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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승복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은 스님들을 볼 때마다 출가 사연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궁금증이다.
 잿빛 승복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은 스님들을 볼 때마다 출가 사연이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궁금증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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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님은 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됐을까? 사연이 뭐지?

잿빛 승복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은 스님들을 볼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궁금증이다. 푸른 빛이 돌 만큼 박박 깎은 머리를 볼 때마다 참 청정한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뒷담화를 하듯 그 스님이 출가한 사연을 추리해본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아픈 비련, 실패한 우정, 출생의 비밀, 어느 소설에서 봤던 스님처럼 짧게 타고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 이렇게 저렇게 대입해 보지만 차마 물어보지를 못했으니 지금껏 들은 대답도 없다.

19분 스님이 들려주는 19가지 출가 사연

19분 스님에게 <진광불휘>의 저자 유철주가 물었다. '출가 인연'이라는 말로 에둘러 묻고 있지만 듣고 싶은 대답은 돌직구같은 '사연'이 아니었을 까 생각된다. 저자가 물으니 19분 스님, 미산 스님, 법만 스님, 묘장 스님, 일운 스님, 진화 스님, 마등 스님, 월암 스님, 무상 스님, 도일 스님, 철산 스님, 원영 스님, 각묵 스님, 정념 스님, 마가 스님, 선재 스님, 금강 스님, 능행 스님, 원철 스님, 혜민 스님이 답했다.

짧은 명을 연명하기위해 할머니 손에 이끌려 동진 출가한 스님도 있고, 목사가 되려고 열심히 목회자 공부를 하다 출가한 스님도 있다. 길가 레코드 가게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에 감화돼 출가한 스님도 있고, 책을 읽다 출가한 스님, 주일학교에서 선생님을 할 정도로 열심히 교회를 다니다 정무 스님이 들려주는 '부모은중경'을 듣고 출가한 스님도 있다.

스님들이 들려주는 출가 인연은 제각각이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가한 스님도 있고, 한동네 친구 5명이 출가해 지금껏 스님노릇 잘하고 있다는 스님도 있다. 12살이라는 앳된 나이에 출가한 스님도 있고 30살이 넘어 늦깎이 출가를 한 스님도 있다.

 <진광불휘> 표지 사진
 <진광불휘> 표지 사진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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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지음, 담앤북스 출판의 <진광불휘>는 2003년부터 부처님과 인연을 맺고 있는 저자가 19분 스님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갈무리 한 내용이다. 저자가 19분 스님들을 만나기 위해 누빈 발걸음은 전국 방방곡곡이다. 땅 끝 마을 해남 미황사, 고창 선운사, 구미 도리사, 울진 불영사, 문경 한산사, 서울 봉은사, 곡성 성륜사, 순천 송광사, 문경 대승사, 서울 흥천사… 등

저자가 스님들에게 물은 건 출가인연만이 아니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했고, 은사 스님에 대해서도 물었다. 은사스님으로부터 뭘 배웠고 한국불교의 미래에 대해서도 물었다. 불교 교리에 대해서도 묻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도 묻고, 앞으로의 계획, 20년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물었다.

책을 낸 스님에겐 책에 대해서 묻고, 명상을 지도하고 계시는 스님에겐 명상을 물었다. 지역주민들과 잘 어울리며 포교를 잘하는 스님에겐 포교의 비법(?)을 묻고, 온갖 어려움을 잘 극복해 원력이 뛰어난 스님에겐 원력의 비법을 물었다. 욕심 같아서는 스님도 '첫사랑'도 물어 줬으면 좋았으련만 묻지 않았나 보다. 

절 살림 잘하고, 중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 스님들의 공통점은

재판장에서 막말을 한 판사가 있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최소한의 소양도 갖추지 못한 인간이 판사라는 감투를 쓰고 벌인 해프닝쯤으로 생각하려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스님들 중에도 할머니뻘 되는 어르신들에게조차 하대를 하는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님이 없지는 않다. 하심과 자비를 말하며 그렇게 행동하는 스님이야 말로 승가를 욕보이는 미꾸라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님은 벼슬이 아니다. 구도자이다.

그런 스님들이 있는가 하면 절 주변 사람들과 잘 화합하며 절 살림을 잘 꾸려가는 스님들도 적지 않다. 스님들은 주변 사람들을 위하고, 주변 사람들은 절과 스님들을 믿고 따르니 포교는 저절로 이루어고, 불심은 나날이 깊어지는 게 당연하겠다.   

"스님은 정기적으로 주변 마을의 이장단, 부녀회, 청년회와 만남을 갖고 있다. 불사든 행사든 지역주민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참배객이 늘어나는 부처님오신날이나 선운문화제, 고창 복분자축제 등의 행사에는 지역 농산물 장터를 열도록 해 경제적인 도움도 되도록 했다.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 특성을 감안해 동국대학교 병원과 함께 무료 의료봉사를 벌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진광불휘> 46쪽-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이 선운사를 원융무애하게 잘 운영해 나가는 비법(?)에 대한 설명이다. 시대적 화두인 대화와 소통, 자리이타의 비법의 리더십과 포교에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스님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골 사찰들을 보면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가 적습니다. 지역 주민보다 외지의 신도들과 더 가깝게 지냅니다. 외지 신도들이 더 많이 보시를 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들과 거리감이 생깁니다.-중략-

절이 수천 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절을 지켜 왔기 때문입니다. 바람 불면 걱정하고, 비가 오면 기도해 주신 분들은 지역 주민들입니다. 이 지역 어르신들은 젊었을 때부터 절을 지켜 주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절에 모셔서 공양을 올리고 있습니다." -<진광불휘> 270쪽-

 설악산 봉정암, 화마가 휩쓸고 간  낙산사를 제대로 복원 불사해 원력보살로 불리고 있는 정념 스님은 지역 주민이 부처님이라고 말씀한다
 설악산 봉정암, 화마가 휩쓸고 간 낙산사를 제대로 복원 불사해 원력보살로 불리고 있는 정념 스님은 지역 주민이 부처님이라고 말씀한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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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주지, 낙산사 회주인 정념 스님은 지역 주민이 부처님이라고 한다. 집단을 이루고 있지만 승가 역시 독야청청 일 수는 없다. 어둠이 없는 곳에서 빛은 존재가치가 없다. 승속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제도할 중생이 없는 속세라면 중생을 제도할 스님들도 필요 없다. 제도는 군림하고 벽을 쌓고 살아가는데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더불어 살며 갈고 벼리듯이 제도하고 포용해 줄 때 스님들이 꿈꾸는 불국정토는 이루어진다.

절 살림 잘하고 중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 스님들이 공통으로 들려주는 비법은 결코 스님들만의 비법도 아니고 스님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정치지도자, 사회적 리더, 한 집안의 가장이 '답게' 대접받고 '답게' 성공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조건이자 비법이다.    

19분 스님들이 들려주는 출가사연은 애틋하고, 절 살림 잘하고 중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 스님들이 공통으로 들려주는 비법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리니 일독하는 <진광불휘>는 사연도 읽고 지혜와 진리를 터득하게 하는 일석이조다.

덧붙이는 글 | <진광불휘>┃지은이 유철주┃펴낸곳 담앤북스┃2013.3.12┃값 1만 7000원



#진광불휘#유철주#담앤북스#출가#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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