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가수 이효리 ⓒ B2M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이 최고로 꼽는 롤모델은 안성기다. 부침이 잦은 연예계에서 그처럼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 스캔들 없이 모범적이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도 유명하다.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그의 매력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미소이다.
배우 안성기의 미소처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다른 점이 있다. 눈둘레근이 수축한다는 점이다. 눈둘레근이 수축하면 양쪽 뺨이 위로 올라가고 눈썹이 아래로 내려가며, 눈 밑 피부가 올라간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19세기의 신경학자 뒤셴 드 불로뉴는 '눈둘레근은 의지에 복종하지 않는다. 오로지 진실한 감정에 의해서만, 기분좋은 감정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표현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사람이 환한 표정으로 즐겁게 웃는 웃음을 '뒤셴 미소'라고 부른다.
억지로 웃게 되면 눈둘레근은 제대로 수축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느낄 때 비로소 눈둘레근이 제대로 수축한다. 뒤셴 미소를 지을 때는 즐거움을 느끼는 뇌부위가 활성화한다. 뇌에서 그런 변화가 없을 때는 표정 또한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
이렇듯 진심어린 웃음은 눈가에 주로 표현이 된다. 여성의 '눈웃음'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가수 이효리다.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면서 눈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표정을 짓는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매혹되는 것은 그녀의 진심어린 표정에 기분좋은 감정이 담겨 있고, 그것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뒤셴미소, 입만 웃는 미소, 눈이 같이 웃지만 가식적인 미소 ⓒ Valeria Manera et al
뒤셴 미소를 지은 사람들이 더 건강했다얼굴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내면적 정서를 파악할 수 있다. 평소에 뒤셴 미소를 자주 짓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힘든 일이 있다해도 헤쳐나갈 수 있는 정신적 힘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웨인대학의 어니스트 아벨 교수는 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230명을 대상으로 찍은 사진을 세 그룹으로 분류해서 평균수명을 조사했다. 진지하게 카메라를 응시해서 사진을 찍은 그룹의 평균 수명은 72.9세였으며, 약가늬 미소를 띤 그룹은 75세였다. 입꼬리와 양 볼이 올라가고 눈까지 웃은 그룹의 평균수명은 무려 79.9세였다.
평균수명뿐만이 아니다. 하커와 켈트너는 30년이나 되는 긴 기간 동안 대를 이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을 추적해서 연구하였다. 졸업생들의 졸업사진을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하였다. 일부는 눈둘레근이 수축한 '뒤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머지는 웃고는 있었지만, 눈둘레근이 수축한 진정한 미소는 아니었다. 이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각각 27세, 43세, 그리고 52세가 되는 해에 인터뷰를 해 삶의 만족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 결과, 뒤셴 미소를 지었던 사람들은 나머지에 비해 훨씬 더 건강하고, 생존율도 높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결혼 생활의 만족도도 높았으며 이혼율은 낮았다. 심지어는 평균 소득 역시 높았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앞에서 지었던 행복한 웃음이 그들의 미래를 반영한 것이다.
표정은 소통이다. 진심어린 미소는 그 미소를 보는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 내면에 항상 담겨있는 긍정적인 인식이 표정을 통해 드러나고,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면 어떤 의사소통도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상황이 힘들어도 미소를 지으면 기분이 바뀔 것이다
▲억지로 웃게 되면 눈둘레근은 제대로 수축하지 않는다. 즐거움을 느낄 때 비로소 눈둘레근이 제대로 수축한다. ⓒ sxc
내면에서 우러난 즐거운 미소가 성공의 열쇠라면 지금부터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즐겁게 웃는 것만으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더 행복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
자신의 사진을 한 번 찾아보자. 웃고 있는가? 웃고 있다면 진심으로 웃고 있는가? 거울을 보면서 한 번 웃어보자.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눈은 그대로인가? 즐거웠던 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뒤셴 미소가 지어지면 재연하기 위해 노력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표정을 짓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웃으면서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심어주는 것이다.
거울을 보고 웃으면서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면서 긍정적인 기분을 느껴보라. 이를 반복하면,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미소를 지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긍정적인 기분을 느낄 것이다. 뒤셴 미소를 연습하면서 내면을 긍정적으로 다지는 것이다. 역경에 처해 있으면 누구나 힘들다. 표정에도 드러난다. 우울해하고 좌절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울한 표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표정에서라도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고 싶어한다.
어차피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미소라도 지어보자. 거울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자. 모든 게 변하지 않아도 내 기분만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분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조그만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은 진실이다.