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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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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의 '아나바다' 정신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의미의 준말인 '아나바다'를 시행하는 공기업을 사람들이 칭찬해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나바다의 대상이 원자력발전소인 데다가 부품과 사람까지 '아나바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갑작스럽게 고장을 일으킨 고리4호기의 경우 63일간의 계획예방정비를 끝낸 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멈췄다. 마치 서비스센터에서 말끔히 수리를 받고 나온 휴대전화가, 혹은 카센터에서 부품을 깨끗이 교체하고 나온 자동차가 하루 만에 먹통이 된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한수원의 손가락은 한국전력(아래 한전)으로 향했다. 한전이 원전 내에 변전소 공사를 하면서 전류를 통제하는 계전기의 전류 입력선을 잘못 연결했고, 원전 시스템이 이를 감지하면서 자동으로 멈춰 섰다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기자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 흔히 있는 일인가'라고 물었지만 이 관계자는 "흔한 일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식의 흔치 않은 원전 발전 정지는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월 17일 발생한 울진1호기의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 정지는 출력 측정계통 이상으로 벌어졌다. 당시에도 한수원은 사건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

'흔하지 않지만 경미한 일'이 매번 반복되자 원전을 향한 시민들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5일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이번 원전 발전 중지와 관련한 입장을 내 "이번 사고는 한수원과 한전이 원전의 운영과 점검 작업을 얼마나 안이하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계속되는 비리와 사고를 저지르고 있는 한수원과 한전에 원전을 운영하고 점검할 자격은 없다"고 질책했다.

불안은 핵심부품 교체하겠다는 고리1호기로 확산

반핵대책위 측이 문제 삼는 것은 이번 사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고리1호기의 부품교체에 대한 우려를 전한다. 한수원은 한 차례 수명연장을 해 운영 중인 고리1호기에 2000억 원가량을 투자해 부품 교체를 추진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고리1호기는 2017년에 가동을 멈추게 돼 있다.

수명이 3년 남은 노후원전에 거액을 들여 핵심 부품 교체에 나서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수원이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을 바라보고 부품교체를 추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물론 한수원과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막 정비를 끝낸 원전도 멈추는 마당에 노후원전의 핵심부품 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반핵부산대책위 측은 5일 "고리1호기에서 진행될 핵심부품 교체는 그 어떤 안전에 대한 신뢰도 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고리1호기에 대해서도 부품교체가 아닌 폐쇄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고리원전은 1호기의 정전사고와 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중고 부품 납품 비리가 터지며 곤경에 처한 바 있다. 게다가 발전소 직원들이 발전소 안에서 마약을 투약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일은 지난 한 해에 벌어졌다. 그때마다 한수원은 사과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그리고 마약투약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지휘책임을 물어 간부들까지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석 달 만에 풀렸고, 해당 간부들은 올들어 전원 복직했다. 노후원전은 아껴 쓰고, 사고의 책임은 나눠쓰고, 부품은 바꿔쓰고, 사람은 다시 쓰는 한수원의 '아나바다'가 시민들의 불안만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한수원#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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