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소프라노 N씨는 시원한 음색으로 유명했다. 탁월한 벨칸토 창법으로 오페라의 주연으로 자주 발탁되기도 하였다. 공연을 하면서 대중 앞에 서는 일이 잦다보니 성형수술을 고려하게 되었다. 약간 돌출된 광대와 하관이 콤플렉스였던 그는 좀 더 나은 외모를 위해 고민하던 끝에 양악수술과 안면윤곽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 생각보다 더딘 회복기간으로 인해 수술 후 6개월간은 노래를 할 수 없었다. 6개월 여가 지나 겨우 발성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이전과는 다른 어색함을 느꼈다. 차이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발음이 아주 약간 부정확해졌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다양한 언어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그에게는 상당한 장애로 느껴졌다. 그리고 트레이드 마크였던 시원하고 청량한 음색이 바뀌고 공명이 약해져서 기존에 소화하던 곡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더 나은 비상을 꿈꾸며 시도한 성형수술로 인해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목소리가 과연 바뀔까? 확률적으로는 매우 낮은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나라별로 목소리가 다른 이유, 왜일까?필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대학 시절에는 몇 년간, 방학 때마다 배낭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여러 나라를 다니다보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라별로, 인종별로 목소리가 조금씩 다르고 발음도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북쪽으로 갈수록 톤이 높고 속삭이는 느낌이고, 이태리, 스페인 등지에서는 톤이 낮고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이 든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오사카나 후쿠오카 지역에서는 관동지역에 비해 뭔가 목소리 톤이 낮고 우렁찬 느낌이다.
이렇게 목소리가 다른 것은 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얼굴모양에 따라서도 목소리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거치면서 소리로 바뀐다. 성대에서 나온 소리는 구강에서 울리면서 공명한다. 남방계의 경우에는 하악이 작은 편이지만 치아가 작고 입천장이 길어서 구강에서 소리가 많이 울린다. 판소리나 이태리 가곡에서 이런 소리를 많이 낸다. 성악의 창법인 마스께라는 입 천장의 딱딱한 부분인 경구개에서 진동을 하면서 공명을 하며 노래한다.
구강 대신에 비강을 많이 이용해서 소리를 내면 비음이 많이 섞이게 된다. 주로 코가 길고 높은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잘 낸다. 이런 모습은 주로 북방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스위스의 요들송, 독일의 리트, 한국의 서도민요 등이 비음이 섞인 음을 많이 낸다.
안면윤곽수술로 목소리가 바뀔 수도 있다
이처럼 얼굴형에 따라 목소리에도 차이가 난다. 주변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얼굴이 비슷하면 목소리도 대체로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얼굴 이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100%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얼굴형이 바뀐다면 목소리도 바뀔 것이다.
안면윤곽수술이나 양악수술을 하게 되면 목소리가 바뀔 수 있다. 양악수술을 하게 되면 구강의 구조와 부피가 변한다. 입 속 공간은 밀려들어온 턱뼈와 혀 때문에 좁아지게 된다. 그리고 공기가 드나드는 인두부분도 좁아진다. 소리가 덜 울리면서 목소리의 톤이 바뀔 수 있다. 결국 음색이 바뀌게 되고, 발음에도 차이가 생긴다.
안면윤곽수술을 하게 되면 소리를 울리는 통 역할을 하는 골격이 줄어든다. 골격이 줄어들면서 소리가 덜 울리게 된다. 연주하는 악기를 상상해보자. 기타나 바이올린에서 소리를 울리는 몸체부분이 작고 얇아진다면, 당연히 소리도 달라질 것이다.
원래 양악수술은 부정교합이 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수술이다. 부정교합으로 인해서 발음에 지장이 있었던 사람들은 수술로 인해 발음을 교정할 수도 있다. 반면, 정상적인 사람이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하기에는 큰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의학적인 부작용 뿐 아니라 타고난 목소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