군이 다니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함께 진학한 학생들로, 최군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응답과 폭력피해를 당했다는 학생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또 최군의 컴퓨터를 분석해 포털사이트 등을 접속한 기록을 확인했으나 유서와 관련된 문서파일이나 자살 관련 인터넷사이트의 접속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내역에도 특이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통해 37회 끝말잇기를 하면서 '유서써야지'라는 내용의 발신메시지를 확인하고 관련자에 대한 조사와 설문조사에서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에 대한 수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고등학생 자살#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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